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빈 김씨의 졸기
공빈(恭嬪) 김씨(金氏)가 졸하였다. 공빈은 사포(司圃) 김희철(金希哲)의 따님으로 임해(臨海)·광해(光海) 두 왕자를 낳았는데, 이 때 산후병으로 졸하였다. 김씨는 본디 상의 총애를 입어 후궁(後宮)들이 감히 사랑에 끼어들지 못하였다. 병이 위독해지자 상에게 하소연하기를, ‘궁중에 나를 원수로 여기는 자가 있어 나의 신발을 가져다가 내가 병들기를 저주하였는데도 상이 조사하여 밝히지 않았으니, 오늘 죽더라도 이는 상이 그렇게 시킨 것이다. 죽어도 감히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겠습니다.’ 하였는데, 상이 심히 애도하여 궁인(宮人)을 만날 적에 사납게 구는 일이 많았다. 소용(昭容) 김씨(金氏)가 【뒤에 인빈(仁嬪)이 되었다.】 곡진히 보호하면서 공빈의 묵은 잘못을 들춰내자, 상이 다시는 슬픈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제가 나를 저버린 것이 많다.’고 하였다. 이로부터 김소용이 특별한 은총을 입어 방을 독차지하니 이는 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애초 궁중에는 조종조로부터 금성(金姓)은 목성(木姓)에 해롭다는 말이 있었기 때문에 여자를 가릴 때 언제나 제외하였었는데, 상이 임금이 되어 3빈(嬪)이 모두 김씨였고, 인목 왕후(仁穆王后)가 중전(中殿)의 자리를 잇게 되자 식자들은 불길하지 않을까 의심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11권 2장 B면【국편영인본】 25책 469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인물(人物) / 역사-사학(史學)
○恭嬪 金氏卒。 嬪是司圃金希哲女。 生臨海、光海二王子。 至是以産病卒。 金氏素有寵, 後宮無敢間幸。 及其病革, 訴于上曰: "宮中有仇我者, 取吾履隻, 詛呪病我, 而自上不覈發。 今日之死, 是上使然, 死不敢怨惡也。" 上哀悼殊甚, 遇宮人多暴急。 昭容金氏 【後爲仁嬪。】 曲爲調護, 頗揚嬪宿愆, 上不復哀念曰: "渠負予多矣。" 自是, 金昭容特承寵遇而專房, 非前比矣。 【初, 宮中自祖宗朝有言: "金姓害於木姓。" 故選女時常外之。 上之臨御三嬪皆金氏, 仁穆繼中壼, 識者疑其不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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