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경략이 가등청정에게 폐물을 주고 군사를 철수하게 하다
손 경략(孫經略)이 신 도사(愼都司)·장 도사(章都司)를 가등청정(加藤淸正)의 진영에 보내 폐물(幣物)을 주고 나서 군사를 철수하라고 유시하니, 청정이 소서행장(小西行長)의 강화하는 일을 물으면서 말하기를,
"평행장(平行長)과 심유경(沈惟敬)이 하는 일은 모두가 간교한 속임수이다. 전에 행장이 평양 전투에서 패하자 관백(關白)이 그를 죽이려 했었는데, 행장이 ‘내가 다섯 가지 일을 성사시키겠다.’고 하였기 때문에 용서하였다. 이른바 다섯 가지 일이란, 1. 명나라와 일본이 혼인하는 일, 2. 조선의 4개 도(道)를 일본에 소속시키는 일, 3. 조선의 왕자 한 사람을 일본에 들여보내는 일, 4. 조선의 노성한 대신을 일본에 볼모로 들여보내는 일, 5. 노성한 대신과 공동 서약하고 일을 의논하는 일이었다."
하였다. 그는 또 중국 관원에게 큰소리치기를,
"내년 3월에는 중국을 치려 한다."
하고, 군문에게 답한 서신에서 말하기를,
"행장이 제시한 세 가지 일은 관백의 명령이 아니다. 그 가운데 봉왕(封王)하는 것 같은 일을 일본 관백이 어찌 요구하겠는가. 만일 두 관원이 다시 와서 한 명이 곧바로 일본에 들어가 관백의 명령을 듣는다면 허위가 없을 것이다."
하였다. 【청정의 서신은 문장이 엉망이었으나 대의는 대체로 이와 같았는데, 화의(和議)하자는 것이 진정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런데 석성(石星)은 심유경에게 속아 그 일을 변함없이 추진하였다.】
처음에 도사(都司) 담종인(譚宗仁)이 심유경을 따라 왜영에 들어가니, 청정은 그를 진영에 머물려 두고 오래도록 보내주지 않았는데, 이때에 와서 담종인이 꾀를 써서 탈출하였다. 청정이 담종인을 오래도록 머물려 둔 것을 보면 자기 자신도 화의를 추진하려는 생각 같았는데, 일부러 행장과 다른 체하고 있으니 그 간교한 계략은 알 수 없는 바가 있었다.
- 【태백산사고본】 7책 29권 2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654면
- 【분류】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전쟁(戰爭)
○孫經略遣愼都司、章都司, 使淸正營, 贈幣物, 諭以撤兵。 淸正問行長講和事曰: "平行長、沈惟敬之事, 皆姦僞也。 當初行長敗於平壤, 關白欲殺之, 行長曰: ‘我方成五件事。’ 故饒之矣。 所謂五事, 大明與日本婚姻, 一也; 朝鮮四箇道屬于日本, 二也; 朝鮮王子一人入在日本, 三也; 朝鮮大官老人入質日本, 四也; 與大官老人, 共誓議事, 五也。" 又對唐官聲言: "明年三月, 欲犯中國。" 又答軍門書曰:
行長所示三事, 非關白之命令。 其中封王之事, 日本關白, 豈要之哉? 若兩官再來, 一員直往日本, 聞關白之命令, 則無虛僞矣。
【淸正書文字紊晦, 大意如此, 可知和議非眞, 而石星爲惟敬等所欺, 爲之不變。】
初, 都司譚宗仁從沈惟敬, 入倭營, 淸正留其陣中, 久不遣歸, 至是以計脫出。 淸正久留宗仁, 意若自爲和議, 故與行長崖異, 其狡計有不可知者矣。
- 【태백산사고본】 7책 29권 2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654면
- 【분류】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전쟁(戰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