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원에서 임해군의 파직을 요청하다
간원이 아뢰기를,
"임해군 이진은 행동이 무상하여 못된 짓을 끝도 없이 자행합니다. 사가에서 사람을 구타하여 죽이기도 하며 토지와 노비 등을 마구 빼앗고 게다가 백성을 속이고 방납(防納)하여 사리에 어긋나게 대가를 거두며, 종을 시켜 못된 짓을 하게 하여 경외의 여염집을 약탈하니, 위세가 미치는 곳에는 원성이 끊어오릅니다. 그밖에도 국법을 무시하고 방종한 짓을 무수히 하여 온 나라의 사람들이 분하게 여기지 않는 자가 없습니다. 파직하소서."
하니, 양사에 답하기를,
"어제의 전교는 부득이한 것이었다. 비록 부득이하여 그런 것이긴 하나 마음이 우울한 지 오래이다. 이것은 무뢰한 종들이 지도한 것이다. 왕자의 파직은 간단하지 않고 천륜의 은혜도 무거우니, 강상(綱常)의 죄가 아닌 바에야 어찌 파직할 수 있겠는가. 내가 이미 참작하고 있으니, 오직 그 잘못을 바로잡고 사나운 종을 다스리며 관기를 내쫓아 마음과 생각을 고치도록 한다면 꼭 착한 사람이 안 된다고도 할 수 없다. 죄를 주는 것은 불가하고 나의 뜻도 아니다. 번거롭게 하지 말라. 윤허하지 않는다. 군기 직장의 일은 윤허한다."
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상은 성품이 엄하여 신하들을 인접할 때에 말을 부드럽게 하지 않았다. 감히 말하는 자가 있으면 의장(儀仗)의 말처럼 물리침을 당하니,084) 언책이 있는 자로서 누가 다투어 시비를 말하겠는가. 다행히 상의 의혹이 풀려서 부드러운 유음이 내려 중외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켰기 때문에 과감하고 정직한 선비가 앞을 다투어 약석(藥石)이 될 만한 말을 진달하였다. 이때에 만약 언관들로 하여금 말을 다하게 하여 흉금을 비우고서 그 말을 받아들였다면 임해군의 패악이 고쳐져서 착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 【태백산사고본】 110책 202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25책 254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인사-임면(任免) / 사법(司法) / 역사-사학(史學)
- [註 084]의장(儀仗)의 말처럼 물리침을 당하니, : 신하가 바른 말을 한다고 하여 배척하는 것을 말함. 당나라 이임보(李林甫)가 간관(諫官)의 말을 막기 위하여 "입장마는 온종일 아무 소리없이 있으면 3품의 꼴과 콩을 배불리 먹지만 한 번만 울어도 쫓겨난다."고 하였다. 《당서(唐書)》 권223 상(上) 이임보전(李林甫傳).
○諫院啓曰: "臨海君 珒行己無狀, 非義之事, 罔有紀極。 私門鞭扑, (臧)〔戕〕 害人命, 田民財貨, 橫奪無厭。 加以罔民防納, 違理徵債, 縱奴肆暴, 隳突京外, 威執所及, 怨讟沸騰。 其他蔑法縱淫之狀, 不一而足。 擧國人心, 莫不憤鬱, 請命罷職。" 答兩司曰: "昨日之敎, 不得已也。 雖出於得已而不能, 而不樂者久矣。 此由無賴狂奴之所指導。 王子之罷職, 非輕; 天倫之恩亦重。 如非綱常之罪, 何可罷職也? 予已參酌。 但當正其所失治其頑奴; 黜其官妓, 使之改心易慮, 未必不爲善人。 若加罪則不可, 非予意也。 勿煩。 不允。 軍器直長事, 允。"
【史臣曰: "上性嚴毅, 嘗引接臣隣, 不假辭色。 凡有敢言者, 輒被仗馬之斥, 有言責者, 孰敢有爭是非哉? 何幸, 主惑一開, 渙發如綸之音, 聳動中外之心, 故排其叫闔之士, 爭進藥石之言。 當此之時, 若使言者盡其言, 虛襟而受之, 則安知臨海之惡, 改而之善也?"】
- 【태백산사고본】 110책 202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25책 254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인사-임면(任免) / 사법(司法)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