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난 때 도망친 박정현이 서정관이 되자 다시 차임할 것을 전교하다
비망기로 이비(吏批)에게 전교하였다.
"서장관(書狀官)은 중국에 사신으로 가는 일행의 어사(御史)이니, 반드시 명망과 실정이 모두 현격하여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자라야 비로소 왕명을 욕되게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전에 가려서 차송할 것을 누차 전교하였는데, 이제 감히 박정현(朴鼎賢)을 동지사(冬至使)의 서장관으로 수의(首擬)하였다. 박정현은 지난 임진란 때 임금을 버리고 사책(史冊)을 불지르고 도망친 자인데, 이제 또 명을 받들고 가다가 중도에서 도망치게 하려고 하는가. 중국 땅을 더럽히고 말 것이다. 그는 병란 때는 임금을 배신하였다가 난이 평정되자 관직을 가졌으니, 진신(搢紳)의 수치스러움이 극에 달했다 할 것이다. 공론(公論)은 어디로 갔는가. 지난해 김선여(金善餘)를 여러 번 청현직(淸顯職)에 의망하였고, 심지어 홍문록(弘文錄)에 피선(被選)되기까지 하였으니, 이는 일국의 조신(朝臣)에게 선여(善餘)의 소행을 본받도록 한 것으로서 인륜이 사라진 것이다. 어찌 조정이 변한 것이 아니라고 하겠는가. 사람을 등용함이 전도되고 권선 징악의 법도가 없어졌으니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비록 박정현이 아니라도 사람이 없지 않을 듯하니 다시 가려서 차임하라." 【남근(南瑾)은 임진란 때 대간으로서 호가(扈駕)하지 않았는데도 청현직을 역임하고 시종(侍從)으로 출입하였다. 임금의 호오(好惡)를 과연 알기 어렵다. 】
- 【태백산사고본】 83책 136권 1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227면
- 【분류】정론(政論) / 인사(人事) / 사법-탄핵(彈劾)
○備忘記, 傳于吏批曰: "書狀官, 乃朝天一行御史也。 必名實俱顯, 爲人所服者, 然後庶不至於辱命矣。 是以, 前者擇差事, 累次傳敎矣。 今敢以朴鼎賢, 首擬於冬至使書狀官。 鼎賢, 昔在壬辰, 棄君焚史而逃亡者。 又欲使奉命逃亡於中路耶? 是將汚辱中土乎? 夫臨亂而背君, 亂定而做官, 其爲搢紳之羞極矣。 公論安在? 頃年金善餘, 累擬淸顯, 至於被選弘文錄。 是率一國朝臣, 而效善餘之所爲也。 人紀滅矣。 豈非朝廷之一變? 用人顚倒, 勸懲無章, 不容不言。 雖非一鼎賢, 似不至於無人, 更爲擇差。" 【南瑾於壬辰, 以臺諫, 不爲扈駕, 而歷敭淸顯, 出入侍從, 人君好惡, 果難諶斯。】
- 【태백산사고본】 83책 136권 1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227면
- 【분류】정론(政論) / 인사(人事)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