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납 김권이 피혐하여 체직되고 정숙남을 헌납으로 삼다
헌납 김권(金權)이 피혐하여 아뢰기를,
"동료들이 차자로 서익의 상소의 잘못을 논하려 하는데 신의 견해는 그와 다릅니다. 전에 세 사람이 이미 유배되고 이이가 조정으로 돌아왔을 때 정여립이 진정으로 이이를 위하였다면 마땅히 화평시키고 진정시켜 중도를 잃지 않도록 하라고 경계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도리어 그 편지에 ‘한두 간사한 사람이 쫓겨났으나 거간이 아직 조정의 언론을 장악하고 있어 화란을 기화로 여기는 마음이 그치지 않고 있으니, 후일의 화가 지금보다 더 심해질 것이다.’ 하고 또 ‘분서 갱유(焚書坑儒)의 화가 조석에 박두하였다.’ 하였으니, 이 말이 과연 무슨 말입니까. 훗날 입시하여서는 전날의 삼사(三司)를 쓰지 않은 것004) 을 이이의 잘못으로 돌리면서 그지없이 훼방하였으니 그 실정을 캐본다면 누구인들 여립을 형편없는 사람이라 하지 않겠습니까. 서익이 애초에 남쪽에 있으면서 여립의 논의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격분한 나머지 이런 말을 한 것입니다. 그의 의도는 화평시키는 데에 목적이 있는데, 또 말한 자에게 무거운 죄를 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신이 동료들의 의견이 중도에 지나쳤다고 하였는바, 형편상 서로 용납할 수 없으니 신의 직책을 가소서."
하였는데, 답하기를,
"네가 그 편지를 보았는가?"
하니, 이에 회계하기를,
"신이 직접 보았습니다."
하였다. 또 하교하기를,
"그 편지가 여립이 이이를 헐뜯고 배척하기 전에 나왔는가, 아니면 그 뒤에 나왔는가?"
하니, 또 아뢰기를,
"그 뒤에 나왔습니다."
하였다. 답하기를,
"너는 그 편지를 보았으므로 그가 격분한 나머지 올린 것이라고 여겼겠지만, 동료들은 필시 그들 나름대로의 견해가 있는 것이니 남의 말을 가탁하였다고 한 것은 무방하다. 다만 서익이 여립을 논한 일은 비록 옳다 하더라도 그밖의 것은 진정 간사한 말이니 네가 화평에 목적을 두었다고 한 것은 오인한 것이다. 다만 네가 그 편지를 보았다고 하였으니 달리 의심할 수 없다. 그러나 헤아리기 어려운 것은 사람의 말이다."
하였는데, 그 까닭은 여립의 편지란 것이 인정에 가깝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권이 물러가 물론을 기다렸는데 헌부가 탄핵하여 체직시키고 정숙남(鄭淑男)을 헌납으로 삼았다.
- 【태백산사고본】 4책 19권 6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542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 [註 004]전날의 삼사(三司)를 쓰지 않은 것 : 계미년에 북방에 유배되었던 허봉·송응개·박근원 등을 이이가 적극 구해(救解)하여 기용하지 않았다는 것.
○獻納金權避嫌啓曰: "同僚欲箚論徐益上疏之非, 而臣之所見則有異。 前者三人旣竄、李珥還朝, 汝立爲珥計, 則當以和平鎭定, 使無失中爲戒。 而其書有曰: ‘一二憸人, 雖已竄逐, 巨奸尙握朝論, 樂禍之心, 囂然其未已, 後日之禍, 將有甚於今日。’ 且云: ‘焚坑之禍, 迫在朝夕。’ 此言果何如也? 至於後日入侍, 則以不用前日三司, 歸咎於珥, 毁謗無所不至, 若得其情, 孰不以汝立爲無狀也? 益初在南中, 汝立議論, 無不知之, 所以憤憤, 有此論說也。 其意主於和平, 且言者不可深罪, 故臣以僚議爲過中。 勢不相容, 請遞臣職。" 答曰: "汝觀其書乎?" 回啓曰: "臣目覩之矣。" 又敎曰: "其書出於汝立詆斥李珥之前乎? 其後乎?" 又啓曰: "出於詆斥之後矣。" 答曰: "爾則見其書, 故以爲出於憤憤, 同僚則必各有所見, 故以爲託爲人言者, 不妨也。 但益之論汝立之事雖是, 其他則眞邪說也。 爾之以爲主於和平則誤矣。 但爾旣觀其書, 更無可疑, 然但難測者, 人言也。" 蓋汝立之書, 不近人情故也。 權退待, 憲府劾遞之。 鄭淑男爲獻納。
- 【태백산사고본】 4책 19권 6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542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