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에게 종묘 사직을 받들고 분조하도록 명하다
세자에게 종묘 사직을 받들고 분조(分朝)하도록 명하였다. 상이 밤에 종신(從臣)을 불러 의논하기를,
"나는 내부(內附)를 청하겠다. 세자는 당연히 종묘 사직을 받들고 감무(監撫)하면서 나라에 머물러야 할 것이다. 누가 나를 따라 요동으로 건너가겠는가."
하니, 이항복이 아뢰기를,
"신은 부모가 돌아가셨으며 나이도 젊고 병이 없으니 죽기를 각오하고 어려움을 따르겠습니다."
하였는데, 나머지는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상이 항복으로 하여금 밖에 나가 따르기를 원하는 자를 모집하도록 하였는데, 오직 승지 홍진(洪進), 이조 참의 이괵(李𥕏)과 무신(武臣) 한연(韓淵) 등 세 사람만이 응모하였다. 항복이 상이 직접 호종하는 신하의 명부에 낙점(落點)하여 영을 내릴 것을 주청하니 상이 재삼 망설이다가 마침내 수행할 제신(諸臣)을 지명하고 나머지는 세자를 따르도록 하였는데, 최흥원(崔興源) 등 10여 인이 세자를 따르게 되었다. 그 중 유홍(兪泓)은 상의 행차를 따르게 되었는데, 다시 상소하여 세자를 따라 사직의 회복을 도모할 것을 청하자 상이 답하지 않았다. 유홍이 길가에서 배사(拜辭)하고 물러났다. 상이 이날 박천에 머물렀다. 이튿날 걸음을 재촉하여 밤 오고(五鼓)에 가산(嘉山)에 도착하였다. 이날 밤에 비가 내리고 길은 어두운데 한 자루의 횃불도 없었으며 따르는 신하도 정철 등 2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이항복과 박동량(朴東亮)이 병조의 관원을 앞장 세워 길을 인도하게 했는데, 온갖 어려움과 고통은 형언할 수가 없었다.
- 【태백산사고본】 6책 26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25책 619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행행(行幸) / 군사-전쟁(戰爭) / 외교-왜(倭)
○命世子奉廟社分朝。 上夜召從臣議曰: "予則當請內附, 世子宜奉廟社, 監撫留國。 誰肯從予渡遼者?" 李恒福曰: "臣無父母, 年少無病, 當以死從難。" 餘無對者。 上令恒福出外, 募願從者, 唯承旨洪進、吏曹參議李𥕏、武臣韓淵三人應募。 恒福請自上點從臣簿下令, 上再三持難, 遂自除從行, 諸臣餘付世子, 崔興源等十餘人從世子。 兪泓當從上行, 上疏請從世子, 圖復社稷, 上未答, 而泓拜辭於路左而退。 上是日次博川, 翌日促行, 夜五鼓到嘉山。 是夜雨作路黑, 行無炬燭, 從臣鄭澈等不滿二十人。 李恒福、朴東亮以兵官先導, 艱險萬狀。
- 【태백산사고본】 6책 26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25책 619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행행(行幸) / 군사-전쟁(戰爭) / 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