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변사에서 호종 신하와 역전 장사의 녹훈에 대해 아뢰다
비변사가 아뢰기를,
"호종했던 신하들이 오늘 함께 모였는데 큰 절목(節目)은 전일에 이미 상의하여 취품(取稟)하였습니다. 이몽학(李夢鶴)의 난 때에 공이 있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홍가신(洪可臣)이 올라오기를 기다려 만나서 의논하여 마감해야 할 것인데, 듣건대 홍가신(洪可臣)이 지금 외방에 있다고 하니 급속히 하유하여 역말을 타고 올라오도록 하소서.
그리고 전일의 계사에, 적을 초멸한 신하에 대해서는 아직 원훈(元勳)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성상의 결단을 감히 취품하여 먼저 원훈을 결정하려 하였는데, 삼가 대신이 헤아려서 하라는 전교를 받들었습니다. 대체로 녹훈을 마감하는 일은 반드시 원훈이 있는 것입니다. 경중을 헤아려 참고하는 것은 대신에게 의논하는 것이니, 그것은 신들이 원훈의 신하와 상의하여 하겠습니다. 그러나 원훈에 있어서는 신들도 감히 경솔하게 단정하지 못하겠습니다. 우선 전고(前古)의 사례를 들어 말하자면, 한 고조(漢高祖)가 원공(元功) 18위(位)의 순서를 조칙으로 정하고 그 나머지를 논공 행상하였습니다. 이로써 본다면 원훈을 정하는 것은 반드시 성상께서 결단하여야 합니다. 당시의 여러 문무신(文武臣) 중에서 역전(力戰)하여 공을 세운 자를 분명히 알 수 있으니, 성감(聖鑑)께서는 이미 통촉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결단을 내리소서.
그리고 전일 전교에 호종인을 녹훈하되 공이 있는 장사(將士)도 아울러 녹훈하도록 이미 명을 내리셨으니, 호종한 신하와 역전한 장사를 합해서 한 권(券)을 만들어야 할 듯한데, 오늘 호종한 여러 재신(宰臣)들과 반복해서 상의해 보니, 모두가 호종한 것과 역전한 것이 비록 같은 때의 일이기는 하지만 그 명분과 사실이 서로 가깝지 않으므로 고하의 차등을 참작하여 정하는 것이 형세상 매우 곤란하고, 명호(名號)를 의정(議定)할 때에는 반드시 두 가지 의미가 다 포함되도록 해야 하는데 이번의 두 가지 일은 포함하여 하나의 명호로 정하기는 문세(文勢)로 보나 어의(語意)로 보나 서로 맞지 않습니다. 하나하나의 곡절이 이와 같이 서로 구애되므로 별도로 하나의 훈록을 하는 것이 부득이하다고 여깁니다. 감히 취품합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윤허한다. 이번 왜란의 적을 평정한 것은 오로지 중국 군대의 힘이었고 우리 나라 장사(將士)는 중국 군대의 뒤를 따르거나 혹은 요행히 잔적(殘賊)의 머리를 얻었을 뿐으로 일찍이 제 힘으로는 한 명의 적병을 베거나 하나의 적진을 함락하지 못하였다. 그 중에서도 이순신과 원균 두 장수는 바다에서 적군을 섬멸하였고, 권율(權栗)은 행주(幸州)에서 승첩을 거두어 약간 나은 편이다.
그리고 중국 군대가 나오게 된 연유를 논하자면 모두가 호종한 여러 신하들이 어려운 길에 위험을 무릅쓰고 나를 따라 의주(義州)까지 가서 중국에 호소하였기 때문이며, 그리하여 왜적을 토벌하고 강토를 회복하게 된 것이다. 별도로 훈명(勳名)을 세우는 것에 대해서는 일찍이 생각해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호종한 사람을 녹훈할 적에 아울러 녹훈하도록 말했었다. 그러나 이는 대신들이 의논하여 처리하는 데 달렸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3책 135권 9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213면
- 【분류】왕실(王室) / 정론(政論) / 인사(人事)
○備邊司啓曰: "扈從之臣, 今日齊會, 大段節目, 則已爲相議取稟矣, 李夢鶴時, 有功人等, 必待洪可臣上來, 面議磨勘, 而伏聞可臣, 方在外方, 急速下諭, 使之乘馹上來。 且前日啓辭內, 勦賊之臣, 時未定元勳, 故敢稟睿斷, 欲先定元勳, 伏承大臣量爲之敎。 凡錄勳磨勘之事, 必有元勳, 參量輕重, 議于大臣, 臣等固當與元勳之臣, 相議定奪矣, 至於元勳, 則雖臣等, 亦未敢率爾斷定。 姑以前古之事言之, 漢 高祖詔定元功十八位, 次其餘, 定功行賞。 以此觀之, 則定爲元勳, 必須裁自聖斷。 當時文武諸臣, 力戰效功者, 班班可見, 聖鑑想已洞燭, 乞賜聖斷。 且前日傳敎內, 扈從人錄勳, 而有功將士幷錄事, 已爲命下, 則似當扈從與力戰將士, 合爲一券, 而今日與扈從諸宰臣等, 反覆相議, 皆以爲扈從與力戰, 雖是一時之事, 其名與實, 俱不相近, 等第之間, 參錯高下, 勢極難便, 議定名號之時, 必須兩意兼盡, 而今次兩件之事, 合爲一號, 文勢語意, 自相不侔。 種種曲折, 如是相礙, 不得不別爲一勳, 敢稟。" 傳曰: "允。 今此平賊之事, 專由天兵, 我國將士, 不過或隨從天兵之後, 或幸得零賊之頭而已, 未嘗馘一賊首, 陷一賊陣。 其中如李、元二將, 海上之鏖, 權慄 幸州之捷, 差强表表。 若論天兵出來之由, 則皆是扈從諸臣, 間關顚沛, 隨予到義州, 籲呼天朝, 得以討賊, 恢復疆土耳。 其別立勳名, 曾不料得, 故扈從人錄勳時, 幷錄事言之, 然此在大臣議處。"
- 【태백산사고본】 83책 135권 9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213면
- 【분류】왕실(王室) / 정론(政論) / 인사(人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