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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133권, 선조 34년 1월 6일 을사 1번째기사 1601년 명 만력(萬曆) 29년

관리 등용에 있어 신중하고 정밀하게 할 것을 전교하다

비망기로 이비(吏批)에게 전교하였다.

"전일 승전으로 제직(除職)될 사람 또는 선정(善政)으로 승진될 사람들을 모두 살펴서 거행하라. 수령(守令)은 백성의 휴척(休戚)이 달려 있어 관계된 바가 가볍지 않으니, 모름지기 정밀하게 선택하라. 초입사(初入仕)하는 사람은 바로 뒷날 수령이 될 사람들이니 그들 역시 모두 식견 있는 사람으로 골라 제수하라. 모든 정사(政事)의 즈음에 있어서 신중히 하고 사정에 끌려 용잡(冗雜)한 인물로 구차하게 충원하지 말라."

사신은 논한다. 아, 훌륭하다. 왕의 말씀이여! 급선무를 아신다 하겠다. 진실로 이 마음을 체득하여 실행한다면 국력을 회복하는 데 있어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애석하게도 조정이 불행하여 동서(東西)로 갈리고 동은 또 남북(南北)으로 갈리었으며, 북은 대북(大北)·소북(小北)·골복(骨北)·육북(肉北)으로 찢기어 갑(甲)이 득세하면 오직 그 한쪽 사람만을 기응하고 을(乙)이 득세하면 또 그와 같이 하여 인물의 선악(善惡)은 따지지도 않고 다만 의논이 같으냐 다르냐만 따진다. 조정의 기강이 날로 문란해지고 벼슬길이 날로 혼탁해져 용렬하고 염치없는 무리들이 갓을 털면서 즐거이 진출하니, 사심 없고 식견 있는 선비들은 옷소매를 털고 물러갈 것을 생각하여 사의(私意)가 성행하고 공도(公道)가 사라진다. 비록 간절한 하교를 날로 내린들 어떻게 사정에 얽매어 구차하게 충원하는 폐습을 고칠 수 있겠는가.


  • 【태백산사고본】 81책 133권 9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176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 / 역사-편사(編史)

○乙巳/以備忘記, 傳于吏批曰: "前日承傳除職人及以善政陞敍人, 皆察而擧行。 守令, 係生民休戚, 所關非輕, 須精擇。 初入仕之人, 是他日爲百里之寄者, 亦皆以有識人擇除。 凡政事之際, 愼毋徇情, 冗雜苟充。"

【史臣曰: "大哉王言! 其知急先務乎! 苟能體此而行, 其於恢復乎, 何有? 惜乎, 朝著不幸, 岐爲東西, 東又分爲南北, 北又有大小骨肉之說, 甲者得志, 則專用一邊人; 乙者得志, 則亦如之, 不問人物之善惡, 只視議論之同異。 以玆朝綱日紊, 仕路日濁, 闒茸無恥之輩, 彈冠樂進, 恬靜有識之士, 拂袖思退, 私意熾而公道滅矣。 雖日下懇惻之敎, 其何以革徇情苟充之弊哉?"】


  • 【태백산사고본】 81책 133권 9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176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 / 역사-편사(編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