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측에서 토산물을 채판하여 보내주기를 요구하는 데 대한 대책을 논의하다
비망기(備忘記)로 이르기를,
"태감(太監)이 현재 제성(諸省)에 분포되어 토산물을 채판(採辦)하고 있다. 고회(高淮)가 요양(遼陽)을 관섭(管攝)하고 있으면서 두 번이나 이자(移咨)하여 우리 나라로 하여금 토산물을 채판하여 보내주기를 요구하였다. 이는 필시 진헌(進獻)하려는 뜻으로 그만두지 않을 것인데 우리 나라에서 거절하고 응하지 않는 것은 사체로 보아 매우 미안하다. 과도관(科道官)이 태감을 논하는 것은 살피지 않으나 태감이 지방관을 탄핵하는 경우에는 즉시 나추(拿推)하라고 명한다. 이런 등의 일을 보지 않았던가? 일에 대응하는 방도는 사세를 헤아려 방편에 맞게 하기를 힘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니 의리에 벗어나지 않게만 하면 된다. 만약 사사로이 말 1필을 사려고 할 뿐이라면 어찌 이자(移咨)했을 리가 있겠는가. 대저 중국의 제도를 살펴보면 태감의 기염이 매우 극성하니 고회의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 대략 토산물을 준비하여 부송하고서 완곡한 말로 사례하는 것을 그만둘 수 없다. 일에 대해 누차 물었는데 있으면 있다 하고 없으면 없다고 해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그의 마음을 거스렸다가 그가 허위로 날조하여 참소함으로써 황제의 마음이 일단 돌아서버리면 그 때는 후회 막급일 것이다. 지금 이 일은 관계된 바가 가볍지 않다. 회자(回咨)의 내용도 자못 온편치 못하니 정원(政院)은 의논하여 조처하라."
하였다. 승지 이상의(李尙毅)가 아뢰기를,
"고 태감(高太監)의 자문에 한편으로는 옥음(玉音)이라고 하고 또 한편으로는 명지(明旨)에 응답해야 한다고 하였으니, 이는 진헌하기 위한 것으로 그만둘 수 없다는 것이라 성교(聖敎)에 언급하심이 극진합니다. 회자의 조어가 자못 완곡하지 못합니다. 채판(採辨)하는 한 가지 일에 대해서는 우리 나라가 잔폐하여 연례(年例)로 보내는 상공(常貢)도 숫자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지금 따로 사헌(私獻)을 하게 되면 의리에 미안할 뿐만이 아니라, 진헌이라고 명명하고서 다른 명목으로 부송하는 것도 온편하지 못한 처사인 것이다. 태감이 이미 예물(禮物)을 보내왔으니 특별히 더 후하게 하여 많은 토산물을 예물 단자에 써서 보냄으로써 그의 마음을 위로한다면 화를 내는 지경에 이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일은 관계되는 바가 작지 않으니 대신과 의논하여 조처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감히 진헌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태감이 이자(移咨)하여 요구해 왔으므로 그에 부응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그의 요구를 채워준 뒤에 그가 진헌하든지 스스로 취하든지 우리에게는 손해될 것이 없다. 그저 이렇게 하려는 것일 뿐이니 예조로 하여금 의논하여 조처하게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4책 122권 4장 B면【국편영인본】 24책 36면
- 【분류】정론(政論) / 외교-명(明)
○備忘記曰: "太監, 方分布諸省, 採辦土産, 高淮, 管攝遼陽, 移咨至再, 要令我國, 採送土産。 此必將進獻之意, 不容但已。 我國搪塞不應, 事體未安, 科道論太監, 則不省, 太監參地方官, 則卽 命拿鞫。 不見此等擧措乎? 應事之道, 不可不揣摩事勢, 務要方便, 惟不出於義理之外耳。 如果只欲私買一匹馬而已, 則寧有移咨之理乎? 大抵觀大明之制, 太監氣焰頗盛, 高淮之心, 不可失也。 略將土産付送, 仍婉辭而謝之, 不得不已。 此所累爲勤問者也, 有曰有, 無曰無, 可也。 萬一忤其心, 捏飾讒之, 帝意一回, 其悔可勝言哉? 今此之事, 所關非輕, 至於回咨之辭, 亦頗未穩。 政院議而處之。" 承旨李尙毅啓曰: "高太監咨內, 一則曰玉音, 二則曰應覆明旨, 其意將欲以進獻, 不容但已。 聖敎所及, 至矣盡矣。 回咨措語, 殊欠婉曲。 至於採辦一事, 我國殘弊, 年例常貢, 亦未準數。 今若別有私獻, 則非但義理, 有所未安, 名之曰進獻, 而由他蹊以送, 亦涉未穩。 太監旣送禮物, 回禮物件, 特加優厚, 土産之物, 多書禮單, 以慰其心, 則似不至生怒。 然此事所關非細, 議大臣處之何如?" 傳曰: "非敢曰進獻, 只以太監移咨之求, 不可不副。 我旣塞請之後, 則渠或進獻, 或自取, 於我無損。 只欲如此而已, 令禮曹議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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