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부에서 임해군의 파직을 요청하다
헌부가 아뢰었다.
"임해군 이진이 나쁜 짓을 자행한 정상은 상께서 이미 통촉하셨으니, 신들이 다시 여러 말을 하여 번거롭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래서 그 중에서도 심한 것만을 대략 들어 말하겠습니다. 남이 가진 토지와 노비를 자기 마음대로 빼앗고 욕심에 차지 않으면 구타하여 상해를 입히며 사나운 종을 시켜 못된 짓을 하게 하여 여염집을 무너뜨리고 남의 재물을 약탈하여 피해가 닭이나 돼지에까지 미치는가 하면 관서 지방의 관기(官妓)를 법을 어기고 거느려 그의 말이라면 다 들어주므로 그 폐해가 끝이 없습니다. 심지어 제도(諸道)의 공물(貢物)은 곧 국가의 정당한 공물인데도 담당 아전이 오는 것을 엿보고 있다가 그 사람을 가두고 재물을 빼앗고서 위협하여 스스로 갖추어 바치게 하며, 열읍(列邑)의 수령들이 어떤 일 때문에 서울에 오면 채무(債務)를 징수한다고 말하고 거느리고 온 하인을 공공연하게 잡아가며 베나 말 따위를 빼앗는 등 못하는 짓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중외가 시끄러워 원성이 하늘에 닿고 여론이 분하게 여겨 말은 못하고 화만 내고 있었는데 어제 성교가 내리자, 백성들은 기뻐서 길에 나와 춤을 추는가 하면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는 자까지 있었으니, 군부(君父)를 저버리고 민원(民怨)을 쌓은 죄가 매우 큽니다. 파직시키소서.
군기 직장(軍器直長) 오철(吳轍)은 인물이 어리석은 데다가 범람하기까지 하여 무고(武庫)를 맡는 중지(重地)에는 합당하지 않습니다. 파직시키소서."
- 【태백산사고본】 110책 202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254면
- 【분류】정론(政論) / 왕실-종친(宗親) / 인사-임면(任免) / 사법(司法) / 재정(財政)
○憲府啓曰: "臨海君 珒恣行非義之狀, 聖明旣已洞燭, 臣等不須覶縷, 更溷天聽, 而姑擧其甚者而言之。 人有田民, 恣意橫奪, 如不滿慾, 輒肆殘傷。 縱奴爲惡, 隳(災)〔突〕 閭閻, 掠取財貨, 害及鷄豚。 關西官物, 違法率畜, 惟言是聽, 弊亦罔紀。 至於諸道貢物, 乃國家惟正之供, 而伺其該吏之來, 囚其身而攘其財貨, 刼令自備以納。 列邑守令, 因事入京, 則必稱徵債, 所率下人, 公然捉去, 徵布奪馬, 無所不至。 以此, 中外囂然, 怨聲騰天, 輿情憤鬱, 不言敢怒。 昨日聖敎之下, 小民歌舞於道路, 至有感激而泣下者。 其負君父, 畜民怨之罪大矣, 請命罷職。 軍器直長吳轍, 人物愚妄, 加以泛濫, 不合武庫重地, 請命罷職。"
- 【태백산사고본】 110책 202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254면
- 【분류】정론(政論) / 왕실-종친(宗親) / 인사-임면(任免) / 사법(司法) / 재정(財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