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군 박충간이 붕당의 연원을 논한 차자를 올리다
상산군(商山君) 박충간(朴忠侃)이 차자를 올렸는데, 그 대략에,
"대체로 동서(東西) 붕당(朋黨)의 일은 당초 사림(士林)이 심의겸(沈義謙)을 가리켜 ‘외척(外戚)이기는 해도 의논이 공평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모두 사류(士類)였다.’ 하였는데, 김효원(金孝元) 등이 ‘외척이 뜻을 얻었다.’ 하면서 서로 배척하였습니다. 유성룡(柳成龍)은 ‘동서에 특별한 사정(邪正)이 없으니 현로(顯路)에 통용(通用)해야 한다.’ 하였으나, 그 가운데 궤론(詭論)하는 자가 이를 배척하였기 때문에 남인(南人), 북인(北人)으로 나뉘었습니다. 성룡이 패퇴하자 신진(新進) 남이공(南以恭)의 무리가 붕류(朋類)를 불러들여 자신과 의견을 달리하는 자는 축출하고 동조하는 자는 끌어들여 어지러이 박격(搏擊)하였으므로 조정이 안정되지 못하였는데 누구도 감히 어쩌지 못하였습니다. 대북(大北), 소북(小北)의 설이 일어났는데, 이것이 다시 골북(骨北)·육북(肉北)·피북(皮北)043) 으로 나뉘어 듣는 사람들을 경악하게 하였습니다. 신은 차마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
하였는데, 비망기로 이르기를,
"차자를 보고 나라와 휴척(休戚)을 같이하는 정성을 잘 알았다. 소장(疏章)이 올라올 때마다 더욱 깊게 느껴진다. 그러나 조정의 일은 본시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법, 여항(閭巷)의 잡다한 이야기를 주워모아 청문(聽聞)을 어지럽히고 인심(人心)을 동요시키는 것은 온당한 일이 아니다. 경이 지나쳤으니 다시 유념해야 할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4책 121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24책 28면
- 【분류】정론(政論) / 사법(司法) / 사상-유학(儒學)
- [註 043]골북(骨北)·육북(肉北)·피북(皮北) : 모두가 대북(大北)에서 갈라져 나온 당파들임. 골북은 홍여순(洪汝諄)이 영수(領袖)이고, 육북(肉北)은 이산해(李山海)가 영수이며, 피북은 중북(中北)을 가리킨 말인 듯한데 유몽인(柳夢寅)이 주축임.
○商山君 朴忠侃箚子: 大槪, 東西朋黨之事, 當初士林, 指沈義謙曰: "雖外戚, 議論平正, 所好者皆士類。" 金孝元等曰: "外戚得志’, 互相排擯。 柳成龍曰: "東西別無邪正, 通用顯路。" 其中詭論者斥之, 分作南北。 成龍見敗之後, 新進南以恭輩, 呼朋引類, 異己者逐之, 附論者進之, 搏擊紛拏, 朝著不靖, 莫敢誰何, 以起大北、小北之說, 而又有大小之中, 分作骨北、肉北、皮北, 以駭人聽, 臣不忍聞之云云。 備忘記曰; "省箚具見。 與國同休戚之誠, 章一進而感一深。 但朝廷之事, 自有主者, 未宜掇拾閭巷間猥褻之語, 以溷聽聞, 以搖人心。 卿過矣。 當更加留念。"
- 【태백산사고본】 74책 121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24책 28면
- 【분류】정론(政論) / 사법(司法) / 사상-유학(儒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