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 행위를 한 순화군 이보를 치죄하라는 비망기
비망기로 일렀다.
"순화군(順和君) 이보(李𤣰)가 어려서부터 성질이 괴팍하여 내 이미 그가 사람 노릇을 못 할 줄 알아 마음속으로 항상 걱정하였는데, 성장하자 그의 소행은 차마 형언할 수 없었다. 앞서 여러 차례에 걸쳐 살인을 하였으나 부자간의 정의로 아비가 자식을 위해 숨기며 은혜가 의리를 덮어야 하기 때문에 그때 나는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고 유사(有司)의 조처에 맡겨두고서 오직 마음을 태우고 부끄러워할 뿐이었다. 그후 대사령으로 인하여 다행히 죽음을 면하였으나 패악한 행동은 더욱 기탄하는 바가 없었다. 오늘 빈전(殯殿)의 곁 여막에서 제 어미의 배비(陪婢)를 겁간하였으니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내 차마 입밖에 내지 못하겠으나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의 치욕과 내 마음의 침통함을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내가 이 자식을 둔 것은 곧 나의 죄로서 군하(群下)를 볼 면목이 없다. 다만 내가 차마 직접 정죄(定罪)할 수 없으니, 유사로 하여금 법에 의해 처단하게 하라."
- 【태백산사고본】 77책 127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99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사법(司法) / 윤리(倫理)
○丁巳/備忘記曰: "順和君 𤣰, 自孩兒時, 其性質, 別於人, 予已知其不能爲人, 心常憂之, 及長, 其所行, 難以形言。 前者殺人數次, 父子之間, 父爲子隱, 恩當掩義, 故其時予不爲一言, 付諸有司處之, 而只自腐心慙痛而已。 厥後因赦, 幸而得免, 悖惡之行, 益無所忌, 今日殯側廬次, 刦奸其母之陪婢, 不勝驚愕之至。 予不忍出諸口, 而勢不得不言, 國家之辱, 予心之痛, 何可言也? 予有此子, 是予之罪, 而無面目見群下。 但予不忍直爲定罪, 令有司按法處之。"
- 【태백산사고본】 77책 127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99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사법(司法) / 윤리(倫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