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군 정곤수가 이항복을 출사케하도록 아뢰다
서천군(西川君) 정곤수(鄭崑壽)가 【사람됨이 박식하고 단아하였으며 성보(姓譜)에 능했다. 임진 왜란 때 이항복 등과 함께 호종하였고 고급사(告急使)로 경상(京師)에 가 대병을 청해 평양의 왜적을 토벌하였으므로 이항복과 함께 원훈(元勳)이 되었다. 】 아뢰기를,
"신이 외람되게 잘못된 은총을 입어 원훈(元勳)에 끼게 되었는데 명분과 실제가 어긋났으므로 성명(成命)을 거두시기를 바라며 신에게 아무 공로도 없다는 것을 또한 우러러 아뢰었으나 정성이 위에 통하지 못해 윤허를 받지 못했으니 여러모로 부끄러움만 더할 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삼가 듣건대 어제 녹공(錄功)을 속히 거행하라는 일로 승전(承傳)을 받들었다 합니다. 따라서 신은 오성 부원군(鰲城府院君) 이항복(李恒福)과 【해학을 잘할 뿐 건백(建白)하지 않았으므로 사림이 이를 단점으로 여겼다. 신축년에 상이 여러 신하들의 노고를 생각하여 호종 공신의 책봉을 명했는데 항복을 수훈(首勳)으로 삼았다. 그러나 송언신(宋言愼)·박이장(朴而章) 등이 상의 앞에서 간당으로 지목하며 심히 배척하자 항복이 감히 나오지 못했다. 】 함께 의논하여 녹공될 여러 신하를 자세히 정하여 기록해야 할텐데 이항복이 병을 이유로 숙배(肅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출사를 명하여 동참케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윤허한다고 전교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삼가 살피건대 오늘날 녹공해야 할 공신의 종류는 셋이니 호종(扈從)·토역(討逆)·평왜(平倭)가 그것이다. 이 세 가시 공훈에 대해서는 진실로 보답하지 않을 수 없는 국가의 중대사이다. 그러나 호종과 토역은 본디 그러한 사람이 있으니, 등급이 혹 공평하지 못하더라도 그렇게 심한 과오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평왜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중국 조정의 덕택이었으니 우리 나라 장사(將士)는 진실로 평왜에 해당시키기가 어렵다. 그러나 그 중 힘을 쏟은 이에 대해서는 녹공하지 않을 수 없는데 권율(權慄)·이정암(李廷馣)·이순신(李舜臣)·원균(元均)같은 이들은 또한 표표하게 공이 있는 자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미 죽었으니 누구를 원훈으로 삼아 참된 공로를 논의하여 정할 것인가. 그 나머지는 지혜나 공력들인 것이 비슷하고 공도 서로 같은 이가 수없이 많은데, 취사(取舍)하고 여탈(與奪)할 때에 혹 공정하지 못하게 되면 사람마다 원망을 품고는 반드시 불평하는 기색이 있을 것이다. 이는 진실로 쉽사리 논의하여 정할 수 없는 것이므로 유식한 이들이 걱정하는 바였다.
- 【태백산사고본】 89책 149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24책 375면
- 【분류】정론(政論) / 인사(人事) / 인물(人物) / 역사-사학(史學)
○辛亥/西川君 鄭崑壽 【爲人博雅, 長於姓譜。 壬辰之亂, 與李恒福等扈從, 又赴京告急, 得請大兵, 以討平壤之賊, 故與恒福, 共爲元勳。】 啓曰: "臣猥蒙謬恩, 忝冒元勳, 名與實乖, 冀收成命, 臣之罔功, 亦旣仰控, 誠未上孚, 不得蒙允, 仰愧俯怍, 措躬無地。 伏聞昨日錄功, 速爲擧行事, 捧承傳, 臣當與鰲城府院君 李恒福。 【恢諧善謔, 不爲建白, 士以是短之。 辛丑年, 上念諸臣羈紲之勞, 命策扈從功臣, 而以恒福爲勳首, 宋言愼、朴而章諸人, 於上前, 指爲黨奸, 以深擠之故, 恒福不敢出。】 同議, 會應錄諸臣, 詳定錄功之事, 而李恒福病未肅拜。 請命出仕, 同參何如?" 傳曰: "允。"
【謹按, 今日功臣所當錄者, 三, 扈從也, 討逆也, 平倭也。 此三勳者, 固不可不酬, 而國之重事也。 然扈從、討逆, 固自有其人矣。 雖等第之或不公, 不甚過誤, 至於平倭, 則終始天朝之力耳。 我國將士, 固難以平倭當之, 而其中宣力者, 亦不可不錄。 如權慄、李廷馣、李舜臣、元均諸人, 亦可謂表表有其功者, 不幸已死, 誰爲元勳, 議定眞功? 其餘智醜力齊, 功烈相等者, 肩相磨也, 而取舍與奪之際, 或不能公, 則人懷怨咎, 必有不平之氣矣。 此固不可容易議定者也, 有識者憂之。】
- 【태백산사고본】 89책 149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24책 375면
- 【분류】정론(政論) / 인사(人事) / 인물(人物)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