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족 추장 노토의 항복을 받아줄지에 대해 선전관이 처리토록 하다
비변사가 회계(回啓)하기를,
"노토(老土)의 죄악은 진실로 용서하기 어려워서 전일에도 여러 번 계획을 세워 정형(正刑)을 시행하려 하였으나 시행하지 못하였습니다. 지금 와서 항복을 애걸하는 것은 비록 그들의 형세가 궁핍해서이기는 하지만 하늘이 벌을 줄 기회를 준 것입니다. 가령 그 정성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어찌 진심으로 복종하겠습니까. 후일 수시로 항복했다가 이내 배반할 후환이 없을 것이라고 어떻게 기필할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와주(臥主) 등과는 서로 사이가 좋지 못하여 몰래 무산(茂山)으로 납관(納款)할 계획이라고는 하지만 이것은 조종조(祖宗朝)의 옛 규례가 아닙니다. 만약 이 길을 열어놓게 되면 뒤폐단이 한없을 것이니 이 또한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변방의 신하가 그들이 투항해 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 고식적으로 성의를 받아들였으나, 조정의 조치는 이를 용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의 죄를 하나하나 따져서 공명정대하게 효수(梟首)해야 변방 다른 오랑캐들의 배반하는 마음을 꺾을 수 있을 것이며, 회령(會寧) 지방 번호(藩胡)106) 의 원통한 마음도 풀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명간로(明看老)와 능주(能主) 등은 회령으로 잡아 보내 역시 그 죄목을 하나하나 열거하고 형장(刑杖)을 쳐서 그대로 와주 등처에 주어 함께 살게 하여야 합니다. 이는 협종(脅從)107) 한 자는 다스리지 않는다는 율이며, 은혜와 위엄을 아울러 보여주는 것으로써 적절한 듯합니다.
혹자는 ‘노토는 전일의 죄악 때문에 용서할 수가 없고, 무산 역시 납관하는 장소가 아니라고 여겼다면 당초에 변방 장수가 죄목을 따져 잘 조처했어야 했다.’고 합니다. 이 도적들이 항복해 온 것은 형세가 궁핍해서인데도 ‘마음을 돌려 항복해 온 것이다.’고 하자 변방 신하가 조정에 품의하지도 않고 이미 항복을 받아들였는데, 항복한 적을 태도를 바꾸어 곧바로 죽인다면 비단 왕자(王者)가 오랑캐를 대하는 도리에 어긋날 뿐만이 아니라 오랑캐들이 도리어 우리가 신의를 저버렸다고 하여 이후로는 변방에 투항해 오는 길이 영원히 막힐까 염려되니, 이는 실로 작은 우려가 아닙니다. 변방 장수로 하여금 노토 이하 여러 도적들을 잡아와서 그 죄목을 하나하나 따져 ‘너희들의 죄가 중하여 왕법(王法)으로는 죽여야 마땅하나 조정에서 관대하게 처분하여 우선 이번만은 용서한다. 다만 무산(茂山)은 본디 투항하는 곳이 아니니 너희들은 회령에 가서 투항해야 한다.’ 하여, 회령으로 가도록 한다면 사체에 맞을 듯합니다.
대체로 사태의 기미와 정황으로 보아 혹 멀리서 지레 헤아리기 어려운 점도 있으며, 이번 조처는 처음부터 작은 일이 아니었으므로 당국자인 변방 신하 또한 필시 직접 보고 마음속으로 헤아려서 좋은 계책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지략이 있는 선전관(宣傳官) 한 사람을 특명으로 본도의 도순찰사(都巡察使)와 북병사(北兵使)가 있는 곳으로 보내, 이상의 두 가지 의논을 가지고 충분히 상의하여 신중히 조처하도록 해서 후회가 없도록 함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아뢴 대로 윤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90책 151권 7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389면
- 【분류】정론(政論) / 외교-야(野)
○備邊司回啓曰: "老土罪惡, 固難容赦。 前日累次行計, 欲爲正刑, 而不得致令。 今來乞降, 雖其勢出於窮蹙, 而天與其誅也。 假令許款, 豈終誠服? 他日隨時飛附, 乍降乍叛之患, 安保其必無? 況與臥主等, 不能相容, 潛投茂山, 以爲納款之計。 此非祖宗朝舊規, 若開此路, 後弊無窮, 亦不可不慮也。 邊臣雖幸其來投, 姑息納降, 而自朝廷處置, 不容但已。 所當歷數其罪, 明正梟首, 可以折邊上他胡反側之心, 可以快會寧藩胡讎冤之心。 至於明看老、能主等, 則拿送于會寧, 亦數罪決杖, 仍授于臥主等處, 使之偕住, 此乃脅從罔治之律也。 其於恩威幷示之擧, 似爲得宜。 或云: ‘若以爲老土從前罪惡, 不可容赦, 而茂山亦非納款之地, 則當初邊將, 數其罪而善處可也。 今者此賊之來, 出於勢窮, 而其言則以回心來款爲辭, 邊臣不稟朝廷, 已爲納降, 旣降之賊, 旋卽誅之, 則非但有乖王者待夷之道, 竊恐虜人, 反以我爲失信, 而邊上自此永絶納款之路。’ 此誠非細慮。 令邊將, 拿致老土以下諸賊, 數其罪曰: ‘爾等罪重, 在王法當誅, 但朝廷寬大, 今姑涵容。 但茂山本非納款之地, 爾當於會寧納款矣’, 使往會寧, 則似爲得體。 大槪事機情形, 或有難以遙度者, 而今此之擧, 初非細故。 當局邊臣, 亦必目覩心料, 得其長策, 宣傳官, 有心計者一人, 特令下送于本道都巡察使北兵使處, 將上項兩款之議, 十分商量, 從長處置, 俾無後悔何如?" 啓依允。
- 【태백산사고본】 90책 151권 7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38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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