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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158권, 선조 36년 1월 6일 계해 4번째기사 1603년 명 만력(萬曆) 31년

바위가 저절로 뽑히고 무지개가 해를 꿰는 이변에 대해 정원과 논의하다

정원이 아뢰기를,

"해는 중양(衆陽)의 종주인데 사특한 기운이 능범(凌犯)하여 가로 꿰기까지 하였으니 이는 실로 큰 재이(災異)인데다가 그것이 바로 세수(歲首)에 나타났습니다. 또한 돌은 무거운 것이 응결된 물건인데 갑자기 저절로 뽑혀 다른 곳으로 굴러가기까지 하였으니 이는 심한 변괴(變怪)인데, 몇 달 사이에 거듭 발생하였습니다. 천도(天道)는 현미(玄微)한 것이어서 비록 어떤 일 때문이라고 분명히 지적할 수는 없지만, 그 효상(爻象)이 매우 염려됩니다.

오늘날 국사는 어렵고 인심은 걱정스러운데다가 시전(市廛)은 실업(失業)하여 원망이 비등하고 있고 변방에는 두려운 소식이 많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존망이 달려 있는 위급한 때인데 조정에는 의탁할 만한 심복이 없습니다. 대소 관원들은 모두들 범범히 시일만 보내면서 오직 퇴피(退避)할 계획만 하여 국사가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방치하고 있습니다.

제도(制度)와 문구(文具)는 점차 구규(舊規)를 회복하고 있지만 화려하고 사치한 풍습은 날로 심해가고 있습니다. 사대부들 사이에 거친 베옷을 입은 사람을 보기가 드물고, 혼인할 때에는 무늬가 화려한 비단옷으로 꾸미기까지 합니다. 삼가 시사(時事)를 생각해 보건대, 위태로운 징조가 아닌 것이 없는데, 눈에 띄는 문물은 완연한 태평 시대의 형상이니, 인애(仁愛)하는 하늘이 재이(災異)를 내려 경동(警動)시키려는 것이 아닌지 어찌 알겠습니까.

하늘과 사람의 관계는 한 가지 이치로서 틈이 없는 것으로, 아래에서 인사(人事)를 극진히 하면 그 성의(誠意)를 위에서 믿게 되어 기미(機微)의 전이(轉移)가 그림자나 메아리보다도 빠릅니다. 진실로 마음속에 상제(上帝)를 대하여 일용(日用)생활에 천리(天理)가 유행(流行)되고 털끝만큼도 사사로운 잡된 마음이 없게 한다면, 하늘에 응하는 도리가 반 이상은 성취된 것입니다. 군신(君臣) 상하가 마음을 함께 하고 뜻을 같이하여 겉치레만 일삼는 말단적인 일을 통렬히 끊어버리고 수성(修省)의 실상을 극진히 한다면,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가 진실로 이 기회에 달려 있습니다. 신들은 모두 변변치 못한 자질로 외람되게 근밀(近密)한 지위에 있으면서 재이(災異)를 눈으로 보고 심회가 번민으로 가득하여 구구한 심정을 억누를 수 없기에 황공하게도 감히 아룁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아뢴 내용이 옳다. 천재(天災)에 응하는 도리는 진실로 일에 따라 두려워하고 염려해야 하는 것이요, 어떤 일에 대한 보응이라고 하는 것은 불가하다. 임진년 전에도 이런 변고가 해마다 있었는데 임진년 이후 금년에 다시 이런 변이 나타나니, 더욱 놀랍고 두렵기만 하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92책 158권 2장 B면【국편영인본】 24책 439면
  • 【분류】
    정론(政論) / 사법(司法) / 과학-천기(天氣)

    ○政院啓曰: "日者, 衆陽之宗, 而慝氣凌犯, 至於橫貫, 此實災異之大者, 而正現於歲首。 石者, 凝重之物, 而忽然自拔, 轉至他所, 是亦變怪之甚者, 而疊出於數朔。 天道玄微, 雖不敢指以爲某事, 其爲爻象, 槪是愁慘。 目今國事艱虞, 人心憂懼, 市廛失業, 怨讟騰天, 邊鄙多聳, 朝夕莫保。 此正危急存亡之秋也, 而朝廷無腹心之寄, 大小悠泛, 唯以退避爲計, 置國事於無可奈何之域。 制度文具, 漸復舊規, 奢華侈習, 日以益滋, 大布之衣, 罕見士夫之間, 婚姻之際, 至用文繡之飾。 竊念時事, 無非危懼之兆, 而目擊文物, 宛然大平之像。 安知非仁愛之天, 出災異以警動之乎? 天人之際, 一理無間。 人事盡於下, 則誠意孚於上, 轉移之機, 捷於影響。 誠使方寸之地, 對越上帝, 日用之間, 天理流行, 而無一毫私累之雜, 則其於應天之道, 思過半矣, 而君臣上下, 協心同德, 痛絶文爲之末, 克盡修省之實, 則轉災爲福, 亶在於此。 臣等俱以無狀, 職忝近密, 目見災異, 心懷憂悶, 不勝區區之情, 惶恐敢啓。" 傳曰: "啓辭是矣。 應災之道固宜, 隨事惕慮。 不可以爲某事之應, 但壬辰之前, 此變無歲不有。 壬辰之後, 今年又復始見, 尤爲驚懼矣。"


    • 【태백산사고본】 92책 158권 2장 B면【국편영인본】 24책 439면
    • 【분류】
      정론(政論) / 사법(司法) / 과학-천기(天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