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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132권, 선조 33년 12월 4일 계유 1번째기사 1600년 명 만력(萬曆) 28년

비변사에서 섭정국을 중국으로 돌려보낼 것을 건의하다

비변사가 아뢰기를, 【전에 유근(柳根)이 올린 계사(啓辭)를 비변사로 하여금 다시 의논하여 처리하게 하였다. 】

"신들이 이로 인하여 자세히 참고하고 또 훈련 도감의 계사 사연을 상고해 보건대, 당초 섭정국(葉靖國)을 머물도록 청한 본의는 오로지 산가술(山家術) 때문이었으나 그렇게 말하기가 곤란하여 군대를 조련시킨다는 말로 바꾼 것입니다. 그가 와서 시행하는 것을 보니, 전일 훈련 도감에서 시험한 일이 있는 조련법(操鍊法)에 불과한데, 그 내용은 오히려 더 조잡하였습니다. 그러니 연병(鍊兵)에 대해서는 별로 배울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가 누누이 말하면서 기이한 기술이라고 칭하는 것은, 기도해서 신(神)을 내리게 하여 사람의 몸에 그 신이 붙게 한다는 술수인데, 하도 허황하여 듣는 이들로 하여금 어리둥절하게 합니다.

그 술법의 대략은, 천(天)·지(地)·인(人)의 세 단(壇)을 설치하는데, 위에는 일월 성신(日月星辰)의 위(位)를 배설(排設)하고, 중간에는 명산 대천의 신위(神位)를 배설하며, 아래에는 역대 명장의 신위를 배설해 놓고서 종이를 붙여 기(旗)를 만들고 깃발과 창(鎗)을 세우고 병사를 사방에 벌여 세운 다음 밤에 정성스럽게 기도를 하면, 얼마 뒤에 효험이 나타나 그렇게 하면 옛날 명장의 신령이 각 병사의 몸에 내려 약한 자를 웅장(雄壯)하게 하여 수백 근을 들 수 있는 힘이 생기고 달리는 말처럼 걸음이 빨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이 사실이라면 고금의 무경(武經)에 많은 설(說)이 있는데 어찌 이 술법에 대하여 말한 곳이 한 군데도 없으며, 중국의 각 장수 중에도 어찌 이 술법을 신용하여 실효들 얻은 자가 한 사람도 없단 말입니까. 이것으로 보면 거짓말이 틀림 없으니 깊이 따질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섭정국이 하도 장담하여 강력히 주장하기 때문에 일단 그의 요청을 들어 주었던 것인데, 이제 그 술법을 이미 시행해 보았으나 효험이 나타나지 않았고, 이미 그 기술이 바닥이 나서 거짓의 정상이 드러났는데도 다시 거짓말로 서툰 솜씨를 숨기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 그에게 다시 지리(地理)를 물을 일이 없다면 사절하여 보내는 것이 마땅하고, 하는 일 없이 세월만 보내면서 식량만 허비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또 도망병들로 하여금 서로 이끌고 모여 도망하는 소굴이 되게 하였다가는 거듭 후일의 근심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일단 예로 초청해 놓고서 효험이 없다 하여 즉시 돌려 보낸다면 자못 빈객을 대우하는 도리가 아닙니다. 그가 스스로 돌아간다면 예에도 마땅하겠는데 한결같이 다시 날씨가 따뜻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기약하고 돌아갈 뜻이 없는 듯하니, 사후(伺候)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일에 따라 말을 잘 꾸며 그에게 알아듣도록 하여 그가 스스로 처리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래도 돌아가지 않거든 그때 가서 다시 의논하여 시행하는 것이 마땅하겠습니다.

경리(經理)의 자문(咨文) 안에 기록된 원역(員役)들이 대부분 적(籍)이 없는 무리들이니 도망병이 분명합니다. 전일 도 통판(陶通判)의 자문 안에도 이 문제를 말하였으니, 우리 나라의 입장에서는, 마땅히 중국 조정의 분부에 따라 시행하겠으나 후일 이로 인하여 도망병을 은닉했다는 이름을 야기시켜 중국 조정에 거듭 죄를 얻게 될까 두렵다는 내용으로 말을 잘 꾸며 회자(回咨)에 대략 언급하는 것이 마땅할 듯합니다. 감히 아룁니다."

하니, 아뢴 대로 하라고 전교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0책 132권 6장 B면【국편영인본】 24책 159면
  • 【분류】
    정론(政論) / 군사(軍事) / 외교-명(明)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癸酉/備邊司啓曰: 【前有柳根啓辭, 令備邊司更議處之。】 臣等因此參詳, 且考訓鍊都監啓辭辭緣, 則當初葉靖國請留本意, 則專爲山家之術, 而難於措辭, 轉爲鍊兵之說, 及來施爲, 不過前日訓鍊都監所嘗布陳操鍊之法, 而差粗淺耳。 此則別無可學之事, 而其所縷縷爲言, 聚稱奇術者, 祈祝降神, 現付人身之術耳。 聞之荒誕, 使人茫然. 大略設爲天地人三壇, 上設日月星辰之位, 中設名山大川神之位, 下設歷代名將神之位, 糊紙爲幡, 樹立旗鎗, 列兵四隅, 乘夜虔禱, 久乃得效, 則以爲古之名將之靈, 降臨于各兵之身, 使弱者變爲雄壯, 力擧數百斤, 行及奔馬云云。 信如此言, 則古今武經, 其說甚多, 而一不及此, 天朝各將, 何無一人信用此術, 而得實效者歟? 以此言之, 則言之無實, 不足深辨。 第緣靖國攘臂力言, 故姑從其請矣, 今則其術, 已施之矣, 其效已無驗矣。 今已技窮而情見, 更爲开僞而藏拙. 在今若無更問地理之事, 則惟當辭而遣之, 不宜坐費日月, 虛耗餼廩, 且使逃兵, 相率而來聚, 以爲逋逃之藪, 重貽他日之憂也。 但旣以禮請之事, 一不成效, 便卽罷遣, 殊非待客之道。 彼自辭歸, 則於禮爲宜, 而一向以更待日暖爲期, 似無回去之意. 惟當使伺候之人, 隨事措辭, 使常聞知, 以竢自處, 然猶不還, 然後更議施行爲當。 經理咨內, 所錄員役, 多是無籍之徒, 分明逃兵. 前日陶通判咨內, 亦以爲言。 在我國當依分付施行, 而第恐他日, 因此惹得隱匿逃兵之名, 重獲罪於天朝之意, 善爲措辭略及於回咨, 似爲宜當。 敢啓。" 傳曰: "依啓。"


    • 【태백산사고본】 80책 132권 6장 B면【국편영인본】 24책 159면
    • 【분류】
      정론(政論) / 군사(軍事) / 외교-명(明)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