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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수정실록 26권, 선조 25년 5월 1일 경신 15번째기사 1592년 명 만력(萬曆) 20년

적이 종묘를 불태우다

적이 종묘를 불태웠다. 적이 처음 도성에 침입했을 때 궁궐은 모두 타버리고 종묘만 남아 있었으므로 왜의 대장 평수가(平秀家)가 그 곳에 거처하였는데, 밤중에 괴이한 일이 많고 따르던 졸개 중에 갑자기 죽는 자도 생겼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이 곳은 조선의 종묘로서 신령(神靈)이 있는 곳이다.’고 하자, 평수가가 두려워하여 마침내 종묘를 태워버리고 남방(南坊)에 【바로 남별궁(南別宮)이다.】 이거(移居)하였다.

도성의 사족(士族)들이 처음에는 모두 멀리 피했고, 시민(市民)과 천인(賤人)들도 경기 가까운 곳으로 흩어져 나갔다. 그런데 왜인들이 방(榜)을 걸고 불러 모으자 점점 도로 들어와 방시(坊市)가 모두 꽉 차게 되었다. 적이 성문을 지키면서 적첩(賊帖)을 휴대한 사람은 출입을 금지시키지 않았으므로 우리 백성들이 모두 적첩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불량한 젊은이와 무뢰배들이 모두 적에게 붙어 향도(嚮導) 노릇을 하며 못된 짓을 저지르는 자가 매우 많았다. 왜인들은 금계(禁戒)를 엄히 하면서 고자질하는 길을 열어놓았는데 간사한 백성들이 이로써 상을 받기도 하였다. 서로 모여 말을 하거나 거동이 수상한 자는 모두 태워 죽였는데 동대문 밖에 해골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전 공조 참의 성세녕(成世寧)의 기생첩에게 양녀(養女)가 있었는데, 왜장(倭將)의 총애를 받았다. 성세녕이 그의 아우 성세강(成世康)과 모두 나이가 많아 양주(楊州)의 산중에 피난하여 있었는데, 그 양녀를 인연하여 도로 집으로 들어가 그전처럼 거처하였으며 왜인들이 그를 존대하였으니, 문관(文官)으로서 적에게 붙은 자는 성세녕뿐이었다.


  • 【태백산사고본】 6책 26권 9장 B면【국편영인본】 25책 615면
  • 【분류】
    외교-왜(倭) / 군사-전쟁(戰爭) / 왕실-종사(宗社)

○賊焚宗廟。 賊初入城, 宮闕燒盡, 而宗廟獨存。 大將平秀家處其中, 夜間多怪, 從卒有暴死者。 人言此朝鮮宗廟, 有神靈。 秀家懼, 遂焚宗廟, 而移寓南坊。 【卽南別宮。】 都城士族初皆遠避, 市民、賤人亦散出近畿。 倭人掛榜招集, 稍稍還入, 坊市皆滿。 賊守城門, 凡帶賊帖者不禁, 故我民皆受賊帖。 惡少、無賴者皆附賊嚮導, 作惡者甚衆。 倭人嚴禁戒, 開告訐, 姦民以此受賞。 偶語異色者, 皆不免燒殺, 東門外髑髏, 堆積如丘。 前工曹參議成世寧妓妾有養女, 爲將所嬖, 世寧與其弟世康皆年老, 避在楊州山中, 因緣其女, 還入宅居如舊, 倭人尊待之, 文官附賊者, 惟世寧而已。


  • 【태백산사고본】 6책 26권 9장 B면【국편영인본】 25책 615면
  • 【분류】
    외교-왜(倭) / 군사-전쟁(戰爭) / 왕실-종사(宗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