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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166권, 선조 36년 9월 3일 병진 2번째기사 1603년 명 만력(萬曆) 31년

북방 정세에 대한 함경북도 병사 이용순의 치계

함경북도 병사 이용순이 치계하였다.

"홀적(忽賊)동관을 에워쌌을 때에 접전한 장사(將士)들이 다 말하기를 ‘전에 홀온(忽溫)과 싸워 그들을 익히 아는데, 이제 적을 보면 장갑(長甲)을 입고 대검(大劍)을 들고 철기(鐵騎)를 타고 달리면서 기휘(旗麾)에 따라 진퇴하는 정상이 홀온과 크게 달라 구황(具滉)을 살해한 적과 비슷하니, 아마도 올호(兀胡)의 군사가 섞여서 온 듯하다.’ 하기에, 신이 이어서 상세히 물었더니 ‘홀라온(忽剌溫)의 추장은 이름은 하질이(何叱耳)라 하는데 부자타(浮者他)의 아들이며 소라적(小羅赤)의 사위이다.’ 하였습니다. 하질이가 을호와 혼인한 친분이 있다면 그 군사가 서로 연합할 수 있을 것이고, 또 그 철갑(鐵甲)의 빛이 검기도 하고 붉기도 하며 그 길이가 복사뼈 밑까지 내려오니, 그들은 올호의 군사임이 틀림없을 듯합니다. 노토(老土)왕견우(王見右)가 다 올호와 결혼하였다면, 신은 또한 노토 등이 종용하여 이번 거사를 하지 않았을까 염려됩니다. 신이 의심하는 까닭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노토올호에게 군사를 청하여 번호(藩胡)에게 원수를 갚는다는 말이 회령(會寧)의 번호가 진고(進告)한 말에 여러 번 나왔고, 또 접때 노토의 아들 칭지사(稱只舍) 등이 수패(受牌)할 때에 올호의 장관(將官) 낭주후(郞主厚) 등이 휘하를 많이 거느리고 노토 부락에 와서 까닭없이 체류하였습니다. 이것이 첫째 까닭입니다.

노토의 속호(屬胡) 막고리(莫古里)가 희령에 있는 족호(族胡)에게 남몰래 말하기를 ‘낭주후가 곧 번호를 공격할 것이다.’ 하였으므로, 신이 곧 무산(茂山)의 통사(通事)를 시켜 책문(責問)하였더니, 낭주후가 답하기를 ‘조선이 내가 오래 머무르는 것을 의심하니 곧 돌아가겠다.’ 하고, 노토·왕견우와 함께 떠났는데 닷새가 못되어 적이 종성에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의심하는 둘째 까닭입니다.

노토가 또 무산의 통사에게 말하기를 ‘산보(山堡)에 적이 있다면 죄가 진실로 나에게 있겠으나 수하(水下)에서 적이 나타난다면 내 아는 바가 아니다.’ 하였는데, 까닭없이 이런 말을 하였으므로 신이 사실 의심하였습니다. 신이 종성(鍾城)에 이르러 살아남은 번호에게 묻기를 ‘너희는 홀온과 무슨 혐의가 있는가?’ 하였더니, 다들 말하기를 ‘홀온에게는 조금도 혐의가 없고 다만 노토와 원한이 있는데 노토는 늘 공격해 오려고 한다.’ 하였습니다. 이것이 의심하는 셋째 까닭입니다. 의심으로 그 진위를 결정할 수는 없겠으나 대개 홀온올호가 서로 연합하고 노토올호에게 귀부한 것은 틀림없으니, 세 적이 밖에서 서로 결합하여 날마다 번호를 공격하는 것을 일삼아 마침내 어떤 꾀를 쓸런지 헤아리기 어려운데 우리 쪽의 방비는 허술하기가 막심하니, 매우 답답합니다."


  • 【태백산사고본】 96책 166권 4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532면
  • 【분류】
    군사(軍事) / 외교-야(野)

    咸鏡北道兵使李用淳馳啓曰: "忽賊之圍潼關也, 接戰將士等, 皆曰: ‘前與忽溫相戰已熟, 今見此賊, 則長甲、大劍, 鐵騎奔馳, 旗麾進退之狀, 大非忽溫。 似與具滉見殺之賊相類, 疑是兀胡兵, 相雜而來。’ 臣仍而詳問, 則忽刺溫酋長, 名曰何叱耳, 乃浮者他子也、 而小羅赤女壻也。 何叱耳之於兀胡, 有姻婭之親, 則其兵必有相連之理。 且其鐵甲之色, 或黑或赤, 其長過踝, 其爲兀胡之兵, 恐或無疑。 老土王見右, 皆與兀胡結婚, 則臣又恐老土等, 未必不縱臾而爲此擧也。 臣之所以疑者, 有三焉。 老土請兵兀胡, 報怨藩之說, 屢出於會寧進告之辭。 且頃日老土稱只舍等受牌之時, 兀胡將官郞主厚等, 多率麾下, 來到老土部落, 無故淹留, 其疑一也。 老土 莫古里, 潛言於會寧曰: ‘郞主厚近將攻擊藩。’ 臣卽令茂山通事責問, 則郞主厚答稱: ‘朝鮮疑我久留, 吾當卽還’, 與老土王見右俱去, 未五日, 而賊發於鍾城, 其疑二也。 老土又語於茂山通事曰: ‘山堡有賊, 則罪固在我, 若水下賊發, 則非吾所知。’ 無故而發此言, 臣固疑之。 臣今到鍾城, 問於遺存藩曰: ‘汝與忽溫有何嫌?’ 皆曰: ‘忽溫無少嫌, 只與老土有怨。’ 老土常欲來攻, 其疑三也。 不可以疑慮, 定其眞詐, 大槪忽溫兀胡相連, 而老土之投屬於兀胡, 則無疑。 三賊相結於外, 日以攻擊藩爲事, 畢竟之謀, 有所難測。 我邊防備, 虛踈已甚, 極爲悶慮云。"


    • 【태백산사고본】 96책 166권 4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532면
    • 【분류】
      군사(軍事) / 외교-야(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