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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178권, 선조 37년 9월 9일 병진 4번째기사 1604년 명 만력(萬曆) 32년

진사 노대민 등이 올린 문묘에 이언적을 배향하자는 상소문

평안도 유생(儒生) 진사(進士) 노대민(盧大敏) 등이 상소하였다. 그 대략에,

"독실하게 학문하여 사도(斯道)를 보위하는 것은 진유(眞儒)의 직책이고, 현인을 본받으며 그 덕에 보답하는 것은 명철한 임금의 책임입니다. 진유가 사도를 보위한 공이 있는데도 명철한 임금으로서 그 덕에 보답하는 특전이 없다면 어찌 융성한 치세(治世)에 큰 흠이 되고 사림에 한없는 통탄함을 안겨주는 일이 되지 않겠습니까. 반궁(泮宮)144) 의 유생들이 다섯 유신(儒臣)을 종사(從祀)하는 문제로 심혈을 다해 성상께 호소했었는데, 그만 이언적(李彦迪)에 대해서는 도리어 그럴 만한 이유가 없다는 분부를 내리셨기에, 신들의 의혹이 더욱 심해집니다.

신들은 이언적보다 이 세상에 늦게 태어났고 영남(嶺南)과는 멀리 떨어진 변방에 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기는 합니다. 다만 생각하건대 이언적강계(江界)에 유배되었을 때 국가 일을 근심하고 성상을 사모하는 나머지 강학(講學)과 궁리(窮理)하는 것으로 자기의 소임을 삼았습니다. 이때를 당하여 서쪽 지방의 사자(士子)들로서 그의 문하에 종유(從遊)한 자가 또한 많았었는데, 비록 그의 가르침을 받아 제대로 변화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그의 학문의 경지가 어떠한지는 나름대로 헤아리게 되어 모두들 흠숭하여 경모(景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때부터 후생의 무리들이 그의 언행(言行)을 전송(傳誦)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신들 역시 이곳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부형들과 사우(師友)들이 전하는 말을 듣고는 우리 동방(東方)에도 사도(斯道)가 전해진 것이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었습니다. 그런데 천만 뜻밖에도 회의(懷疑)하시는 말씀이 그만 이언적에게 미쳐 다사(多士)들의 안타깝고 답답한 심정이 더해지게 될 줄을 어찌 알았겠습니까.

아, 학문이 극도로 정미(精微)하고 행신이 전일하게 순수(純粹)하여 한 나라의 정대(正大)한 사람이요 천년의 진유(眞儒)라 하겠으니, 이언적 같은 이는 문묘(文廟)에 배향(配享)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도리어 허물을 잡으니, 사림이 통탄하게 여기는 것이 어찌 한이 있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이언적에 대해 회의하지 마시고 속히 윤허하는 말씀을 내려주소서.

나라가 재건되고 종묘(宗廟)가 중건되는 이때야말로 사문(斯文)을 붙잡아 세우기에 급급해야 할 때입니다. 선비들의 취향을 바르게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착하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진유(眞儒)를 존숭하여 포장(褒奬)함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기에 먼저 이언적에 대한 회의를 풀으실 것을 말씀드렸으며, 끝으로 다섯 유신(儒臣)의 종사(從祀)에 대해서도 간청을 드립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보잘것없는 사람이 하는 말이라고 하여 버리지 마시고 이언적에 대한 회의를 푸시는 동시에 다섯 유신을 문묘에 배향토록 해 주소서. 그러면 사문에 이보다 다행함이 없고 국가에 이보다 다행함이 없겠습니다."

하였는데, 답하기를,

"상소를 살펴보니 진실로 가상하다. 종사하는 일은 추후에 의논하여 처리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00책 178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661면
  • 【분류】
    정론(政論) / 사상-유학(儒學)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平安道儒生進士盧大敏等上疏。 略曰:

篤學衛道, 職在眞儒; 象賢報德, 責係哲王。 眞儒有衛道之功, 哲王無報德之典, 則豈非盛治之大欠, 而士林之長痛乎? 在泮儒生, 將五臣從祀, 刳肝叫閤, 而乃於李彦迪, 反下無此理之敎。 臣等之惑滋甚焉。 臣等生世苦晩, 後於彦迪, 居地偏荒, 遠於嶺南, 雖不得其詳, 而第惟彦迪, 竄於江界, 憂國戀闕之餘, 以講學窮理爲任。 當是時, 西方士子, 從遊其門者亦多。 縱未能化於時雨之中, 而猶測其墻之高下, 擧皆欽歎而景慕。 自是後生之徒, 得以傳誦其言行。 臣等亦生長於斯, 得聞父兄師友之傳, 以爲吾東方, 亦幸斯道之有傳, 豈圖千萬意外之疑, 遽及於彦迪之身, 而增多土之悶鬱乎? 嗚呼! 學極精微, 行專純粹, 一國正人, 千載眞儒, 如彦迪之宜配廟享者, 反歸有過之地, 則士林之痛, 寧有窮已? 伏願殿下, 勿以彦迪爲疑, 而亟賜兪音焉。 邦家再造, 廟宇重新, 此正汲汲扶植斯文之日也。 士趨之正, 人心之淑, 必自崇奬眞儒始, 故先以釋疑彦迪獻焉, 終以陞祀五臣懇焉。 伏願殿下, 勿以人廢言, 釋前疑於彦迪, 配五臣於廟享, 則斯文幸甚, 國家幸甚。

答曰: "省疏。 良用嘉焉。 從祀當隨後議處。"


  • 【태백산사고본】 100책 178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661면
  • 【분류】
    정론(政論) / 사상-유학(儒學)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