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득이 경솔히 아로를 죽여 북변에 오랑캐의 근심을 열어 놓았다고 이시발이 치계하다
함경도 관찰사 이시발(李時發)이 치계하였다.
"가을파지 첨사(加乙波知僉使) 손경지(孫景祉)의 치보(馳報)에 ‘추호(酋胡) 김왜도(金倭道)가 진고(進告)하기를 「노토(老土)가 아로(阿老)가 참급(斬級)당한 혐의 때문에 노을가적(老乙可赤)에게 4백 명의 정병(精兵)을 빌려 달라고 청하여 원수를 갚고자 하였는데, 노을가적이 『아로는 죄를 범하여 참형을 당했는데 이런 조그만 일로 군대를 청해 서로 싸우는 것은 옳지 않다. 』 하고 거절하고 들어주지 않자, 다시 추호 왕기로(王其老) 등을 시켜 군대를 청해 복수하려고 한다. 」 하였다.’ 하였습니다.
아로가 항복해 온 일이 결국 후일의 화근이 되리라고 사람들이 다 염려하고 있었는데, 병사(兵使) 김종득(金宗得)은 망령되이 자기 소견대로 성급하게 참살한 뒤 뒤끝이 편치 않으리라는 것을 직감하고 즉시 첨사 현즙(玄楫)에게 허물을 돌려 장계를 올려서 죄주도록 청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지금 현즙의 초사(招辭)를 보면 병사의 군관(軍官)인 김효문(金孝文)이 전령을 가지고와서 형벌을 재촉한 사실은 숨길 수 없을 듯합니다. 원수(元帥)로서 관하(管下)의 진장(鎭將)과 곡직(曲直)을 다투다니 듣기에 몹시 놀랍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은 탓해야 이익이 없으나 한번 호령을 잘못하여 난처한 일을 만들었으니 참으로 한심스럽습니다.
노토는 이미 아로를 죽게 만들었으므로 무단히 노추(老酋)에게 고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 그가 군대를 요청하여 원수를 갚겠다고 말한 것은 필연적인 일입니다. 흉악한 소리를 계속하고 트집을 잡아 홀적(忽賊)과 더불어 서로 선동하여 난리를 일으킬 염려가 없지 않은데, 사기가 위축된 본도의 잔약한 병력으로 북으로 홀적을 방비하고 남으로 노토를 대항한다면 어떻게 지탱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노추가 삼(蔘)을 캐는 호인 1백여 명을 내보내 현재 변방에서 횡행하고 있는데, 비록 좋은 말로 타일러서 국경을 범하지 못하게 하고 있으나 변장의 힘으로는 금제(禁制)할 수 있는 형편이 못 되니 이것도 매우 걱정됩니다."
사신은 논한다. 김종득의 죄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경솔하게 아로를 죽였고 그 실수를 감추려고 죄를 진장(鎭將)에게 돌렸으며, 그러고도 탁두(卓斗)의 거짓말을 믿고서 건퇴(件退)의 싸움을 감행하여 군사를 잃고 나라를 욕되게 만들었으며 원수를 맺고 화근을 만들었다. 그런데도 찬출되는 경미한 처벌만 받아 목숨을 보존하였으니, 군율이 엄하지 않고 조정의 기강이 해이함이 여기에 이르러 극도에 이르렀다.
- 【태백산사고본】 105책 189권 2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85면
- 【분류】외교-야(野) / 사법(司法) / 역사-사학(史學)
○丙子/咸鏡道觀察使李時發馳啓: "加乙波知僉使孫景祉馳報內: ‘大槪酋胡金倭道進告內: 「老土因阿老斬(給)〔級〕 之嫌, 請借精兵四百於老乙可赤欲爲報讎, 而老乙可赤、以爲: 『阿老犯罪被斬, 不可爲此小事, 請兵相戰。』拒而不從, 老土使酋胡王其老等, 更爲請兵, 欲報讎。」云。’ 阿老受款一事, 終爲後日之禍胎, 人所共慮, 而兵使金宗得妄肆己見, 輕加斬殺, 旋知有後尾之不妥, 便卽歸咎於僉使玄楫, 至於狀啓請罪。 而今見玄楫招辭, 則兵使軍官金孝文持傳令, 促刑節次, 似不可掩。 身爲元帥, 與管下鎭將, 爭詰曲直, 有駭聞聽。 旣往之事, 言之無益, 而其差失於一號令之間, 惹起難處之釁端, 誠爲可恨。 老土旣置阿老於死地, 不可無端告赴於老酋, 其以請兵報讐爲辭, 固出於事勢之必然。 而其鴞音未變, 竢釁生心, 與忽賊相扇搆亂, 不可謂無此虞, 以本道削弱之力, 當軍情挫衄之後, 北備忽賊; 南拒老土, 其何以支吾? 又老酋出送採蔘胡人百餘名, 時方橫行於越邊, 雖令善辭開諭, 俾不得犯境, 而邊將勢不能有所禁制, 此亦非細慮。"
【史臣曰: "金宗得之罪, 可勝道哉? 不思長慮, 輕殺阿老, 欲掩其失, 歸罪鎭將, 猶且信卓斗之詐, 擧件退之役, 喪師辱國, 結怨排禍。 而得保首領, 薄被竄黜, 軍律之不嚴、朝綱之解弛, 至此而極矣。"】
- 【태백산사고본】 105책 189권 2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85면
- 【분류】외교-야(野) / 사법(司法)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