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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131권, 선조 33년 11월 27일 정묘 2번째기사 1600년 명 만력(萬曆) 28년

헌부에서 형벌을 남용한 평산 부사 나급의 파직과 경비 절약책 등을 아뢰다

헌부가 아뢰기를, 【전계(前啓)는 순화군의 일이다. 】

"평산 부사(平山府使) 나급(羅級)은 품질이 높은 문관(文官)으로서 관하(管下)의 일을 맡은 사람이 만약 중한 죄를 범했다면 적용한 만한 형벌이 분명히 없지 않을 텐데 감사에게 보고도 않고 멋대로 형신(刑訊)을 써서 죄를 받은 사람으로 하여금 죽게까지 하였습니다. 그 사이 곡절은 이미 정장(呈狀)으로 인하여 본도로 하여금 심문하게 하였지만 형장(刑杖)을 남용한 죄가 양쪽 문장(文狀)에 보이니 나타나는 대로 징치(懲治)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급을 파직하소서.

국가가 새로 병화(兵火)를 겪고 난 직후여서 안팎으로 물력(物力)이 한결같이 탕진되었으니 많은 수를 비축하여 전수(戰守)의 비용으로 삼는다는 것은 이미 가망이 없는 일이고 이리저리 아무리 긁어 모아봐도 역시 경비를 지탱할 길이 없습니다. 비록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아랫 백성을 이익되게 하는 의리를 본받게 하고 씀씀이를 절약하는 훈계를 따르게 하더라도 오히려 이루지 못할까 염려스러운데 하물며 조치를 취함에 있어서 마땅함을 얻지 못한 경우이겠습니까. 듣건대 각사(各司)는 대병(大兵)이 돌아가고 나자 공급이 많이 감해져 지난날 시행하던 일들을 자못 옛날 규례대로 회복하였다 합니다. 그러나 지금 백성들은 고혈(膏血)을 착취당할 대로 착취당하여 남은 것이라곤 없는데 또 국상(國喪)마저 당하여 경비(經費)가 엄청나게 들고 있으니 만약 측은히 여겨 온갖 방도를 다해 절약하지 않는다면 필경에는 이리저리 흩어져 탕잔(蕩殘)되고야 말 것입니다. 일이 공진(供進)에 관계되어 폐할 수 없는 것 이외에 요긴하지 않은 공물(貢物)이나 방물(方物) 또는 기타 갑자기 행하기 어려운 옛날 규례와 같은 것은 해조로 하여금 다시 상의하여 시일을 한정해 놓고 점차 거행토록 하소서.

변란 이후에 군공(軍功)을 세우거나 납속(納粟)한 무리들이 조정에 난잡하게 등용되었고 그후 또 물건 하나 바친 자에게 벼슬 한 자리를 주는 등 조정에서 명덕(命德)하는 기구가 도리어 빚을 갚는 것이 되고 말았으니 사로(仕路)의 맑지 못함이 오늘날보다 심한 때는 없을 것입니다. 옛날에 사람을 쓸 적에 한 가지 기술과 한 가지 재예(才藝)를 가진 자라도 모두 녹용(錄用)했던 것은 참으로 쓸만한 실지가 있어서였으니 아울러 기르는 것은 해로울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보잘것없고 추잡한 자들이 조정을 반이나 차지하고서 관록(官祿)만 허비(虛費)하고 직무는 수행(遂行)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같은 무리들을 불가불 깨끗이 도태시켜서 한편으로는 사로를 맑게 하고 한편으로는 실지의 효과를 거두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해조로 하여금 속히 거행하되 예에 따라 책임이나 면하려는 짓을 하지 말게 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순화군의 일은 윤허하지 않는다. 그외에는 아뢴 대로 하라. 형벌을 남용한 것은 본래 정해진 법이 있으니 심문하여 법대로 시행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9책 131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155면
  • 【분류】
    정론(政論) / 인사(人事) / 사법(司法) / 군사(軍事) / 재정(財政) / 왕실-종친(宗親)

○憲府啓曰: 【前啓順和君事。】 "平山府使羅級, 以秩高文官, 管下任事之人, 如或罪重, 則豈無可施之罰, 而不報監司, 徑用刑訊, 終使受罪之人, 至於殞斃。 其間曲折, 已因呈狀, 令本道推閱, 而其濫用刑杖之罪, 現於兩邊文狀。 不可不隨現懲治, 請羅級罷職。 國家新經兵燹之後, 內外物力, 一樣蕩殘。 務廣儲峙, 以爲戰守之備者, 已不可望, 而零星掇合, 苟支經費之用, 亦無其路。 雖使人人, 咸體益下之義, 克遵節用之訓, 猶懼其不濟。 況有施措, 未盡得其宜者乎? 竊聞各司, 以大兵以還, 供給多減, 其於前日應行之事, 頗復舊規, 目今生民膏血, 浚剝無餘。 又遭大恤, 調用益繁, 苟不哀傷惻怛, 百分撙節, 則畢(競)〔竟〕 至於流離蕩(折)〔析〕 而後已。 事係供進, 不可廢者外, 如不緊貢物及方物, 其他舊規之難於猝行者, 令該曹, 更爲商量, 限以時月, 使之漸次擧行。 變亂以後, 軍功納粟之輩, 雜進於朝著之間, 而其後, 又有獻一物者, 授一官。 朝家命德之器, 反爲償債之資, 仕路之不靖, 莫甚於今日。 古之用人, 一技一藝, 咸使收錄。 苟有可用之實, 不害爲竝畜, 而闒茸麤雜者, 參居其半, 率皆尸素不職。 如此之輩, 不可不痛加澄汰, 一以靖仕路, 一以收實效。 請令該曹, 急速擧行, 勿爲循例塞責之擧。" 答曰: "順和君事不允, 餘依啓。 濫刑, 自有其法, 推閱按法施行。"


  • 【태백산사고본】 79책 131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155면
  • 【분류】
    정론(政論) / 인사(人事) / 사법(司法) / 군사(軍事) / 재정(財政) / 왕실-종친(宗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