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회 세자빈 윤씨의 졸기
3일에 순회 세자빈(順懷世子嬪) 윤씨(尹氏)가 졸(卒)하였다. 윤씨는 참판 윤옥(尹玉)의 딸로서 10세에 간택되어 덕빈(德嬪)에 책봉되었는데, 이듬해에 세자가 졸하였다. 그러나 인순 왕후(仁順王后)002) 의 유명(遺命)으로 궁궐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하였으며, 상이 또 왕세자를 세우지 않았으므로 빈이 그대로 동궁(東宮)에 거처하였다. 상이 정성을 다해 그를 대우하였으며 여러 비빈(妃嬪)들도 모두 따르며 수학(受學)하였다. 빈의 성품이 지극히 정결(貞潔)하였는데 세자의 상사를 당한 뒤로부터 종신토록 언제나 상중에 있는 것처럼 하였으며 친척들의 궁궐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세자의 영혼을 기원하는 뜻에서 불공(佛供)을 자주 드렸으나 상이 가엾게 여겨 금지시키지 않았는데, 이때에 이르러 졸한 것이다. 시호를 공회(恭懷)라 하고 장차 세자원(世子園)에 부장(附葬)하려고 공사를 크게 일으켰는데, 갑자기 왜변(倭變)을 만나 미처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상이 피난을 가게 되었다. 이에 빈소(殯所)를 모시고 있던 관리 몇 사람이 후원(後苑)에 임시로 매장하려 하였으나 재실(梓室)003) 이 무거워 옮길 수 없었는데, 조금 있다가 궁전에 불이 나는 바람에 관리들도 모두 흩어져버리고 말았다. 이에 궁인(宮人)들이 그를 추모하고 비통해 하면서 말하기를 ‘빈이 살았을 적에 불교를 숭상하였는데, 우연히 화장(火葬)하게 되었으니 그것도 생전의 뜻에 부합된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책 26권 1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611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왕실-종사(宗社) / 인물(人物)
○朔辛酉/初三日〔癸亥〕 , 順懷世子嬪 尹氏卒。 尹氏, 參判珏之女, 十歲應選, 冊封德嬪, 翌年世子卒。 仁順王后遺命勿令出宮, 上且未建儲嬪, 仍處東宮。 上待遇盡誠, 諸妃、嬪皆從受學。 嬪性至貞潔, 自世子喪後, 終身常如宅憂, 絶不許親戚出入宮禁。 爲祈祝先靈, 頗從事供佛, 上憐之不禁。 至是, 卒, 諡曰恭懷。 將附葬世子園, 工役大興, 値倭變卒急, 未及葬, 而上出幸。 侍殯官吏若干人, 欲權後苑, 而梓室重, 不能移運, 俄而宮殿火起, 官吏皆散矣。 宮人追慕悲慟以爲: "嬪生時, 崇尙釋典, 邂逅火葬, 亦合先旨" 云。
- 【태백산사고본】 6책 26권 1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611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왕실-종사(宗社) / 인물(人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