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 왕비의 장지 선정 문제를 논의하다
총호사(摠護使) 이헌국(李憲國)이 아뢰기를,
"전 참봉(參奉) 박자우(朴子羽)는 인산(因山)을 쓸 수 없다는 일로 상소를 초안해 가지고와서 사대부의 집에 보여주고 또 신에게도 보여주었는데, 보는 순간 매우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에 술관(術官)이 다른 흉사(凶事)는 말하지 않고 주산(主山)의 임화(壬火)와 자수(子水)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지리를 조금 아는 좌윤(左尹) 성영(成泳)과 범철(泛鐵)을 놓아 간심해 보니, 임화산(壬火山)은 삼문곡(三文曲)이 합국(合局)이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자우는 그것을 흉하다고 하였습니다. 해관(該官)과 술관 및 자우를 불러 대질 논변시켜 속히 조처하게 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아뢴 대로 하라. 상소는 내가 보지 못했는데 그것은 무슨 일인가?"
하였다. 회계하기를,
"상소의 초안은, 대개 인산을 쓸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아직 상소를 올리지 않았다고 하므로 상소 초안을 자우에게 서입(書入)하게 하였습니다."
하였는데, 박자우의 상소에 이르기를,
"삼가 생각하건대 풍수설(風水設)은 그 유래가 오래인데 대체로 논하면 기(氣)가 모이고 기가 흩어지는 것뿐입니다. 이른바 기가 모인다는 것은 산세(山勢)가 모여들고 청룡(靑龍)·백호(白虎)가 혈(穴)을 호위해주는 것이고, 이른바 기가 흩어진다는 것은 산형(山形)이 등을 돌리고 달아나며 청룡·백호가 정(情)이 없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 나라에서 잡아놓은 혈로써 말한다면 청룡이 밖으로 달아나 정이 없는 것이 가장 불길합니다. 또 신이 일찍이 호순신(胡舜申)의 《지리신서(地理新書)》를 보았는데, 구황(九皇)으로 논수(論水)하면 녹존(祿存)이 상(上)이 되고 보(輔)·거(巨)·필(弼)이 다음이 되고, 또 오행(五行)으로 논수하면, 내가 상대를 이기는 것이 상이되고 부모·형제는 다음이며, 상대가 나를 이기는 것은 흉이 되어 그 화를 당장 받는다고 하였으니, 이것으로 보면 녹존과 필·거·보 중에도 오행의 상생(相生)·상극(相克)으로 범기(犯忌)가 되어 쓸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이번에 쓰려고 하는 것은 임좌 병향(壬坐丙向)으로서 수파(水破)가 액지(厄地)입니다. 비록 삼문곡이라 하더라도 임(壬)은 화(火)이고 진(辰)은 수(水)로서 이는 수가 화를 이기는 것이니, 그 흉함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러한 곳에는 비록 서인(庶人)이라고 하더라도 쓸 수가 없는 것인데 더구나 대행 왕비(大行王妃)의 상(喪)에 있어서이겠습니까.
그 국(局) 중에서 다시 길혈을 모색해 보면 쓸 만한 곳이 있습니다. 청룡이 등을 돌리고 달아나면서 금차(金釵)의 형국을 이루어 그 형상이 매우 기이합니다. 신이 그 위에 범철(泛鐵)은 놓아보지 않았으나 아마 이는 건좌 손향(乾坐巽向)으로서 녹존 사이에 수파가 두세 군데인 듯합니다. 그러니 좌향과 수파만이 다 좋은 것이 아니고 청룡·백호가 정제(整齊)하게 조공(朝拱)하고 있으므로 명당(明堂)의 국법(局法)에 있어 모두 매우 좋은 길지의 조건과 부합되고 있으니, 어찌 국가의 큰 다행이 아니겠습니까."
하였다. 답하기를,
"알겠다. 자우는 지리에 대해 아는 수준이 얼마나 높은가?"
하니, 회계하기를,
"자우가 지리를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습니다. 이번에 이 상소의 초안을 가지고와서 보여줄 때에 비로소 알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술(術)의 수준은 신이 본디 풍수를 모르므로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자우가 만약 지리를 알지 못한다면 어찌 그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하였다. 윤휘(尹暉)에게 전교하기를,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가 없으니 이 상소를 총호사에게 내려보내 지리를 아는 재상(宰相) 및 여러 술관(術官)들과 의계하게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8책 128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24책 117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왕실-궁관(宮官) / 왕실-의식(儀式) / 정론(政論)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摠護使李憲國啓曰: "前參奉朴子羽, 以因山不可用之事, 構疏草, 來示於士大夫家, 又示於臣。 看來不勝驚駭之至。 當初術官, 不言他凶事, 而以主山壬火與子水未定, 故與稍解地理左尹成泳, 看審泛鐵, 以壬火山三文曲合局云, 而子羽, 則以此爲凶咎。 請招該官及術官, 與子羽辨對, 急速處置。" 答曰: "依啓。 上疏予未見之, 此何事乎?" 回啓曰: "疏草大槪, 因山中, 有不可用之事, 而未見陳疏云。 疏草令子羽書入矣。" 朴子羽疏曰:
伏以風水之說, 其來尙矣, 大槪論之, 不過氣聚氣散而已。 所謂氣聚者, 山勢會合, 龍虎衛穴, 所謂氣散者, 山形背走, 龍虎無情。 今以國用穴言之, 則靑龍外馳無情, 最爲不吉之地也。 且臣嘗見胡舜申 《地理新書》, 以九皇論水, 則祿存爲上, 輔、巨、弼次之。 又以五行論水曰: "我克者爲上, 父母兄弟次之。 克我者爲凶, 禍不旋踵。" 以此觀之, 祿存、弼、巨、輔之中, 亦有以五行生克, 犯忌而不可用者。 今之所用, 壬坐丙向, 水破厄地。 雖曰三文曲, 壬、火也、辰, 水也。 以水克火, 其凶可知。 如此之地, 雖庶人不可用之。 況大行王妃之喪乎? 就此局中, 更圖吉穴, 則(以)〔似〕 有可用之地。 靑龍背走, 作爲金釵之形, 其形狀極爲奇異。 臣雖未得泛鐵於其上, 似是乾坐巽向, 水破二三祿間。 非徒坐向水破皆吉, 龍虎朝拱整齊, 明堂局法, 皆合極吉, 豈非國家之大幸耶?
答曰: "知道。 子羽地理, 幾何高乎?" 回啓曰: "子羽地理曉解事, 臣等全不聞知, 今此疏草來示時, 始知其曉解矣。 然其術高下, 臣本不知風水, 未能知也。 但子羽若不知地理, 則何以如此云云乎?" 傳于尹暉曰: "予則未曉其言。 此疏下于總護使, 與曉解地理宰相及諸術官, 議啓。"
- 【태백산사고본】 78책 128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24책 117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왕실-궁관(宮官) / 왕실-의식(儀式) / 정론(政論)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