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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수정실록2권, 선조 1년 4월 1일 정묘 2번째기사 1568년 명 융경(隆慶) 2년

경연에 나아가다. 기대승이 국가의 폐단을 차근차근 고쳐나갈 것 등을 아뢰다

상이 경연에 나아갔다. 기대승이 입시하여 아뢰었다.

"지금 상께서는 잘 다스리려 하시고 아래서는 그 다스림을 도우려고 하는데, 이는 매우 얻기 어려운 기회입니다. 오랜 세월을 두고 국가에 폐단이 쌓여왔는데, 지금 그것을 낱낱이 다 고치려고 하면 반드시 방애되는 곳이 있을 것이고 그렇다고 내버려 두자니 폐단은 더욱 깊어져 바로잡기 어렵게 될 것이므로, 마땅히 경중(經重)을 참작하여 차근차근 고쳐나가야 할 것입니다. 고인들은 치도(治道)를 논함에 있어 대강(大綱)을 정하는 것을 위주하였습니다. 정자(程子)는 ‘나라를 잘 다스리려면 반드시 먼저 뜻을 세우고 어진이를 찾아 책임을 지워야 한다.’ 하였습니다. 만약 태평 성대를 이루려면 삼대(三代)의 성왕(聖王)을 스승으로 삼고 본받아 언제나 ‘온 나라의 민생을 위시하여 곤충·초목에 이르기까지 모두 나를 의뢰하고 있으니, 그들로 하여금 제 살 곳을 얻도록 해 주어야겠다.’ 해야 하니, 이것이 바로 임금의 입지(立志)입니다. 그 뜻이 일단 서 있으면 일욕(逸欲)이 감히 생길 수 없고 따라서 천리(天理)가 자연히 밝아지는 것입니다. 구중(九重)의 안이란 보고 들음이 넓지 못하여 아래서 그를 받들어 행하는 신하가 없으면 은택(恩澤)이 아래까지 미칠 수가 없으므로, 반드시 현인을 얻어 그에게 의심없이 맡기고 또 그로 하여금 자기가 아는 현재(賢才)들을 끌어들여 조정에 벌려 있게 한다면, 정사는 저절로 공평해질 것입니다. 이것이 구현(求賢)입니다.

이른바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것은 현인을 얻어 그를 재상의 지위 또는 육경(六卿)의 장으로 임용하여 그들을 의중(倚重)한다는 말입니다. 조종조(祖宗朝)에서는 육경의 장관(長官)이면 많은 일을 스스로 처결한 다음 아뢰었으나, 지금은 자기 임의로 처리했다간 죄를 얻을까 두려워하여 모든 일을 반드시 상의 뜻을 물어 처리하므로, 위는 항상 수고롭고 아래가 오히려 편한데 이는 옛 법이 아닙니다. 옛날에는 병조 판서가 되면 4∼5년에 비로소 갈리었으므로 무신(武臣)들의 현부(賢否)와 병사(兵事)의 수말(首末)을 다 자세히 알 수가 있었는데, 근래에는 이조 판서·병조 판서가 1년만 지나면 금방 사체(辭遞)합니다. 호조 판서는 10여 년을 갈지 않기 때문에 국가 예산이 많은지 적은지, 해가 풍년인지 흉년인지를 다 자세히 알아 그때그때 알맞게 처리할 수가 있었으므로 나라의 용도가 마치 한 집안의 용도처럼 훤하고 차질이 없었는데, 근자에는 5∼6개월이면 금방 갈아치우기 때문에 관부(官府)의 물건이 소모되는 것이 태반이 넘습니다. 옛날에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바라건대 뜻을 세우고, 어진이를 찾고, 책임을 지우는 세 가지 일에 대하여 항상 체념(體念)하소서."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4장 B면【국편영인본】 25책 409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왕실-국왕(國王) / 정론(政論)

    ○上御經筵。 奇大升入侍啓曰: "方今上意欲圖治; 下情欲補治, 此機會甚難得也。 國家積弊已久, 今若一一欲改之, 則必有妨礙處, 欲舍之, 則兪深而難捄, 當酌其輕重, 次第而行之。 古人論治, 以定大綱爲主。 程子曰: ‘欲爲治者, 必先立志, 求賢責任。’ 如欲致太平, 則當以三代聖王爲師法, 常以爲: ‘一國民生, 以至昆蟲、草木, 皆仰賴我身, 欲使之各得其所。’ 此人君之立志也。 此志旣立, 則逸欲不敢生, 而天理自明。 然九重之內, 耳目未廣, 而下無奉行之臣, 則恩澤不得下究。 必得賢而任之勿疑, 使引其所知之賢才, 布列朝廷, 則政事自平’ 此, 求賢也。 所謂責任者, 得賢而置相位及與六卿之長, 而倚重之謂也。 祖宗朝六卿長官, 事多自決, 然後上達, 而今則每以擅斷得罪爲懼, 凡事必稟上旨, 上勞而下逸, 此非古法也。 昔爲兵判者, 四五年乃遞, 故武臣賢否、兵事首末, 皆得詳之。 近則吏兵判, 過一年卽辭遞。 戶判則十餘年不改, 故國計多少; 年運豐凶, 皆詳知酌處, 而爲之低昻, 國之用度, 視如一家用財矣。 近則或五六朔卽遞’ 以此, 官府之物耗竊居半。 古則不如是矣。 請以立志、求賢、責任三事, 常加體念。"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4장 B면【국편영인본】 25책 409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왕실-국왕(國王) / 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