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추부사 노직이 동관 함락 건으로 석고 대죄하며 중벌을 청하다
지중추부사 노직(盧稷)이 아뢰기를,
"신이 어제 비변사에 내린 교서를 보니, 죽으려 해도 죽을 곳이 없습니다. 동관 첨사 전백옥(全伯玉)은 신이 일찍이 계묘년 가을에 병조 판서로 있을 때 뽑아보낸 자입니다. 그 때에도 홀적(忽賊)의 변고가 있었는데, 동관은 가장 먼저 적병의 침입을 받는 지역이었습니다. 첨사가 마침 체직되었으므로 선발하여 보내려고 하였으나, 적임자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차에 백옥이 활 쏘고 말 타는 솜씨가 뛰어나며 일찍이 회령 판관(會寧判官)이 되었을 때에 임무를 매우 신중히 처리했을 뿐만 아니라 위명(威名) 또한 오랑캐들이 두려워한다고 들었으며, 또 시재(試才)할 때에도 육량전(六兩箭)을 40보(步)에 쏘았으므로 장건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이에 사람들과 의논하니 모두들 이 직임에 제수할 만하다고 하였으므로 십분 신중히 하여 뽑았습니다. 신이 일찍이 그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않았으니 실로 그 사이에 사사로운 뜻은 없었습니다. 더구나 북도의 변장은 모두들 싫어하여 회피하는데, 동관(潼關)은 더욱 외딴 곳이니, 그곳을 지키는 사람은 결코 사의(私意)로 취사(取舍)할 수 없는 곳입니다. 어찌 사람됨이 이토록 형편없어 국가를 욕보임이 이토록 심할 줄을 생각이나 하였겠습니까.
병가의 승패는 실로 말할 수 없으나 대적이 침입하는 날 술에 취해 있었다고 하니 이는 인정상 상상도 못할 일이어서 신 역시 뼈에 사무치게 통분합니다. 본인이 죽었으니 형벌을 베풀 곳이 없으나 국사를 망친 자는 신입니다. 속히 중죄를 내려 군법을 엄히 하소서. 신은 석고 대죄하며 떨고 있습니다."
하니, 답하기를,
"경의 뜻을 잘 알았다. 어떻게 미리 알았겠는가. 대죄하지 말라. 이같은 변방의 헛소문도 있으니 반드시 믿을 만한 소식을 기다리거나 조사한 뒤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03책 185권 10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46면
- 【분류】인사(人事) / 군사(軍事) / 인물(人物) / 외교-야(野)
○丁酉/知中樞府事盧稷 〔啓曰〕 : "伏以, 臣伏見昨日下備邊司之敎, 欲死無地。 潼關僉使全伯玉, 臣曾於癸卯秋, 爲兵曹判書時, 差送者也。 其時亦有忽賊之變, 而潼關乃其先受賊兵之地, 僉使適遞, 欲擇送, 而難其人。 聞伯玉有弓馬之技絶倫, 曾爲會寧判官時, 非但居官甚謹, 威名亦爲胡人所畏服, 且於試才時, 能射六兩四十步, 知其爲壯健人。 議於人而皆曰: ‘可授此任。’ 云, 故十分難愼擬差。 臣不曾一見其面, 實無私意於其間, 況北道邊將, 人皆厭避, 而潼關孤危尤甚, 其所守禦之人, 決不可以私意取舍也。 豈料爲人無狀, 至於此極, 以致今日辱國之甚哉? 兵家勝敗, 固不可言, 而大賊來逼之日, 醉酒不省云, 此, 人情之所不測, 臣亦痛切于骨。 其人已矣, 法無可施之處, 而敗國事者, 臣也, 亟加顯誅, 以肅軍政。 臣席藁待命, 不勝戰慄之至。" 答曰: "具悉卿意。 安能預知? 宜勿待罪。 如此邊上虛言亦有之, 必待信言, 或査覈後, 可知矣。"
- 【태백산사고본】 103책 185권 10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46면
- 【분류】인사(人事) / 군사(軍事) / 인물(人物) / 외교-야(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