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토사 김성일이 장계를 올려 곽재우의 공과를 논하다
초토사(招討使) 김성일이 장계를 올려 곽재우(郭再祐)의 공과(功過)를 논하고 너그럽게 용서하여 적을 토벌하게 할 것을 청하자, 그대로 따랐다. 재우는 본래 강개(慷慨)한 선비로서 맨손으로 의병을 일으킨 뒤 오로지 의기(義氣)로 많은 군사들을 고무시켰다. 그런데 처음에 감사 김수(金睟)가 패배하여 도망친 것을 보고 의리에 의거하여 그를 벤 연후에 군사를 일으키려고 하였는데, 김성일 등이 타일러서 그만두었었다. 그러다가 이때에 이르러 공을 이루지 못했음을 분하게 여기던 차, 또 김수가 재우의 기병한 사실을 순수하게 나라를 위한 행동이 아니라고 터무니없이 날조하여 치계(馳啓)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이에 재우가 마침내 상소하기를,
"왜적이 쳐들어오게 된 것은 단지 인심이 이반되고 흩어져 흙이 무너지듯 손댈 수 없는 근심이 있었기 때문인데, 대체로 인심을 이반하게 한 자는 감사 김수입니다. 김수가 두 차례나 본도의 감사가 되어 정사를 행하는 것이 사나운 호랑이보다 더 가혹하였으므로 성상의 은택이 막혀 내려지지 않게 되어 흙이 무너지듯 손댈 수 없는 형태가 이미 일이 일어나기 전에 나타났습니다. 그러다가 왜구가 침입하자 자신이 먼저 도망침으로써 한 도의 수장(守將)으로 하여금 한 번도 서로 싸워보지도 못하게 하였으니, 김수의 죄는 머리털을 뽑아 세면서 처벌하더라도 인심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합니다.
그래서 신이 삼가 격문을 도내에 보내어 그의 죄를 나열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잡아 죽이도록 하였습니다. 어떤 사람은 도주(道主)037) 의 과실을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하였습니다만, 아무런 일이 없는 평상시라면 진실로 도주를 비난하는 것이 부당하겠으나 이처럼 위급한 때에 모두가 각자 침묵만 지킨다면, 이는 한갓 도주가 있다는 것만 알고 전하(殿下)가 있다는 것은 모르는 것입니다."
하였다. 그리고는 재우 자신이 격문을 지어 도내에 전파시켜 김수의 10가지 죄를 수죄(數罪)한 뒤, 도내 여러 장령(將領)으로 하여금 일제히 김수가 있는 곳에 모여 그 머리를 베어 행재소에 보내야 한다고 하였는데, 그 격문의 끝에 이르기를,
"네가 천지 사이에서 숨을 쉬고 있으나 실제로는 머리가 없는 시체와 같다. 네가 조금이라도 신자(臣子)의 의리를 안다면 너의 군관으로 하여금 너의 머리를 베게 하여 천하 후세에 사죄해야 마땅하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장차 너의 머리를 베어 신인(神人)의 분노를 씻겠다. 너는 그것을 알라."
하였다. 김수가 크게 노하여 역시 휘하(麾下)의 수령 등을 시켜 격문으로 재우를 수죄케 하며 역적 곽재우라고 부르는 한편, 김성일의 진으로 하여금 의령(宜寧)에 수금(囚禁)케 하고, 또 재우의 불궤(不軌)를 도모하는 정상이 불측(不測)하다고 장계하였다. 그러나 성일은 이에 따르지 않고 장계을 올려 재우가 충성심에서 분발한 것과 가산을 흩어 의병을 일으킨 정상을 낱낱이 아뢰고, 인하여 아뢰기를,
"재우가 실제로 역심(逆心)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현재 정병(精兵)을 장악하고 있으니 한 사람의 역사(力士)를 보내 체포할 수 없고 만약 역심이 없다면 한 장의 편지로도 충분히 개유(開諭)할 수 있겠기에 신이 직접 편지를 써서 효유하였고 김면(金沔)도 편지를 보내어 경계시켰습니다. 그러자 재우가 바로 태도를 바꿔 순종하였으며, 진주(晉州)가 포위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군사를 이끌고 벌써 구원하러 달려갔습니다.
재우가 일개 토민(土民)의 신분으로 감사를 범하려고 하여 격문을 돌려 그 죄를 성토한 일은, 아무리 스스로 국가를 위하여 분격해서 이러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질서를 어지럽힌 백성의 행위에 해당되니 즉시 토주(討誅)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건대 재우는 온 나라가 함몰된 때를 당하여 고군(孤軍)을 일으켜 의분(義奮)에 떨며 적을 무찔렀으므로 도내의 쇠잔한 백성들이 그를 간성(干城)으로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난언(亂言)하였다는 이유로 즉시 주륙(誅戮)을 가한다면 남은 성을 보존하여 적을 막을 계책이 없을 뿐더러 군민(軍民)들도 그의 죄를 알지 못한 채 필시 일시에 무너지고 흩어져 버릴 것입니다. 그래서 신이 미봉책(彌縫策)으로 재삼 경계시키고 타일러 이미 순종하였는데, 이 일 때문에 순찰사에게 죄를 얻게 된다면 서로 용납하기 어려울 듯하므로 신이 또 김수에게 편지를 보내어 그로 하여금 잘 대우하게 하였으니 염려할 만한 변고는 없을 듯합니다.
다만 김수가 이미 곽재우를 반적(叛賊)이라고 하여 계문하였고 또 다른 사람이 사주하였다고 말을 하였으니, 만약 이런 이유만으로 처벌을 한다면 그가 복죄(服罪)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 도의 인심을 수습하기 어려울 듯하니 매우 가슴아프고 절박합니다. 재우가 충의심에서 분발하여 용맹스럽게 적을 토벌한 상황은 한 도에 널리 알려져 아동(兒童)과 주졸(走卒)들도 모두 곽 장군(郭將軍)이라고 일컫고 있으니, 만약 광망(狂妄)한 언동에 대한 처벌을 조금 늦춘다면 틀림없이 성공을 거둘 것입니다.
신이 4월 중에 호남(湖南)으로 들어가 운봉현(雲峯縣)에 도착하니, 호남(湖南) 사람들이 순찰사 이광(李洸)이 근왕(勤王)하는 일에 태만하다고 하여 성토하려 하면서 신에게 비밀히 말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이 대의로써 그들을 책망한 뒤에 즉시 김수에게 의논하여 이광에게 알려 대비하게 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김수가 말하기를 ‘저들이 근왕하는 일을 태만하게 한다는 이유로 성토하려고 하니 의사(義士)라고 말할 만하다. 그러나 만약 이광이 듣고서 이 사람들을 처벌한다면 인심이 더욱 격분할 것이니 이 일을 이광이 알게 할 수는 없다.’ 하였으므로 신이 그 말을 따라 그만두었습니다. 지금 재우의 일도 바로 이와 같으니 김수가 진실로 호남(湖南) 사람들의 의로움에 대하여 조처한 것처럼 재우의 일을 처리한다면 난처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하였다. 행조(行朝)에서 김수의 장계를 보고 난처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성일의 장계를 보고는 미심쩍은 의심이 확 풀려, 즉시 김수를 소환하니, 영남의 인정이 크게 감복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책 26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621면
- 【분류】군사-전쟁(戰爭) / 군사-특수군(特殊軍) / 외교-왜(倭) / 인사-관리(管理) / 인물(人物) / 사법(司法)
- [註 037]도주(道主) : 감사를 가리킴.
○招討使金誠一狀論郭再祐功過, 請寬貸討賊, 從之。 再祐本慷慨士, 白手起兵, 專以義氣, 鼓動士衆。 見監司金睟敗遁, 初欲仗義斬之, 然後擧兵, 金誠一等諭而止之。 至是, 憤事功不就, 又聞睟疑再祐起兵, 非純于爲國, 構誣於馳啓中。 再祐遂上疏, 有云:
倭賊之來, 只由於人心離散, 而有土崩之患也。 夫使人心離者, 監司金睟也。 睟再爲此道監司, 發政甚於猛虎, 聖澤雍而不下, 土崩之形, 已見於無事之前。 及其寇來, 身先退遁, 使一道守將, 一未交鋒相戰, 睟之罪雖擢髮而誅之, 猶未足以厭人心。 臣謹移檄道內, 列數其罪, 而使人人誅之。 或以言道主之過爲咎, 當平居無事之日, 固不當非其道主, 如此急難危亡之際, 各皆含默, 則是徒知有道主, 而不知有殿下也。
再祐自作檄文, 播示道內, 數睟十罪, 使道內諸將領, 齊會睟所在處, 斬其首送于行在。 其檄詞末云:
汝雖視息於天壤間, 實無頭屍也。 汝若少知臣子之義, 則當使汝軍官, 斬汝之頭, 以謝天下後世。 如其不然, 我將斬汝之頭, 以洩神人之憤, 汝其知哉!
金睟大怒, 亦使麾下守令等, 檄數再祐, 題曰逆賊郭再祐, 使金誠一陣, 捉囚宜寧, 又狀啓再祐不軌不測。 誠一不從, 狀啓歷言再祐忠義奮發, 破家起兵狀, 仍言:
再祐實有逆心, 則方握精兵, 非一力士所捕; 若無逆心, 則一書足以開諭, 故臣已手書譬諭, 金沔亦貽書戒之, 再祐飜然聽順, 聞晋州被圍, 已提兵馳援。 再祐以一介土民, 欲犯道主, 聲罪移檄, 雖自謂爲國奮憤, 以至於此,’ 跡涉亂民, 卽宜誅討, 而更念再祐當擧國陷沒之餘, 能擧孤軍, 奮義擊賊, 道內殘民倚爲干城。 今以亂言, 卽加誅戮, 則保存餘城, 禦賊無計, 軍民未知其罪, 必一時潰散。 故臣欲爲彌縫之計, 再三戒勑, 已爲從順, 而以此得罪於巡察使, 恐難相容。 臣又貽書金睟, 使之善待, 則似無可虞之變。 但睟旣以再祐爲叛賊而啓聞, 又以他人指嗾爲言。 若但如此而加誅, 非但渠不服罪, 一道人心恐難收拾, 極爲痛迫。 渠之忠義奮發, 噴勇討賊之狀, 布著一道, 兒童、走卒皆稱郭將軍, 若少緩狂妄之誅, 必有成効矣。 臣於四月中, 取路湖南, 到雲峰縣, 湖南之人以巡察使李洸緩於勤王, 欲討之, 或有密言於臣, 臣以大義折之, 卽議于金睟, 欲通于洸以備之。 睟曰: "彼以勤王之緩欲討之, 可謂義士也。 若洸聞而誅此人, 則人心益激, 此不可使洸聞之也。" 臣從其言而止。 今再祐之事, 正類於此。 睟苟以處湖南之義, 處再祐, 則事無難處者矣。
行朝見睟狀, 方難於處置, 得誠一狀乃釋然, 卽召睟還, 嶺南人情大服。
- 【태백산사고본】 6책 26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6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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