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이 건가퇴의 토벌을 적극적으로 아뢰다
함경도 순찰사 서성이 아뢰었다.
"전일에 병사(兵使) 김종득(金宗得)이 우후(虞候) 성우길(成佑吉)을 보내, 배반한 오랑캐인 이항(伊項)·우허(亐虛) 부락을 분탕할 일에 대하여 먼저 군사를 출발시키고 뒤에 알리자는 뜻으로 글을 보내 신에게 묻기에, 신이 전령(傳令)하여 금지시키기를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만 번신(藩臣)의 의리는 마땅히 조정의 분부를 기다려야 되니 절대로 군사를 일으켜 국경을 넘어가지 말라.’ 하였습니다. 그런데 신이 길주(吉州)에 도착하자, 종득이 또 홀적이 재차 침범해 올 것이라는 기별을 듣고는 병사 1천여 명을 취합하여 이를 기회로 우허를 기습 섬멸하자는 일로 치계하였기에 즉시 군관을 보내 중지시켰습니다. 그런데 군관이 이르기도 전에 이미 먼저 군사를 움직여 배반한 오랑캐를 꺾어 아쉬운 대로 전일의 치욕을 조금 씻었으니, 매우 기쁘고 다행스럽습니다.
신의 어리석은 소견으로는 지금 마땅히 토벌해야 할 것은 건가퇴(件加退)입니다. 작년 가을에 병사를 취합하여 변란에 대비하면서 호중(胡中)에 전언(傳言)하여 건퇴를 토벌할 것이라고 하니, 건퇴의 적이 산으로 올라가 도피한 지가 거의 20여 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군사가 끝내 출동하지 않으니 호중에서 우리더러 겁쟁이라고 하며 아이처럼 얕보았습니다. 우리 군사가 분개함을 이용하고 저들 적이 교만함을 틈타 국위를 떨치고 변방의 수치를 씻을 생각을 하였는데, 지금 이미 군사를 일으켜 기밀이 드러나버렸으니, 혹시 건퇴가 더 철저히 무장하여 다시 침범하기를 꾀할까 염려됩니다.
신은 듣건대 계미년022) 이후부터는 변방에서 수급(首級)으로써 공을 보상하기 때문에 머리털이 겨우 마른 어린애와 귀고리 달고 백발을 풀어헤친 노파까지 죽여 수급을 깃대 끝에 매단다고 합니다. 옛날부터 아무리 어지러운 전쟁중이더라도 일찍이 적의 괴수를 사로잡아 항복을 받아주지 아니한 적이 없어 생살(生殺)과 은위(恩威)가 칼날이 어지럽게 번뜩이는 중에서도 함께 시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 모든 장수들은 전술을 익히지 않고 앞다투어 많이 죽이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으니, 천지가 살리는 것을 좋아하는 덕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적으로 하여금 결사적으로 싸우게 하는 바, 일이 매우 온당하지 못합니다. 신이 전일에 풍계를 토벌할 것을 청할 때에 ‘항복하도록 효유하는데도 복종하지 않은 뒤에 토벌하고 난병(亂兵)이 이미 평정되어 적이 창을 던져버리면 바로 생포하여 항복을 받되, 생포로 상공(上功)을 삼고 수급을 바친 것은 다음으로 삼아 상을 주겠다.’고 약속하였으며, 또한 그런 뜻으로 조정에 계문하였는 바, 조정에서는 헤아려 법규를 정하여 각 변방에 통지하여 그들로 하여금 준수해 시행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건퇴를 문죄하는 일에 대하여 일찍이 누차 아뢰었지만 지금까지 명지(明旨)를 받지 못하여 중도에서 머뭇거리고 있으니 일이 매우 낭패스럽습니다. 바라옵건대, 비변사로 하여금 속히 지시하게 하여 결정할 수 있게 하소서."
- 【태백산사고본】 104책 186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25책 56면
- 【분류】외교-야(野) / 군사-군정(軍政)
- [註 022]계미년 : 1583 선조 16년.
○咸鏡巡察使徐渻啓: "前日兵使金宗得遣虞候成佑吉, 叛胡伊項、亐虛部落焚蕩事, 先發後聞之意, 貽書問臣臣傳令禁戒曰: ‘幾會不可失, 而藩臣之義, 當待朝廷分付, 決不可興師越境。’ 臣到吉州, 宗得又以曾聞忽賊再犯之奇, 聚兵千餘, 因此襲滅亐虛事馳啓, 卽遣軍官止之, 未到之前, 先已動兵, 屈挫叛胡, 庶幾少伸前恥, 極爲喜幸。 臣之愚見, 則目今所當討者, 件加退。 上年秋, 聚兵待變, 胡中傳言, 當討件退, 件退之賊, 登山走避者, 幾二十餘日, 而我師終不出, 胡中謂我㤼弱, 易之如兒。 因我師之憤; 乘彼賊之驕, 憑仗國威, 冀灑邊羞, 而今已興師機事已露, 恐或戒備件退, 而再謀侵犯。 臣聞, 自癸未以後, 邊上以首級賞功, 故生髮始燥之小兒, 穿耳披白之老嫗, 亦在旗顯之中。 自古, 爭戰雖極衰亂, 未嘗不執訊受降, 生殺、恩威, 竝行於鋒刃擾攘之中。 而我國諸將, 不習戰陣, 爭以多殺爲誇, 非但乖天地好生之德, 而使敵殊死戰, 事甚乖宜。 臣於前日, 請討豐界之時, ‘諭降不從而後加兵, 亂兵旣定, 賊已投戈, 則卽爲生虜受降, 以活捉爲頭功; 以獻馘爲次。’ 賞事約束, 亦以其意, 啓聞于朝, 宜自朝廷, 商量定規, 知委各邊, 使之遵奉施行。 件退問罪之事, 曾已累次陳啓, 而迄今未奉明旨, 趑趄中路, 事甚狼狽。 乞令備邊司, 馳驛指揮, 使決去留。"
- 【태백산사고본】 104책 186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25책 56면
- 【분류】외교-야(野) / 군사-군정(軍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