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부가 성혼의 삭탈 관작을 주청하다
헌부가 아뢰었다.
"신들이 간신에게 편당하고 임금을 버린 성혼의 죄를 가지고 논열할 수 있는 데까지 다하였으나 그대로 두라고 하교하시니 신들은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성혼과 정철이 서로 심복이 되어 시론(時論)을 주장하니, 한때의 빌붙은 무리들이 모두 두 사람의 지시를 받았고, 정철이 하는 일은 성혼이 모른는 것이 없었으니, 시종 간신에게 편당한 자취는 환하여 가리울 수 없습니다. 그런데 관작을 삭탈하는 벌이 홀로 정철에게만 행해지고 성혼에게는 미치지 않았으니, 이것이 신들이 답답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대가가 그가 사는 고을을 지나가던 날 자기집에 편안히 누워 있으면서 끝내 달려오지 않았으니, 어려운 때를 당하여 임금을 버린 죄는 더욱 통분스럽습니다. 더구나 역옥을 다스릴 때를 당하여 조신 가운데 역적과 조금이라도 서로 교분이 있는 자는 모두 역적과 교결한 죄를 면치 못하였는데, 저 역적이 한 시대의 큰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실로 성혼이 길러주고 부추겨 준데서 말미암은 것인데도, 성혼만은 역적과 교결한 죄를 면하였습니다. 이는 성혼이 기꺼이 정철에게 빌붙은 것으로, 정철과 절교하지 아니한 것은 논의할 것조차 없습니다. 성혼의 정상이 이처럼 환하게 드러났는데도 아직까지 저승에서 직명을 보전하고 있으니, 신들은 공론이 행해질 때가 없고 시비가 바르게 될 길이 없을까 두렵습니다. 어찌 그 몸이 죽었다 하여 내버려 두고 추탈(追奪)하지 않아서야 되겠습니까. 삭탈 관작을 명하소서."
- 【태백산사고본】 88책 146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347면
- 【분류】정론(政論) / 인사(人事) / 사법(司法) / 변란(變亂)
○壬午/憲府啓曰: "臣等將成渾黨奸後君之罪, 論列已盡, 而以姑置之爲敎, 臣等不勝悶鬱焉。 渾與鄭澈, 結爲心腹, 主張時議, 一時趨附之輩, 皆聽二人之指嗾。 澈所作爲, 渾無不知, 則終始黨奸之迹, 昭不可掩, 而削官之典, 獨行於澈, 而不及於渾, 此臣等之悶鬱者也。 渾於大駕過境之日, 安臥私室, 終不馳赴, 則其臨難遺君之罪, 尤可痛心。 況當逆獄之時, 朝臣中, 與逆賊小有相知之分者, 皆不免交結逆賊之罪, 而彼逆賊之得一時重名, 實由於渾之卵育吹噓, 而渾獨免(失)〔夫〕 交結逆賊之罪。 此渾之所以甘心附澈, 而其不爲絶交, 有不暇論也。 渾之情狀, 若是其昭著, 而尙保職名於泉壤之下, 臣等竊恐公論無時而得行, 是非無由而歸正。 豈可諉以其身已死, 而不爲追奪乎? 請命削奪官爵。"
- 【태백산사고본】 88책 146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347면
- 【분류】정론(政論) / 인사(人事) / 사법(司法) / 변란(變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