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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144권, 선조 34년 12월 29일 임진 3번째기사 1601년 명 만력(萬曆) 29년

경상등도 체찰사 이덕형이 대마도를 정탐하는 계책에 대해 아뢰다

경상등도 체찰사(慶尙等道體察使) 이덕형이 아뢰기를,

"귤지정이 지금 이미 돌아갔으니, 내년 정월 사이에 대마도에 인마(人馬)를 보내어 정탐할 일로 전일 계하(啓下)하여 신에게 이문(移文)하여 왔습니다.

이 일은 기관(機關)에 관계되는 바가 매우 중대하니 차임하여 보내는 사람을 모름지기 잘 가려 들여보내야 노적(老賊)에게 속음을 면할 수 있습니다. 반복하여 생각해 보아도 유정(惟政)보다 나은 사람이 없는데 유정은 왜인이 이름을 아는 승려이니 지금 갑자기 들여보내면 뒤에 빙거하여 계책을 세울 기회가 있다 하더라도 존중을 받지 못할까 염려됩니다. 영리한 승려로 하여금 유정의 사리(闍梨)라고 하여 유정의 사서(私書)를 가지고 가서, 유정이 바야흐로 만 군문(萬軍門)의 아문(衙門)에 있으면서 이 서신을 만들었다고 핑계하여 말하게 하고, 배첩(拜帖)·부계(副啓)를 담은 함(凾)의 안팎을 중국의 간지(簡紙)를 사용하고 겸하여 사구(辭句)를 만들어 ‘유정이 동쪽으로 가 반드시 평조신과 서로 모여 강화(講話)하겠다.’ 한다면 노적이 혹 그럴 듯하게 여길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시험하여 그 의도를 맞추어 주고 중국의 위관(委官)이 혹시 다시 나오면 또 다소 기미책(羈縻策)이 있을 것입니다. 다행히 1, 2년 물려져서 우리가 스스로 조용히 정약(定約)할 수 있게 된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습니다. 다만 우리 형세가 바야흐로 다급하여 근심스러운 기회가 박두해 있으니, 책응(策應)하는 즈음에 조금만 착오가 있어도 적이 화심(禍心)을 내부릴 것이 틀림없습니다.

또 이번 걸음에 평조신이 우리의 계책을 경청(傾聽)하게 한 뒤에야 다른 날 다시 일을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만약 이번 걸음에 잘 조처하지 못하여 평조신이 절발(竊發)하여 으르고 위협하는 등 못하는 짓이 없이 한 뒤에 우리가 비로소 부득이 화약(和約)을 한다면 일이 더욱 난처하게 되어 도리어 이때 하는 것만 못하게 됩니다. 그 사이의 득실과 이해는 오직 차견(差遣)한 사람의 능불능(能不能)이 어떠한가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신이 일찍이 남방에 있을 적에 유정이 거느리는 휘하의 여러 승려 가운데 유심(留心)하여 간택해 보았으나 마침내 마음에 맞지 않았습니다. 군관이나 무사 중에 여러 방법으로 시험해 보았더니, 오직 동래 소모진(東萊召募陣)의 천총(千摠) 전계신(全繼信), 통영 군관(統營軍官) 김시약(金時若)이 다른 사람보다 나은 듯하였습니다. 일찍이 귤지정의 얼굴을 알고 있고 말씨도 가볍지 아니한 면에서는 전계신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사람이 유정의 서신을 가지고 가서 평조신에게 전달하되, 유정청정(淸正) 때부터 화의를 주장하였고 방금 군문(軍門)의 표하(標下)에 있으면서 모의에 참여하고 있으며 도덕과 식견이 매우 높다는 상황을 성대히 칭찬하게 하여 모든 일을 유정에게 미룸으로써 후일 서로 접촉하게 하는 소지로 삼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를 비변사로 하여금 익히 생각하게 하여 일이 행할 만한 것이면 속히 조처하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윤허한다고 전교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7책 144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24책 330면
  • 【분류】
    정론(政論) / 외교-왜(倭) / 사상-불교(佛敎)

    慶尙等道體察使李德馨啓曰: "橘智正今已發還。 正月間, 遣人馬島偵探事, 備邊司前日啓下, 移文於臣矣。 此事機關, 所係極重, 差去之人, 須極擇入送, 庶免見賣於老賊。 反覆思度, 無逾於惟政, 而惟政, 乃倭人知名之僧, 今猝然入送, 則後雖有憑依仍計之機, 而恐無以取重。 若令伶俐僧人, 稱爲惟政闍梨, 持惟政私書, 托言惟政方在萬軍門衙門, 爲此書, 而拜帖, 副啓內外函, 用中朝簡紙, 兼爲措辭指言, 惟政東還, 必與平調信相會講話云, 則老賊或以爲然。 如是試之, 以中其意, 而中朝委官, 倘復出來, 則又有多少羈縻之策。 幸而遷退一二年, 容我自圖, 從容定約, 則固大善也。 但我勢方急, 憂機在迫, 策應之間, 少有失誤, 則賊之速逞禍心, 必矣。 且此行, 使調信傾聽我之謀計, 然後他日, 更有所爲。 若於此行, 不能善處, 致調信竊發哄脅, 無所不至, 而我始乃不得已爲和約, 則事益難處, 反不如此時。 其間得失利害, 惟在差遣之人能不能如何。 臣曾在南方, 惟政率下諸僧中, 留心揀擇, 則終不稱意。 軍官、武士中, 多般試之, 惟東萊召募陣千總全繼信統營軍官金時若, 似勝於他人, 曾知橘智正面目, 而言語又不輕淺, 則繼信似過之。 今此人持惟政書, 傳致於調信, 盛稱惟政, 自淸正時主和, 方在軍門標下, 參聞謀議, 道識甚高之狀, 凡百推諉於惟政, 以爲後日相接之地。 請令備邊司, 爛熟思量, 若事在可行, 則從速處之何如?" 傳曰: "允。"


    • 【태백산사고본】 87책 144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24책 330면
    • 【분류】
      정론(政論) / 외교-왜(倭) / 사상-불교(佛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