북병사 이용순이 종성의 적에 대한 대비를 위해 부사의 차출을 청하다
북병사(北兵使) 이용순(李用淳)이 치계하기를,
"종성(鍾城) 오갈령(烏碣嶺)으로부터 금경 윤탄(金京淪灘)까지 이달 14일 적기(賊騎)가 20여 리에 가득히 뻗쳐 돌격하여 왔는데, 창과 갑옷이 현란하게 곧바로 성 아래로 공격해왔습니다. 부사(府使) 정엽(鄭曄)이 성문을 닫고 성에 올라가 포수 20여 명을 선발한 다음 성에서 나아가 맞아 싸우게 하고서 잇달아 대포를 쏘니, 적의 기병이 잠시 물러났습니다. 번호(藩胡)가 와서 고하기를 ‘이 적은 홀라온(忽剌溫)인데 그들의 장수 만도리(萬都里)가 지난해 우리 나라에 죽음을 당하였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복을 위해서 부성(府城)을 침범하기도 하고 촌백성을 죽이고 약탈한다.’ 하였습니다. 드디어 적세를 염탐해보니, 번호의 마을을 분탕질하여 연기와 불이 하늘을 뒤덮었습니다. 또 초막을 설치하여 처음에는 오래 머물 듯하더니, 16일에 이르러서는 이미 다 돌아갔습니다. 본부의 장사(將士)들이 모두들 ‘말을 달리며 전투하는 모습이 자못 기율(紀律)이 있어 옛날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고, 또 그 군대를 거느린 두 장수는 각각 홍기(紅旗)를 세웠고 갑주(甲胄)와 전마(戰馬)도 매우 정밀하고 건장하였으니, 뒷날의 걱정을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부사 정엽은 몸에 중병(重病)이 있으니, 군무(軍務)를 정돈하는 일이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하니, 상이 하교하기를,
"종성의 적은 저희들끼리 서로 싸운 것에 지나지 않는다. 빨리 선전관(宣傳官)을 보내어 곡절을 자세히 묻게 하라."
하였다. 북병사가 또 치계하기를,
"종성에서 적과 접전(接戰)한 장사들이 모두들 ‘일찍이 홀라온과는 싸워봐서 이미 익숙한데, 이제 이 적을 보니 긴 갑옷에 큰 칼을 갖고 철기(鐵騎)로 내달으며 깃발을 신호로 진퇴(進退)하는 모습이 홀라온과 같지 않다. 이는 올호(兀胡)의 군대들이 함께 섞여온 듯하다.’ 합니다. 홀라온의 추장 아질이(阿叱耳)는 부자타(浮者他)의 아들이요 소라적(小羅赤)은 그 사위입니다. 아질이가 올호와는 혼인의 친분이 있으니, 반드시 그 군대가 서로 연합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철갑이 무릎까지 내려온 것으로 보아 바로 올호의 군대입니다. 노토(老土)도 올호와 혼인했으니, 역시 악을 도와 이번 일을 돕지 않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올호는 본래 번호(藩胡)에게 원한을 갚으려 했고 노토도 번호를 습격하려 하니, 우리 나라의 방비를 상세히 살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였는데, 비변사가 아뢰기를,
"이 적이 물러가기는 하였으나 다시 침범할 걱정이 없지 않습니다. 기미에 앞서 미리 예방하는 것을 조금도 늦출 수 없으니, 마땅히 감사에게 명하여 육진(六鎭) 근처의 땅으로 나아가 주둔하여 기회에 따라 대응하게 하소서. 그리고 회령 부사(會寧府使)를 이제 문관(文官)으로 차출했는데 무신(武臣)으로 대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니, 상이 답하기를,
"이는 단지 번호들이 부관(府官)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틈을 타 방비가 해이된 것을 알고 갑자기 나아와 좀도둑 같은 짓을 할 계책인 것이니, 이 때문에 경솔하게 동요할 필요는 없다. 옛날의 문신들은 스스로 능히 적을 막았는데 우리 나라의 문신들은 걸핏하면 고금(古今)을 인용하여 말하는 것을 경전으로 삼고 있지만 조금만 놀랍고 급한 일을 만나면 목을 움츠리고 피한다. 번호들이 난리를 선동한 것은 바로 이에 연유된 것이다. 좋은 관리로 하여금 은혜로 무마시킨다면 저절로 안정되어 걱정할 것도 없게 될 것이다. 이제 회령 부사에 차임된 안종록(安宗祿)은 가는 곳마다 선치(善治)를 남겼으니, 이런 사람은 쉽게 얻을 수 없다. 더구나 정엽이 이미 체직되어 육진에는 한 명의 문관도 없으니, 무신으로 대신할 필요가 없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책 37권 6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690면
- 【분류】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인사-임면(任免) / 군사-군정(軍政) / 외교-야(野)
○北兵使李用淳馳啓曰: "自鍾城 烏碣嶺至金京淪灘之地, 本月十四日, 賊騎亘滿於二十餘里, 馳突而來, 戈甲眩曜, 直抵城下。 府使鄭曄閉門登城, 選砲射二十餘名, 出城逆戰, 連續放砲, 則賊騎漸退。 藩胡來告曰: ‘此賊是忽刺溫, 而其將萬都里, 向年見殺於我國, 故欲爲報仇, 或侵軼府城, 或殺掠村野。’ 云, 遂詗探賊勢, 則焚蕩藩胡, 烟火漲天。 又設艾幕, 始似久留, 至十六日已皆發還。 本府將士皆曰: ‘馳騁戰鬪之狀, 頗有紀律, 有非昔年之比。’ 且其領兵二將, 各建紅旗, 甲冑、戰馬極其精健, 後日之憂, 不可勝言, 而府使鄭曄身有重病, 整頓軍務, 亦甚可慮。" 云。 上, 下敎曰: "鍾城之賊, 不過自中之鬪, 急遣宣傳官, 審問曲折。" 北兵使又馳啓曰: 鍾城接戰將士皆言: ‘曾與忽刺溫相戰已熟矣。 今見此賊, 長甲大劍, 奔馳鐵騎, 進退旗麾之狀, 似非忽溫, 疑是兀胡兵相雜而來。’ 蓋忽刺溫之酋阿叱耳乃浮者他子也, 而小羅赤, 乃其女壻也。 阿叱耳之於兀胡, 有姻婭之親, 其兵必有相連之理。 其鐵甲至踝, 定是兀胡之兵。 老土亦與兀胡結婚, 則未必非助惡而有此擧也。 兀胡素欲報怨藩胡, 老土亦欲襲攻藩胡, 我國防備, 不可不審。" 云。 備邊司啓曰: "此賊雖已退去, 不無再犯之患。 先幾預防, 不容少緩, 宜令監司, 進住六鎭近地, 隨機責應, 而會寧府使今以文官差出, 不若以武臣代之。" 上答曰: "此不過藩胡等乘府官不職, 知防備墜廢, 出不意爲狗鼠計耳, 不必因此輕爲搖動。 古之文臣, 自能禦賊, 我國文臣, 則動引古今, 吐辭爲經, 小遇警急, 縮頸而避, 藩胡之煽亂, 職由於此。 若使良吏, 撫摩以恩, 則自可底定, 不足憂也。 今差會寧府使安宗祿到處善治, 如此之人未易多得。 況鄭曄已遞, 六鎭無一文官, 不須以武臣代之。"
- 【태백산사고본】 8책 37권 6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690면
- 【분류】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인사-임면(任免) / 군사-군정(軍政) / 외교-야(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