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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198권, 선조 39년 4월 15일 계축 2번째기사 1606년 명 만력(萬曆) 34년

중국 사신의 유람 과정을 도승지 윤방이 보고하다

도승지 윤방(尹昉)이 아뢰기를,

"어제 양사(兩使)가 제천정(濟川亭) 장막에 도착하여 강산을 두루 관람했습니다. 조금 지나서 신 등이 차례로 들어가 행례(行禮)했는데, 모두 읍을 하게 하였습니다. 신이 손으로 어첩(御帖)을 받들어 올리며 상께서 문안하는 뜻을 고하니, 양사가 감사하다고 하였습니다. 이어 예단과 물선 단자를 올리니, 양사가 사양하면서 말하기를 ‘어제도 감히 받지 못했는데 지금 어떻게 받을 수 있겠는가.’ 하였습니다. 신이 말을 잘 꾸며 다시 청하니, 말하기를 ‘현왕(賢王)께서 보내주신 것도 진정이고 우리들이 사양하는 것도 진정이다. 각기 그 진정을 온전히 하는 것 또한 좋지 않겠는가.’ 하였습니다. 신이 재삼 청해도 끝내 받지 않기에 어쩔 수 없이 물러나 자리에 나아갔습니다.

다례(茶禮)를 행한 뒤에 양사가 상의(上衣)를 벗고 방건(方巾)과 도포(道袍)의 차림으로 자리에 나아가면서 신들도 모두 상의를 벗도록 하였습니다. 신들이 사양할 수 없어 물러나 상의를 벗고 다시 차례대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습니다. 주례(酒禮)를 행할 것을 청하니, 말하기를 ‘한낮의 열기가 대단한데 또 예법을 지키느라 피곤해서야 되겠는가. 앉은 자리에서 행주(行酒)하는 것이 좋겠다.’ 하였습니다. 술이 몇 순배 돈 뒤에 양사가 일시에 일어서더니 ‘함께 배 위로 가서 모이자.’ 하고는 즉시 걸어서 배 있는 곳으로 가기에 신들이 뒤따라 가서 배를 탔습니다.

강물을 따라 내려가는 동안 양사는 풍경을 완상(玩賞)하면서 무척 기뻐하는 기색이었습니다. 배 위에서도 앉은 자리에서 행주하였는데, 술이 돌 때마다 양사가 먼저 넘치게 술을 따라 마시고서 잔을 들어 좌우에 보이고, 신들로 하여금 술을 다 마신 뒤에 잔을 거꾸로 들어 서로 보여주게 하였는데, 한 방울이라도 떨어지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다시 따르도록 하였습니다. 어부가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잡아 올리자 양사가 즉시 회를 쳐서 가져오도록 하였으며 주방에서는 밥을 지어 재추(宰樞)들에게 올렸습니다.

양사는 주량(酒量)이 엄청났는데 몇 차례 술잔이 오고 갔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취하고 나서는 빙 둘러 서서 마시기도 하고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아 마시기도 하였는데, 신들과 손을 맞잡고 서로 스스럼없이 대하는 것을 보노라니 마치 우리 나라의 친구들끼리 서로 만날 때와 다름이 없었습니다. 조롱섞인 말도 섞어가며 웃고 즐겼는데, 붓을 잡고 글씨를 써가며 의사를 표시하기도 하고 그림을 그려가며 의사를 소통하는 등 술이 흠뻑 취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묻기를 ‘잠두(蠶頭)가 여기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물결 따라 내려가고 싶다.’ 하였습니다. 그러나 배가 동작강(銅雀江) 어귀에 이르러 여울이 얕은 관계로 더 내려갈 수 없게 되자, 양사가 말하기를 ‘잠두는 내일 가서 봐야겠다.’ 하였습니다. 곧바로 배를 끌고 거슬러 올라와 한강을 다시 지나서 압구정(狎鷗亭) 근처에 도착해 내렸습니다.

양사는 마음껏 취하고 한껏 즐기면서 달빛을 타고 돌아 왔습니다. 양사가 취하고 나서는 중국 사신의 예모로 자처하지 않았는데, 신 등도 그것이 미안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양사의 흥이 도도해져 술을 권할 사이도 없이 마셔버렸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되었습니다. 아울러 아룁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중국 사신이 한껏 즐거워했다니 잘한 일이다. 다만 잠두(蠶頭)에 갈 것인지에 대해 회계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08책 198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181면
  • 【분류】
    외교-명(明)

    ○都承旨尹昉啓曰: "昨日兩使到濟川亭帳幕, 周覽江山。 少頃, 臣等以次入行禮, 幷令行揖。 臣手擎御帖, 告以自上問安之意, 兩使稱謝。 繼呈禮單、物膳單, 則兩使辭以: ‘昨日旣不敢受, 今豈有受之理?’ 臣措辭更請則曰: ‘賢王送云, 亦是眞情; 俺等辭之, 亦是眞情。 各全其情, 不亦可乎?’ 臣請之至三, 終不見受, 不得已辭退就坐。 行茶禮後, 兩使卽脫上衣, 以方巾、道袍就坐, 令臣等皆去上衣。 臣等辭不獲已, 退脫上衣, 還入以次坐, 請行酒禮, 則曰: ‘午日熱了。 又爲禮數所困乎? 當於座上行酒。’ 酒行數巡, 兩使一時起立, 共於船上往會云。 兩使卽步至船所, 臣等隨焉乘船。 順流而下, 兩使賞玩風景, 甚有喜色。 船上亦座上行酒, 酒每到兩使, 先引滿擧白, 以示左右, 又令臣等畢飮, 倒巵以相示, 少有點滴, 必令改正以來。 漁人擧網進魚, 兩使卽令作膾以進。 又自廚房作飯, 俱進於宰樞。 兩使酒量甚大, 酒行不記其數, 至於醉後則或環立而飮; 或箕踞而飮, 與臣等携手相親, 無異我國朋伴間相會之事。 戲笑歡娛, 雜以調弄之語, 或拿筆題語, 或畫筆通話, 備盡醉中形態。 初問: ‘蚕頭去此幾何? 欲順流而下。’ 舟到銅雀江口, 上有淺灘, 舟不能下。 兩使曰: ‘蚕頭當於明日往觀。’ 卽曳舟, 泝流而上, 還泝漢江, 以過到狎鷗亭下, 兩使極醉極歡, 乘月而還矣。 兩使醉後, 不復以天使禮儀自處, 臣等亦知其未安, 而兩使興發, 酒不待勸而飮, 以至如此。 竝啓。" 傳曰: "天使極歡好矣。 但將往蚕頭乎 回啓。"


    • 【태백산사고본】 108책 198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181면
    • 【분류】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