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정 이항복이 두 번째 사직을 청하자, 불윤 비답을 내리다
영의정 이항복이 두 번째 정사(呈辭)하자, 불윤 비답을 내렸는데, 그 대략에,
"오랫동안 정승의 자리에 위임한 뜻을 보답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데 재차 병을 핑계하여 사직하는 것은 어려움을 구제하는 데 마땅하지 않다. 경은 화평한 흉금, 위대한 도량에다 검소한 행실과 맑은 의표(儀表)를 지녀 교악 태산(喬岳太山)처럼 사람들이 그 무게에 승복했고 봉황(鳳凰)·지초(芝草) 같아 모두 기이하게 여겼다. 혼란했던 지난 시절 더욱 충정(忠貞)을 돈독하게 했으니, 어찌 험이(險夷)를 인하여 절조를 달리한 일이 있었던가. 위망(危亡)에 즈음하여 잠시도 떠나지 않고 말고삐를 잡고 따르기를 원하였으며, 힘써 많은 도움을 준 데 힘입어 다행히 난국을 다스려 나라를 재건하게 되었다. 마침 우리 나라가 간사한 사람에게 무함을 당했을 때 경으로 하여금 황조(皇朝)에 변무(辨誣)하게 하였는데, 천자의 마음을 돌리자는 일념으로 험난한 길을 사양하지 않았다. 나라를 위한 충성에 감동되어 마침내 무함을 깨끗이 씻기게 되었다."
하고, 또 이르기를,
"또 생각하건대, 지난 날 강연(講筵)에서 뜻밖에 소관(小官)이 망령된 말을 하였는데, 내가 그의 아첨을 미워하여 실로 일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말한 것인데 경에게 무엇이 해롭겠는가. 혹시 그것을 인하여 물러가기를 비는 것은 아닌가? 한(漢)나라 장양(張良)처럼 성공한 후에 적송자(赤松子)를 따르고자 하지만 진(晉)나라 사안(謝安)처럼 당세에 나오지 않는다면 창생(蒼生)은 어찌 하겠는가. 그대의 직책에 힘써 내 마음에 부응하라."
하였는데, 이는 수찬(修撰) 민유경(閔有慶)이 지은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84책 138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24책 269면
- 【분류】정론(政論) / 인사(人事)
○領議政李恒福, 再度呈辭, 不允批答。 其略曰: "久應台階, 委任方切於注意, 再引疾病控辭, 不宜於濟艱。 惟卿沖襟偉量, 素履淸標, 喬岳太山, 人服其重, 鳳凰芝草, 皆以爲奇。 祥在蒼攘, 益篤忠貞, 豈因夷險異致, 際危亡, 不離造次, 願執羈(的)〔靮〕 以從, 賴宣力之多裨, 幸撥亂而再造。 適我邦被讒於奸竪, 煩卿行辨誣於皇朝, 志切回天, 不辭道途跋涉, 誠深許國, 竟致日月照臨。" 又曰: "且念頃日之講筵, 不料小官之妄語。 予惡夫侫, 實爲防微而有言, 何傷乎卿? 恐或因此而乞退, 縱張良欲退於成功, 願從赤松去; 倘謝安不起於當世, 奈此蒼生何? 克勤乃職, 用副予懷。" 修撰閔有慶之詞也。
- 【태백산사고본】 84책 138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24책 269면
- 【분류】정론(政論) / 인사(人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