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참의 이정암이 해서에서 의병을 일으키다
전 참의 이정암(李廷馣)이 해서(海西)에서 의병을 일으키니, 왕세자가 서압(署押)하여 초토사(招討使)로 삼아 연안성(延安城)을 지키게 하였다. 당초에 정암이 대가(大駕)가 장차 서쪽으로 행차한다는 소문을 듣고 눈물을 흘리면서 어미에게 작별하며 말하기를 ‘국가의 녹(祿)을 먹는 자로서 이러한 시기를 당해서는 나라를 위하여 죽는 것이 당연하니, 지금 불효자가 됨을 면할 수 없다.’ 하고, 바로 그의 처와 은밀히 약속을 하고는 밤에 문을 잠그고 함께 목을 매었으나 집안 사람이 알고 구하였다. 이에 탄식하기를 ‘오늘 죽지 못한 것도 운명이다.’ 하고, 즉시 대가를 따라 개성(開城)에 이르렀다. 마침 동생 이정형(李廷馨)이 유수가 되었는데 상에게 주청하여 형과 함께 사수(死守)하기를 원하자, 상이 허락하였다. 얼마 있다가 임진강(臨津江)의 방어에 실패하고 개성도 따라서 무너지자, 정암이 대가를 따르지 못한 것을 한스럽게 여기고 마침내 연안(延安)으로 달려갔다. 당시 적병은 해서의 주군(州郡)을 나누어 점거하고 있었는데 왜장 장정(長政)이 첩지를 돌려 주민들을 유인하니 반민(叛民)들이 다투어 붙좇았다. 감사와 수령은 모두 바닷가나 산 속으로 숨어버리고 연안 부사도 피하여 도망한 상태였다. 정암은 전에 연안 부사로 있으면서 인애하는 덕을 폈으므로 이때 이민(吏民)이 듣고 와서 모이니, 즉시 격문을 온 도에 전하여 군사 수백 명을 모으고 처음으로 세자의 명을 받았다. 정암이 성을 지키기로 계책을 결정하니 휘하의 군사들이 모두 말하기를 ‘성이 얕고 군사가 적으며, 또 식량이 없으니 많은 적과 맞서 오래도록 지킬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정암이 듣지 않고 아호(牙號)를 세우고 충의로써 격동시켜 부르니 이른 군사가 수천 명이었으므로 이를 인하여 무기를 수선하고 성을 지키게 되었다.
- 【태백산사고본】 6책 26권 27장 B면【국편영인본】 25책 624면
- 【분류】군사-특수군(特殊軍) / 군사-전쟁(戰爭) / 외교-왜(倭) / 인사-임면(任免) / 왕실-국왕(國王)
○前參議李廷馣起義兵于海西。 王世子署爲招討使, 守延安城。 初, 廷馣聞大駕將西幸, 泣訣于母曰: "食祿者, 此時當死於國, 今不免爲不孝子矣。" 卽與其妻密約, 當夜拒戶共縊, 家人覺而捄之, 乃甦歎曰: "今日不死, 是亦命也。" 卽追駕至開城。 會, 弟廷馨爲留守, 請于上, 願與兄同死守, 上許之。 旣而臨津失守, 開城隨潰, 廷馣恨不隨駕, 遂趨延安。 時, 賊兵分據海西州郡, 倭將長政通帖誘民, 叛民爭附之, 監司、守令皆竄伏海山, 延安府使亦避去。 廷馣舊爲府使有遺愛, 吏民聞而來集, 卽傳檄一道, 集兵數百, 始受世子之命。 廷馣決策守城, 麾下士皆謂: "城淺兵少又無糧, 不可當大敵久守。" 廷馣不聽, 乃建牙號, 召激以忠義, 兵至數千, 仍治兵守城。
- 【태백산사고본】 6책 26권 27장 B면【국편영인본】 25책 624면
- 【분류】군사-특수군(特殊軍) / 군사-전쟁(戰爭) / 외교-왜(倭) / 인사-임면(任免) / 왕실-국왕(國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