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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205권, 선조 39년 11월 4일 기사 1번째기사 1606년 명 만력(萬曆) 34년

간원이 내치와 수신, 인재 등용, 공물의 폐단 등에 관한 차자를 올리다

간원이 차자를 올리기를,

"삼가 아룁니다. 신들은 모두 보잘것 없는 몸으로 언직(言職)에 있으면서 시대의 어려움에 생각이 미치니, 개탄스러운 바가 있습니다. 이번 화친하는 한 가지 일로부터 눈앞의 폐단에 이르기까지 신들의 구구한 마음에도 느끼는 바가 있으니, 전하께서는 유념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나라는 도이(島夷)에 대해서 만세토록 기필코 갚아야 할 원한만 있고 조금이라도 관용을 베풀 의리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까닭없이 화친을 요구하고 또 우리에게 신사(信使)를 보내줄 것을 요구하면서 사설(辭說)을 늘어놓으니, 그 진위가 무엇인지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지금 사신을 보내어 그들의 뜻에 답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대의의 소재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형편이 이미 지난날과는 다르고 기회란 간발의 순간에선 다 알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오늘날의 기미책은 모두 부득이한 계책에서 나온 것이지만, 조정에서 무기를 만들고 군사를 모집하여 온 지 10여 년인데도 그동안 하나의 계책이나 계모를 마련했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그렇게 해오다가 오늘날에 이르러 강화(講和)하는 것으로 결말을 지으려 하니, 이것이 충신은 팔을 걷어붙이고 지사(志士)는 자신을 돌보지 않은 채 항의하는 이유인 것입니다. 그러나 편안히 즐기며 세월만 보내는 것은 외부의 침입을 불러오게 하는 것이고 환란을 걱정하고 늘 조심하는 것은 안을 다스리는 근본인 것입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지나간 일을 경험삼아 걱정하고 전성(前聖)을 본받아 한가한 때일수록 더욱 조심하소서. 비단옷 입고 좋은 음식 먹을 적에 콩죽이나 보리밥 먹던 때를 생각하시고, 화려한 대궐의 비단 방석에 계실 적에 비바람에 몸적시던 때를 생각하소서. 창생들이 허둥대는 모습을 눈앞에 보듯이 여기시고 백성들의 울부짖는 소리를 자신의 고통처럼 여기어 날이면 날마다 모든 생각을 여기에 두소서. 지성(至誠)이 있는 곳엔 금석도 뚫을 수 있는 것이니, 저 어별(魚鼈)같은 하찮은 왜적이야 걱정할 것이 있겠습니까. 짐승의 소굴을 치는 일 따위엔 인재를 다른 시대에서 빌지 않아도 되는 것이니 전하께서는 유념하소서.

군졸들의 휴척(休戚)과 국가의 안위는 모두 장수의 현부(賢否)에 달려 있으므로 아무리 승평시대라 할지라도 꼭 그 시대에서 가장 뛰어난 적임자를 뽑아야 되는 것입니다. 불행히도 근래에는 인재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한결같이 문벌로만 뽑으면서 전연 가려뽑지 않기 때문에 재간은 실제로 용렬한데도 장수가 되기도 하고 권세의 힘을 얻으면 방면(方面)을 맡는 지위에 오르기도 합니다. 말이 여기에 미치게 되니 자신도 모르게 한심스럽습니다. 더구나 산융(山戎)이 침구한 뒤로는 국력이 남북으로 나뉘어지게 되어 주사(舟師)의 군역이 날로 위태롭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장수로 바꾸려 하면 인재의 궁핍이 극심하고, 군정을 고치려 하면 군사가 없게 된 지가 오래입니다. 비국(備局)에서 발탁하여 등용했던 허다한 사람들이 마침내 어디에 있습니까. 옛사람은 즉묵(卽墨) 한 성을 가지고도 철롱(鐵籠)의 장수를 얻었는데102) 우리 나라는 전후의 무변(武弁)이 1만 명도 넘습니다. 만약 문지(門地)를 불문하고 적임자 얻기에 힘쓰고 공적과 재능을 시험하여 차등을 뛰어넘어 등용해서 포상을 한다면, 공상(功賞)이 있는 곳에 어찌 뛰어난 인재가 없을 수 있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성명께서는 유념하소서.

공물(貢物)의 폐단으로 말하건대 정공(正供)에 들어가는 것은 십분의 일도 못되고 쓸데없이 뇌물로 허비하는 것이 십분의 구나 되니, 방납(防納)의 뇌물에 대한 폐단을 차마 말할 수가 있겠습니까. 지난번 삼(蔘)을 공납하는 일로, 임금이 여러 차례 태만히 말라는 글을 내렸고 수령들이 잇따라 처벌을 받았으니 사대(事大)하는 정성이 시종 극진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니 대소 신료들은 의당 분주히 명을 받들기에 겨를이 없어야 하는데 중간의 간활한 무리들이 이익의 권병을 독점하고는 급한 때를 이용하여 값을 마음대로 조작하였습니다. 이것이 해마다 증가하여 한도가 없어졌으므로 비록 삼이 생산되는 곳이라 할지라도 지탱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득이 내지(內地)에도 나누어 배정하였는데 내지인들 어떻게 바칠 수가 있겠습니까. 더구나 중강 개시(中江開市) 이후로는 흩어져 없어졌던 잠상(潛商)이 꼬리를 물고 모여들고 있습니다. 엄중한 형률로 간활한 자들의 수족을 묶어두지 않는다면 반드시 나라가 공허하게 되고 말 형편입니다. 원컨대 전하께서는 과조(科條)를 엄하게 세우시고 현상금을 걸어 한 번 국법을 어기면 모질게 단속하고 용서하지 마소서. 그리하면 모리하여 긁어모은 인삼이 모두 국가의 용도로 돌아올 것입니다. 변방의 백성은 한 번 흩어지면 다시 모으기가 어렵고 이익의 구멍이 사방으로 뚫리면 막아낼 수가 없는 것이니, 전하께서는 유의하소서.

관가(官家) 노복(奴僕)들의 폐단으로 말하면, 세력을 믿고 횡행하는 무리가 한둘이 아닙니다. 이들 중에는 중간에서 무뢰한으로서 사칭한 자가 과반수인데, 이들은 친분으로 인하거나 혹은 인척간임을 빙자하여 서로 본받아 결탁하였기 때문에 이들의 폐단이 전국에 만연되었습니다. 다행히 전하께서 통촉하시고 금단시키라는 명을 특별히 내리심에 힘입어 여우나 쥐 같은 무리들이 일시에 자취를 감추게 되었으므로 모든 사람들이 매우 기뻐하고 서로 모여 경하하며 다시 살아난 듯이 즐거워하였습니다. 그러나 혹 기회를 엿보는 자들이 다시 횡포를 부릴 조짐이 있을까 염려되니, 전하께서는 다시 더 신칙하여 폐습을 영원히 없애시면 천만 다행이겠습니다.

아, 앞서 거론한 이 몇 가지 폐습은 현재의 병폐로서 신료들의 잘못이요 책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도를 경장(更張)하고 풍습을 전이(轉移)시키는 기회란 손을 뒤집기보다 더 쉬운데도 오늘 내일 미루면서 즉시 거행하지 않는 것은 그럭저럭 세월만 보내며 편안히 즐기려 하기 때문입니다. 충언(忠言)과 지계(至計)가 시무(時務)를 아는 논변이라 할 수는 없지만 사사로운 걱정과 지나친 염려는 진실로 임금을 아끼는 정성에서 나온 것입니다. 혹 한가한 여가에 한 번 보아 주셔서 요행히 만분의 일이라도 채택하여 거행하신다면 신들은 직분을 저버리지 않은 바가 있게 될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유념하소서. 처분을 기다립니다."

하였는데, 답하기를,

"차자를 살펴보건대 모두 옳은 말이니 실로 가상스럽다. 유념하도록 하겠다."

하고, 이어 전교하기를,

"차자를 비변사에 내리고 그중에 거행할 것이 있으면 거행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12책 205권 3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281면
  • 【분류】
    정론(政論) / 군사(軍事) / 인사(人事) / 재정-공물(貢物) / 왕실(王室) / 신분-천인(賤人)

  • [註 102]
    즉묵(卽墨) 한 성을 가지고도 철롱(鐵籠)의 장수를 얻었는데 : 제(齊)의 즉묵성이 연(燕)의 공격을 받았는데 대부(大夫)가 패전하여 죽자 성안의 사람들은 "안평(安平)의 전쟁에서 전단(田單)이 철롱(鐵籠)으로 적을 막아 성이 온전하였다." 하고, 전단을 장군으로 추대하여 크게 성공한 일이 있다. 《사기(史記)》 전단열전(田單列傳).

○己巳/諫院箚曰:

伏以, 臣等俱以無似, 待罪言地, 念及時艱, 竊有所慨然者矣。 因此和好一款, 而竝及目前之弊, 臣等區區之情, 其亦慼矣。 伏願殿下, 留神焉。 我國之於島夷, 有萬世必報之讎; 無一毫假借之義, 而無故乞和, 要我信使, 抑揚辭說, 情僞叵測。 今遣使价, 以答其意者, 非不知大義之所在, 而情形旣異於曩時, 機會難悉於毫忽。 今日羈縻之擧, 蓋出於不得已之計。 而第朝廷繕甲、蒐兵十餘年來, 未聞畫一策、出一謀, 直至今日, 將以講和爲結局, 此忠臣之所以扼腕, 而志士之所以忘身也。 然, 恬嬉玩愒, 外侮之格也; 憂患疢疾, 內治之本也。 伏願殿下, 徵旣往而大惕於方來; 法前聖而小心於燕閑。 錦衣、玉食之中, 念豆粥、麥飯之日; 廣廈、細氈之上, 思櫛風、沐雨之時。 蒼生顚沛之狀, 如對目前; 赤子疾痛之呼, 若在身上。 日復一日, 念玆在玆, 則至誠所在, 金石可透, 矧爾魚黿小竪, 何足數乎? 犂庭穴巢之擧, 必不借材於異代矣, 伏惟聖明, 加意焉。 軍卒之休戚; 國家之安危, 皆係閫帥之賢否, 雖在昇平之日, 猶極一代之選。 不幸自近以來, 非但人材眇然, 一循資格, 全不務精, 材實闒茸, 而或膺閫寄; 勢涉拔援, 則濫叨方面。 言之至此, 不覺寒心。 況山戎竊發之後, 朝家力分南北, 舟師之役, 日就孤危。 欲換以他將, 則乏材極矣; 若改紀其政, 則無兵久矣。 備局許多擢用之人, 竟在何地? 昔人以即墨餘燼, 猶得鐵籠之將, 則我國前後武弁, 不啻萬人。 若不問人地, 而務得其人; 考試功能, 而褒以不次, 則功賞之下, 寧無脫穎之才乎? 伏願聖明, 加意焉。 以貢物之弊言之則入於正供者, 未滿十分之一, 而冗費人情者, 幾至於十分之九, 防納人情之弊, 尙忍言哉? 頃以貢蔘之事, 王章屢警於怠慢, 守令連詣於司敗, 終始事大之誠, 至矣盡矣。 大小臣隣, 所當奔走, 奉承之不暇, 而中間奸細之徒, 榷取利柄, 因其緩急, 而上下其直。 逐歲增加, 無有限極, 雖以産蔘之地, 猶不抵當。 不得已分定內地, 內地亦將如何? 況中江開市之後, 泄以尾閭潛商之輩, 銜尾相屬。 若不以嚴刑重律, 束縛奸細之手足, 則勢必空國而乃已。 伏願聖明, 嚴立科條, 又懸購賞, 一觸邦憲, 痛斷不貸, 則籠山採掇, 盡歸公家之用矣。 邊民一散, 難以鳩合, 利孔四出, 不可隄防。 伏願聖明, 留意焉。 以宮家奴僕之弊言之, 則恃勢橫行, 非止一二輩而已。 中間無賴之徒, 假托過半, 或因連臂之力; 或因婚媾之私, 轉相倣効, 曲邀橫結, 其流之弊, 波蔓八境。 而幸賴聖明曲照, 特下禁斷之命, 狐鼠之類, 一時屛迹。 垂髫戴白, 無不聳抃, 聚首相慶, 欣若更生。 而或恐傍伺之人, 復有橫恣之漸, 伏願聖明, 更加申飭, 永殄弊習, 千萬幸甚。 嗚呼! 玆前數者之弊, 無非當今之疵病, 而耳目之咎責也。 更張轉移之機, 不啻反手之易, 而今日明日, 未卽擧行者, 只以媕婀以度日也; 玩愒以留時也。 忠言、至計, 雖非識務之論, 私憂過慮, 實出愛君之誠, 倘於淸燕之暇, 幸賜一覽, 萬分有取擧而行之, 則臣等職分, 亦有所不負者矣。 伏願聖明, 留神焉。 取進止。

答曰: "省箚, 俱是讜言, 良用嘉焉。 當爲留念。" 仍傳曰: "此箚下備邊司, 其中有擧行事擧行。"


  • 【태백산사고본】 112책 205권 3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281면
  • 【분류】
    정론(政論) / 군사(軍事) / 인사(人事) / 재정-공물(貢物) / 왕실(王室) / 신분-천인(賤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