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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210권, 선조 40년 4월 19일 신해 3번째기사 1607년 명 만력(萬曆) 35년

관서의 인삼 납공을 모두 면제하고 인삼의 사상을 금단하게 하다

비변사의 계목에,

"자료는 점련합니다. 관서(關西)의 중요한 방어처는 오로지 압록강 연안의 예닐곱 고을에 있는데, 근래 인삼(人蔘) 폐단이 고질화되어 군민(軍民)이 거의 다 도망쳐 흩어졌습니다. 일을 담당한 신하가 병근(病根)의 소재를 목격하고 삼공(蔘貢)을 모두 면제하여 방어의 근본을 조처하자고 하였으니, 그가 헤아린 것이 실로 범연한 것이 아닙니다. 마땅히 어떻게든 변통하여 그 소망에 부응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이 삼공은 비록 값을 정하여 포목으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인삼이 생산되는 고을은 사목(事目)에 본색(本色)으로 바치는 것을 허락한다고 되어있는데 이는 그 지방에서 생산되는 것을 따랐을 뿐만 아니라 백성들의 정원(情願)을 따른 것입니다. 또한 매입한 인삼만으로는 응용에 부족할까 염려해서인 것입니다. 만일 값을 정하여 포목으로 징수한다는 핑계로 여섯 고을에서 진공하여야 할 인삼 전부를 본래 인삼이 생산되지 않는 도(道)에 두루 분정(分定)한다면 이미 토산물로 조공을 정한다는 의의에도 어긋나는 것이고 또한 오래도록 계승할 수 있는 방법도 아닙니다. 강변에서 조공하는 인삼을 양감(量減)한 액수도 역시 많으니 백성의 출력(出力)이 비교적 조금은 펴진 편이므로 오직 본도가 조정에서 법을 설립한 지극한 뜻을 우러러 본받아 착실히 거행한다면 변방 백성이 입는 혜택이 어찌 미미하겠습니까.

오늘날의 공삼(貢蔘)은 이미 삼상(蔘商)에게만 전적으로 의지할 수 없고 설치한 삼상도 경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본도의 평양(平壤)·영변(寧邊)·의주(義州) 등지에 가장 많이 있습니다. 이들을 엄중히 색출하여 성명을 기록해서 장부로 만들어 해조에 보냈고 해조에서는 이문(移文)하여 금단시키게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나 수령이 사정(私情)에 끌리기도 하고 관절(關節)에 구애되기도 하여 제대로 통렬히 금하지 못한 탓으로 이렇게 된 것이니, 매우 가슴아픕니다. 지금부터는 여러 고을에 신칙하여 이들을 엄중히 금단해서 발을 붙일 수 없게 한다면 삼상이 공가(公家)에 무역하는 것이 반드시 많을 것이고 따라서 본도의 영구한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북도에 병사를 첨가하는 일은 이렇게 된 다음부터 헤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사세가 이와 같으니 이번에는 분정(分定)하지 말고, 방비하는 제반 일도 다시 전력을 다해 조처하여 조정에서 기대하는 뜻을 저버리지 말 것으로 병사(兵使)에게도 아울러 이문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아뢴 대로 윤허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나라가 망하려면 반드시 우물(尤物)이 생겨 빌미가 되는 것이다. 여요(女妖)만 그럴 뿐이 아니라 비록 한낱의 풀과 나무라도 실로 백성을 병되게 하고 국가를 좀먹는 것이라면 우물이 아닌 것이 없다. 그러므로 단사(丹砂)가 한(漢)나라를 위태롭게 하였고, 여지(荔枝)가 당(唐)나라를 기울게 하였으며, 화석(花石)이 송(宋)나라를 망쳤다. 나라가 전성할 시기에는 구하여 얻지 못할 것이 없어 하고 싶은 대로 하였으니 몇 가지의 미미한 물건의 해독이 이렇게 되는 줄을 뉘라서 알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 애호(愛好)함이 지극하면 반드시 주구(誅求)를 하게 되고, 주구를 그만두지 않으면 반드시 백성이 병들게 된다. 백성이 병들어도 그치지 않으면 반드시 재물이 바닥나는데 이르게 되고, 재물이 바닥나도 그치지 않으면 반드시 세금을 증가하게 된다. 세금이 증가되어도 그치지 않으면 반드시 흩어지게 되는 것이니, 흩어져 도적이 되면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이렇게 본다면 한 포기의 풀이 국가를 망친다는 것이 어찌 빈말이겠는가. 대저 인삼이라는 물건은 기껏해야 의방(醫方) 가운데 일 등의 풀에 불과한 것으로 시기에 맞추어 채취하여 소 오줌이나 말 똥과 함께 쓰이는 것이니, 있더라도 천하 사람으로 하여금 병이 없게는 못하는 것이고, 없더라도 천하의 사람을 모두 병되게는 못하는 것이니, 있고 없는 것이 국가의 쓰임새에 관계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은 인삼 때문에 온 나라가 허둥대며 항상 부족하다는 탄식이 있기 때문에 민생이 슬퍼하며 이마를 찡그리는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있으니 백성을 치료하는 풀이 도리어 백성을 병되게 하는 물건으로 되었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우리 나라에서 인삼을 바치는 것은 기껏해야 지방의 산물에 불과한 것인데, 중국에서 인삼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마치 장생초(長生草)처럼 여긴다. 그리하여 먼 지방의 산물을 항용하는 차(茶)로 삼아 공경(公卿)과 사서(士庶)가 모두 그렇게 하지 않는 이가 없으므로 옮겨다 판매하면 그 이익이 일백 배나 된다. 이익의 근원이 한 번 열리자 인삼의 값이 더욱 비등하여 우리 나라의 간사한 무리가 사사로이 이익을 취하니, 여러 궁가(宮家)와 권문 세가에서도 이를 모방하여 행하고 삼상을 불러 들여 서로 이익을 나누는가 하면 역관과 결탁하여 중원(中原)에다 판매하므로 중국의 은(銀)과 우리 나라의 삼이 그 이익이 동등하다. 이러니 인삼이 어떻게 귀하지 않겠으며 백성이 어떻게 병들지 않겠는가. 위에서 욕심내지 않은 다음에야 백성이 도적이 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는 것이고, 위에서 이익을 다투지 않은 다음에야 백성의 간사함을 금지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한 사신의 행차에도 두루 여러 고을에 청구하고 있고 중국 관원이 나오면 징색하느라 마을에 소동이 인다. 북경에 갈 때는 또 대궐에서 역관을 불러 들여 은과 삼을 적당히 주어 당물(唐物)을 사들이게 하는데 이를 궐내 무역이라고 하니, 이는 사신도 금지시킬 수 없고 어사도 감히 적발하지 못한다. 이것을 빙자하여 간사한 짓을 하니 무엇을 꺼려 하지 못할 것이 있겠는가. 궁중에서 상투를 높이면 사방에서는 한 자가 되게 한다고 하였다. 제군(諸君)도 그렇게 하고 권문 세가도 그렇게 하니 사람마다 다투어 본받아 위아래가 서로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 백성을 병들게 하여 자신을 받드는 것을 비단 임금 뿐만 아니고, 농단(壟斷)하여 이익을 거두어 들이는 것이 유독 장사치 뿐만 아니다. 이렇게 하면서 본도로 하여금 삼상을 많이 불러 들여 엄중히 금단을 가하라고 하니, 마치 원천을 막지 않고 지류만 막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 될 수 있는 일이겠는가. 지금 마땅히 인삼의 폐단을 통렬하게 진달하여 속히 진헌하는 물건을 백성들이 채취하는 것에 따를 것이요, 크고 작음을 가리지 말라고 명하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무역하는 인삼은 대궐에서부터 단절하고 다음은 궁가를 금지하고 다음은 권문세가를 금지한 연후에야 금지령이 사방에 전달되어 삼상이 절로 단절되고 인삼 값이 절로 정상이 되어 인삼을 기껏해야 창출(創朮)·백출(百朮)에 불과하게 여기게 될 것이니, 내륙에 이정(移定)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지금 성상께서 서쪽 변방의 걱정으로 인하여 무마하는 전교가 있으니 이것이 바로 뿌리를 뽑고 원천을 막을 기회인데, 해조(該曹)에서 제대로 반복 개진하여 영원히 큰 폐단을 막지 못하고 도리어 구구하게 무역하여 수집하여도 모자란다느니 이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느니 하고 논계함으로써 오랜 세월 백성을 병들게 한 초물(草物)을 마침내 국가를 공허하게 하는 요초(妖草)가 되게 하였으니 못내 통탄스럽다.


  • 【태백산사고본】 113책 210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326면
  • 【분류】
    재정-공물(貢物) / 상업-상인(商人) / 군사-군정(軍政) / 역사-사학(史學)

    ○備邊司啓目: "粘連。 關西防守之重, 專在沿江六七邑, 而近因人參弊痼, 軍民逃散殆盡。 當事之臣, 目見病根所在, 乃以盡蠲參貢, 爲措置防備之本, 其所料理, 誠不偶然。 所當曲加變通, 以副其望。 而第此參貢, 雖令定價取布, 而産參之邑, 則事目內許以本色備納者, 非但隨地所産, 從民情願, 亦恐貿參不足於應用。 故若諉以定價收布, 而盡將六官貢參, 遍爾移定於本不産參之道, 則旣非任土制貢之意, 亦非久遠可繼之道矣。 江邊貢參量減之數亦多, 民之出力, 比於少紓, 惟在本道仰體朝廷立法至意, 着實擧行, 則邊民之蒙惠, 豈微微哉? 今日貢參, 旣無專靠於參商, 而所設參商, 不但在於京城, 本道如平壤寧邊義州等地, 最爲多在。 嚴加括出, 小名成籍, 輸送該曹, 移文禁斷, 非一非再, 守令或牽於私情; 或拘於關節, 不能痛禁, 以致如此, 極爲痛心。 自今以後, 申飭列邑, 嚴禁此輩, 使不得接足, 則參商之應貿於公家者必多, 而可爲本道永久之利矣。 北道添兵則自此亦料事勢如此, 今番不爲分定, 防備諸事更宜專力措置, 毋負朝廷期待之意事, 兵使處幷爲行移何如?" 啓依允。

    【史臣曰: "國之將亡, 必有尤物, 爲之祟焉。 非獨女妖爲然, 雖一草木之微, 苟可以病民蠹國者, 莫非尤物也。 故, 丹砂危; 荔枝傾; 花石覆。 當其全盛之時, 求無不獲, 惟意所欲, 孰知數物之微, 爲害至此哉? 然其愛好之極, 必至誅求; 誅求不已, 必至民病; 民病不已, 必至財竭; 財竭不已, 必至賦加; 賦加不已, 必至離散。 散而爲盜, 何所不至? 以此觀之, 一草亡國, 豈虛語哉? 夫參之爲物, 不過醫方中一等草, 及時採取, 與溲渤同其用, 有之不能使天下人無病; 無之不能使天下人皆病, 有無不關於國用明矣。 今也以參之故, 而擧國遑遑, 恒有不足之嘆, 民生戚戚, 不堪蹙頞之苦, 醫民之草, 反爲病民之物, 其故何哉? 我國之以參爲獻, 不過土地之所生, 而中國之以參爲貴, 如長生之草。 以遠方之物, 爲恒用之茶, 公卿士庶, 莫不皆然, 轉相販賣, 其利百倍。 利源一啓, 參價愈騰, 我國姦細之徒, 私市其直, 諸宮權貴之家, 倣而行之, 招納參商, 互相分利, 邀結譯官, 坐販中原, 中國之銀、我國之參, 其利正等。 參何不貴, 而民何不病哉? 上不爲欲然後, 可以禁民之爲盜; 上不爭利然後, 可以止民之爲姦。 今一使臣之行, 求請遍於列邑; 一官之來, 徵索騷於閭里, 而赴京之時, 又自禁門, 招致譯官, 量給銀參, 販貿物, 謂之闕內貿易, 使臣不能禁; 御史莫敢發。 藉此爲姦, 何憚而不爲乎? 宮中高髻, 四方一尺。 諸君亦然; 權貴亦然, 人爭慕效, 上下征利。 厲民自奉, 不但人君; 壠斷綱利, 非獨商賈如是。 而使本道多招參商, 嚴加禁斷, 正如不塞其源, 而防其流, 尙可得耶? 今宜痛陳人參之弊上達, 凾命進獻之物隨民所採, 不擇大小。 貿易之參。 絶自禁門, 次禁諸宮, 次禁權貴然後, 一尺禁令, 四方傳命, 參商自絶, 參價自平, 視參不過如蒼、白朮耳, 雖不移定內地可也。 今因聖上西鄙之憂, 撫摩之敎, 此正拔本塞源之機。 爲該曹者, 不能反覆開陳, 永杜巨弊, 而顧乃區區論啓於收貿之不足; 移定之不可, 使積年病民之物, 終爲空國之妖草, 可勝嘆哉!"】


    • 【태백산사고본】 113책 210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326면
    • 【분류】
      재정-공물(貢物) / 상업-상인(商人) / 군사-군정(軍政)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