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헌부가 이순인이 시세에 영합한다고 체직을 청하다
사헌부가 아뢰기를,
"직제학 이순인(李純仁)은 시세에 영합하여 승진하려고 했으므로 여론이 그르게 여깁니다. 체직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이순인이 영합한 것은 어떤 일인가?"
하였다. 회계하기를,
"이순인은 모든 일에 생소하고 어두우면서도 시세에 영합은 잘합니다. 처음에는 조원(趙瑗)에게 붙었다가 다시 이발(李潑)에게 붙었으며, 이이(李珥)와는 젊었을 때부터 서로 친한 사이였는데 그가 득세하고 못함에 따라 향배를 달리했으니, 그의 행실을 이런 데에서 알 수 있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순인은 시강(侍講)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또 어떤 일을 맡지 않았으므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물었을 뿐이다. 바로 아뢴 대로 하라."
하였다. 이순인은 젊었을 적에 이산해(李山海)·최입(崔岦)·최경창(崔慶昌)·백광홍(白光弘)·윤탁연(尹卓然)·송익필(宋翼弼) 및 이이와 벗이 되어 ‘팔문장(八文章)’이라고 일컬어졌다. 그러나 본래 학식은 없이 시명(詩名)만 있었을 뿐으로 같은 무리 중에서는 가장 못난 인물이었으나 교우들이 훌륭했기 때문에 특별히 등용되었다가 이때에 와서 탄핵을 받은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4책 18권 2장 B면【국편영인본】 25책 536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사법-탄핵(彈劾) / 인물(人物)
○司憲府啓曰: "直提學李純仁, 趨合時好, 以媒進取, 物議非之。 請遞職。" 答曰: "李純仁趨合, 有何事耶?" 回啓曰: "純仁生疎迂暗, 善於趨時。 初附趙瑗, 又附李潑。 至於李珥, 乃其自少相善者, 而觀其冷暖, 以爲向背。 其行己, 於此可見矣。" 上曰: "純仁侍講不久, 又不任事, 予不知其爲人如何, 故問之耳。 卽依啓。" 純仁少與李山海、崔岦、崔慶昌、白光弘、尹卓然、宋翼弼及李珥爲友, 號八文章。 然本無學識, 但有詩名, 在儕輩最劣, 而以交遊之盛, 被特用, 至是見劾。
- 【태백산사고본】 4책 18권 2장 B면【국편영인본】 25책 536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사법-탄핵(彈劾) / 인물(人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