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추와 홀적의 침입에 대비해 양향 비축, 병기 수선 등을 철저히 하게 하다
북병사 이시언(李時言)이 【무변(武弁) 가운데 걸출한 사람인데, 김덕령(金德齡)을 모함하여 살해하였으므로 물의가 분해하였다. 】 아뢰기를,
"북쪽 변방의 어렵고 걱정스러운 일이 지난날보다 곱절이나 더하니 선후책(善後策)을 급급히 강구하여 의외의 일에 대비하여야 할 것입니다. 비록 홀적(忽賊)이 격파당하고 노적(老賊)이 본거지로 돌아갔다고 하나, 홀적은 분노하여 노여움을 옮길 조짐이 있고 노적은 전마(戰馬)를 정비하여 다시 출동할 뜻이 있습니다. 전에는 홀적 하나가 있어도 오히려 막기가 어려웠는데 또 강적(强賊)을 첨가하게 되었으니 걱정이 쉴 사이가 없습니다. 전에는 병사를 첨가시키는 것이 단지 육진(六鎭) 뿐이었습니다만 오늘날의 방어는 산보(山堡)가 더욱 긴요하니 방비하기가 어렵다는 것과 나누어 보내는 데가 많다는 것을 대략 알 수 있습니다.
보을하(甫乙下)·무산(茂山)·부령(富寧)·어유간(魚游澗) 등처는 불가불 많은 수효의 병사를 첨가하여야 합니다. 경성(鏡城)은 육진의 후설(喉舌)이니 산보(山堡)를 공제(控制)하려면 마땅히 중병(重兵)을 주둔시켜 예측할 수 없는 변에 대비하게 해야 합니다. 가령 홀적이 한풀 꺾여 떨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노적이 이같이 날뛴다면 이는 승냥이를 제거하고 호랑이를 만난 격입니다. 그렇다면 병사를 첨가하여 방비하는 일을 조금도 완만히 할 수 없는 것이니, 사졸을 훈련하고 병기를 수선하며 양향(糧餉)을 비축하고 힘을 축적하여 시기를 기다리는 것이 오늘날 당면한 급무(急務)입니다."
하니, 판부(判付)하기를,
"오늘날 북도의 형세가 진실로 위급하다. 노추(老酋)의 병세(兵勢)가 매우 강성하여 깊숙이 들어간 피로한 병사로도 홀적(忽賊)의 새로운 군사를 맞아서 단번에 격파하기를 마치 썩은 나무가지 꺾듯 하였으니, 이는 반드시 당할 수 없는 것이 그 가운데 있는 것이다. 이적(夷狄)이란 맹수와 같아서 강성하면 사람을 해치는 것은 필연적인 형세이다. 장계의 사연을 채택하여 시행하되 주획(籌劃)을 극진히 하여 후회가 없게 하라. 다만 이 도적의 소굴이 압록강 밖에 있으므로 평소의 걱정은 늘상 서쪽 변방을 염려하였었는데 변이 육진(六鎭)에서 생길 줄은 생각지 못했다. 또 홀적과 싸움을 하였으니 일이란 진실로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다. 평안도도 특별한 조치를 가하라. 조선(朝鮮)의 일은 반드시 소를 잃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외양간을 고치니 마땅히 익히 생각하여 소홀히 하지 말라."
하여 비변사에 내렸다.
- 【태백산사고본】 113책 210권 3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320면
- 【분류】외교-야(野) / 군사-군정(軍政) / 군사-통신(通信)
○北兵使李時言 【武弁之傑, 而構殺金德齡, 物議憤之。】 啓: "北鄙艱虞之事, 倍蓰曩時, 善後之策, 所當汲汲講究, 以備不虞。 雖曰忽賊敗衂; 老寇還巢, 忽有忿憤移怒之跡; 老有牧馬再動之志。 前有一忽, 尙難隄防, 又添强寇, 憂未歇也。 前日添兵, 只在六鎭, 而今之防禦, 山堡尤緊, 隄備之難; 分派之多, 槪可知矣。 至如甫乙下、茂山、富寧、魚游澗等處, 不可不優數添兵。 而鏡城則六鎭喉舌, 而控制山堡, 當留重兵, 以防不測。 假令忽賊摧挫不振, 老寇跳梁如是, 則此, 除狼而値虎也。 然則添防之擧, 不容少緩, 而練士卒、修兵器、儲峙糧餉, 蓄力待時, 當今之急務也。" 判付曰: "今日北道之勢, 誠爲危急。 老酋兵勢甚盛, 以深入疲勞之兵, 當忽賊新至之軍, 一麾敗之, 如摧枯拉朽, 此必有不可當者, 存於其中。 夷狄如猛獸, 强則噬人, 必至之勢也。 狀啓辭緣採施, 極盡籌畫, 俾無後悔。 但此賊巢穴, 在於鴨綠江外, 常所憂者, 恒軫西鄙, 而不料變出於六鎭。 又與忽賊相戰, 凡事誠難逆覩矣。 平安道, 亦宜另加措置。 朝鮮之事, 必失馬然後, 始乃改廐, 切宜熟慮, 毋忽。" 下備邊司。
- 【태백산사고본】 113책 210권 3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3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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