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림부정 등이 배흥립 집의 담을 넘어 소란을 피운 것을 치죄하게 하다
왕자 임해군(臨海君)이 아뢰기를,
"신은 종실(宗室)의 유사 당상(有司堂上)으로, 종부시 도제조(宗簿寺都提調)의 임무는 지극히 중합니다. 평상시 종실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잘 규검(糾檢)하지 못하여 종실과 여염에 폐단을 일으키는 경우가 흔히 있었으니, 신의 불찰이 큽니다. 황공하여 대죄합니다."
하니, 대죄하지 말라고 답하였다. 이어서 아뢰기를,
"송림부정(松林副正) 언경(彦璟)과 옥림부수(玉林副守) 계윤(季胤)은 이달 초하룻날 밤 무뢰배 7∼8인과 결당(結黨)하여 전(前) 수사(水使) 배흥립(裵興立) 집의 담을 불시에 넘어들어가 소신(小臣)의 이름을 팔기도 하고 순화군(順和君)이라 【역시 왕자이다. 】 일컫기도 하였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왕자라고 사칭(詐稱)하면서 여염(閭閻)에서 소란을 일으켰으니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송림부정과 옥림부수 및 결당한 사람들을 모두 끝까지 추문하여 율에 따라 치죄함으로써 기타 사람들을 징계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아뢴 대로 하라고 답하였다. 이어서 전교하기를,
"이것이 무슨 일인가? 일의 상황과 곡절에 대해 배흥립에게 명패(命牌)025) 로 물어 아뢰라. 이른바 무뢰배라 하는 자들은 형조로 하여금 끝까지 찾아서 체포함으로써 도망치지 못하게 하라."
하고, 정원에 전교하기를,
"왕자를 사칭하면서 재신(宰臣)의 집에서 소란을 일으켰다 하니, 뒤폐단을 막지 않을 수 없다. 송림부정 등 두 종실을 금부에 내려 추국하라."
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신은 들으니 맹자(孟子)가 ‘습기를 싫어하면서 낮은 지대에 산다.’라고 하였다. 사람이 불선(不善)하면 모든 악명(惡名)이 그리로 모이는 법이다. 임해군의 패망이 극도에 달하였으니 무뢰배들이 사칭하는 것은 참으로 당연하다. 이때 그가 대죄하는 양심(良心)을 인하여 그가 평일에 저지른 패도(敗度)함을 책망함으로써 그 스스로 반성하여 두려워하는 바가 있게 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지는 않고 단지 사칭(詐稱)하는 무리들만을 징계하여 다스리려고 하였으니, 왕자가 교만 횡포하고 소민(小民)이 원망하여 배반하는 것은 이상하게 여길 것도 없다.
- 【태백산사고본】 92책 160권 3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452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사법(司法) / 역사-사학(史學)
- [註 025]명패(命牌) : 승지가 왕명에 의거 신하들을 부를 때 사용하는 패(牌). 명(命)자를 묽은 빛의 패에다 쓰고 한쪽에는 부르는 신하의 이름을 써서 승정원 하리(下吏)를 시켜 전달함.
○壬戌/王子臨海君啓曰: "臣以宗室有司堂上, 宗簿寺都提調之任, 至重, 常時凡宗室愆違, 不能糾檢, 宗室閭閻作弊者, 比比有之, 臣不察之失, 大矣。 惶恐待罪。" 答曰: "勿待罪。" 仍啓曰: "松林副正 彦璟、玉林副守 季胤, 本月初一日夜間, 無賴人七八結黨, 前水使裵興立家, 不意踰墻突入, 或稱小臣、或稱順和君。 【亦王子。】 不知某事, 而王子依稱, 閭閻作挐, 駭愕莫甚、松林副正、玉林副守及結黨人, 竝窮推, 依律治罪, 以懲其餘何如?" 答曰: "依啓。" 仍傳曰: "此何事邪? 事狀曲折, 裵興立命牌問啓。 所謂無賴人等, 令刑曹窮尋捕捉, 使不得逃脫。" 傳于政院曰: "詐稱王子, 作拿於宰臣家, 後弊不可不杜。 此松林副正等二宗, 下禁府推鞫。"
【史臣曰: "臣聞孟子曰: ‘惡濕而居下。’ 人之不善, 惡之所歸。 臨海之悖妄極矣, 無賴之依稱, 固其所也。 不於此時, 因其待罪之良心, 責其平日之敗度, 使之反身省己, 有所惕悟, 而曾不出此, 徒欲懲治其詐稱之輩, 無惑乎王子之驕橫、小民之怨叛也。"】
- 【태백산사고본】 92책 160권 3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452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사법(司法)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