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로 돌아가려 하는 원외 유황상에게 사신을 보내 문안하다
원외(員外) 유황상(劉黃裳)이 장차 경사(京師)로 돌아가려 하니, 상이 사신을 보내 문안하였다. 유황상이 회첩(回帖)하기를,
"왕의 세 도읍이 회복되고 두 왕자가 돌아온 것을 알고는 모두들 왕을 위해 경사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부(本部)는 왕을 위해 깊이 걱정하며 침식을 전폐하기까지 할 정도로 근심해 마지않습니다. 세 도읍이 회복되었다 해도 머물러 지키는 군사는 2만 명도 채 되지 않으며, 지금은 군량마저 없으니 모두들 돌아갈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두 왕자가 돌아왔다고는 하나 나라 사람들이 그다지 기뻐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또 나라에 쓸 만한 군사가 하나도 없는데, 1, 2년에 이내에 왜적이 침범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왕은 다시 서쪽으로 달아날 작정입니까. 오직 왕의 자리가 따스해질 겨를이 없고 부자와 가속들이 오래 모여 있을 수 없게 될까 염려스럽습니다. 밤중에 분향(焚香)하고 고요히 앉아서 스스로 생각하건대 그 마음을 장차 어디에 두어야 하겠습니까.
이러한 때에 하지 않으면 끝내 할 수 있는 때가 없을 것입니다. 우(禹)임금은 촌음(寸陰)을 아꼈는데 지금은 분음(分陰)을 아껴도 오히려 더딜까 싶습니다. 속히 팔도의 군사를 모집하되, 40세 이하 20세 이상의 강장(强壯)한 남자를 각도당 만 명씩 8만 명을 얻어 부장(副將) 유정(劉綎)에게 보내십시오. 그리하여 의갑(衣甲)을 바꾸고 이기(利器)를 주어 천병(天兵)의 대오(隊伍)에 편입시킨 뒤 서늘한 이 가을철에 날마다 조련(操練)하도록 하십시오. 유 부장에게는 필시 묘법이 있을 것이니, 그에게 조련을 맡기십시오.
그리고 곡식을 재촉해 거두어 부산으로 실어보내는 한편, 아울러 크고 작은 귀선(龜船)과 수병(水兵)·화기(火器)를 정돈하여 제도(諸道)에 배치한 뒤 왜적의 침범에 대비하소서. 그렇지 않으면 패망할 날이 곧 닥치고 말 것입니다. 이런 때문에 본부에서 왕을 위해 기뻐하지 않고 왕을 위해 걱정하는 것입니다. 이제 작별하고 가오니 왕은 잘 처리하십시오."
하였는데, 상이 회첩을 보고 하교하기를,
"원외의 회첩 문자가 오만하기는 하나 우리 나라를 위하는 그 성의는 지극하다. 대저 우리 나라 비변사(備邊司)에서 걱정하는 것이 만일 중국 관원들이 걱정하는 것과 같다면 우리 나라가 어찌 떨치지 못할 것을 걱정하겠는가. 나는 감개한 마음을 견디지 못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책 27권 16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642면
- 【분류】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군정(軍政) / 군사-전쟁(戰爭)
知王三都復, 二子來, 皆爲王慶, 然本部側爲王深憂, 至眠食都廢, 惻惻于心, 不能已也。 三都雖復, 留守之兵不滿二萬, 今皆無糧, 俱懷歸志。 二子雖來, 該國之人似不甚喜。 且國無一兵可用, 不一二年間, 能保倭之不犯乎? 王復欲西走乎? 惟恐王席不暇暖, 父子宮眷不能久聚。 中夜焚香, 靜坐自問, 其心將何自存? 及此不爲, 終無可爲之時矣。 禹惜寸陰, 此惜分陰, 猶恐爲遲。 亟募八道之兵, 四十以下、二十以上强壯男子, 每道萬人, 得八萬人。 送與劉副將綎, 換其衣甲, 受以利器, 編入天兵隊伍, 乘此秋涼, 逐日操鍊。 劉副將必有妙法, 任其調度, 一面積穀催糧, 運至釜山, 竝整大小龜船, 水兵火器列于諸島, 以待倭至。 不爾, 敗亡可立以待也。 本部所以不爲王喜, 竊爲王憂。 從此別去, 王其好爲之。
上見帖下敎: "員外回帖文字, 雖曰倨傲, 其爲我國則至矣。 大抵我國備邊司所憂者, 若如諸唐官之憂, 則我國何患乎不振? 予不勝感慨。"
- 【태백산사고본】 7책 27권 16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642면
- 【분류】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군정(軍政) / 군사-전쟁(戰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