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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116권, 선조 32년 8월 27일 계묘 2번째기사 1599년 명 만력(萬曆) 27년

왜 사신 문제와 중국 군대를 위한 군량 조달 문제를 제독 이승훈과 환담하다

사시(巳時)에 상이 제독(提督) 이승훈(李承勛)의 아문에 행행하여 읍례(揖禮)를 행하고 각각 좌정하였다. 제독이 말하기를,

"도망쳐 돌아온 사람의 말에 ‘대마도의 왜적이 성언(聲言)하기를, 조선이 지금 한창 추수를 하고 있는 때이니 곧 침범하고 싶지만 천병(天兵)이 주둔해 있는 것을 두려워하여 발동하지 못한다고 한다.’ 하였습니다."

하니, 상이 말하기를,

"천병이 소방에 주둔함으로써 흉적이 두려워하니 그 감사함이 이를 데 없습니다."

"이 유격(李遊擊) 【이름은 천상(天常)인데 수병(水兵)을 거느렸다. 】 철수해 돌아가야 하는데 부산에 배가 없기 때문에 즉시 올라오지 못하였습니다. 도사(都司) 가상(賈祥)이 병선을 이끌고 내려가니, 반 달의 식량을 지급하여 보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상이 제독에게 답하기를,

"말씀대로 시행하겠습니다."

하고, 주례(酒禮)를 행하였다. 제독이 말하기를,

"전일 아홉 명의 왜인에 대한 일로 도야(都爺)에게 의논드렸더니, 도야의 말이 ‘이 왜자(倭子)는 국왕이 죽이고자 하면 죽여야 하고 놓아 보내고자 하면 놓아 보내야 하며 중원으로 보내고자 하면 제본(題本)을 올려서 시행해야 한다.’고 하였으니, 이는 국왕의 처치 여하에 달렸습니다."

하니, 상이 말하기를,

"소방의 생각에는, 그들을 죽이면 불화가 생길 것 같고 놓아 보내면 필시 우리의 허실을 탐지할 것이니, 오직 바라는 바는 천조로 압송하여 처치를 기다리게 했으면 합니다."

하였다. 제독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다시 도야에게 분명히 타진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하고, 이어 청하기를,

"제가 주과(酒果)를 좀 준비하였습니다. 이 상을 물리고 박례(薄禮)로 대접하고자 합니다."

하니, 상이 감사하다고 하였다. 이에 제독이 가정(家丁)으로 하여금 탁상을 내오게 하고 【탁상에는 감·배·개암·밤·은행 등 온갖 과일과 닭고기·돼지고기 등 진수를 8∼9겹으로 진설하고 탁상머리에 진설한 과실 위에는 채색 종이를 오려 꽃을 만들어 꽂았는데, 그중에 용안(龍眼)·여지(荔枝)·황등(黃橙)·녹귤(綠橘)·금포도(金葡萄) 등의 물건도 있었다. 】 또 상에게 객위(客位)로 나아가기를 청하니, 【대개 접견할 때 주인은 서쪽에 객은 동쪽에 위치하는데, 이때 제독이 객의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그 자리를 상에게 양보하였으니, 이는 존객(尊客)의 예로 대접하고자 하는 뜻에서인 것이다. 】 상이 재삼 고사하였다. 제독이 굳이 간청하므로 상이 부득이 자리를 바꾸자, 제독이 가정으로 하여금 술을 드리고 풍악을 연주하게 하였다. 상이 회배(回盃)를 청하니 이에 따랐다. 이때 호조 참판 이정구가 입계(入啓)하기를,

"경창(京倉)의 대미(大米)가 지금 1승(升)의 저축도 없습니다. 이달 20일에 9백 석을 방출 지급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아직 지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듣건대 천진(天津)의 도미(稻米)가 이미 경창에 도착하였다고 하는데, 비변사가 이 쌀을 꿔 쓰고자 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고 도사(都司) 가상(賈祥)의 반 달 치 군량을 조치할 수 있는지 여부만 말하라."

하자, 대답하기를,

"지금 갑자기 마련하기 어려우므로 경리에게 정문(呈文)하여 품할 계획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즉시 출발한다고 하는데 정문을 어느 겨를에 하겠는가. 그러면 제독에게 이 뜻을 사실대로 고해야겠는가. 그저 슬쩍 고해야 하겠는가?"

하니, 대답하기를,

"장관(將官)들의 반주미(飯酒米)도 이미 핍절된 상태로 이번에는 전연 마련할 길이 없습니다. 전일에는 양미(糧米)가 떨어져 갈 무렵에 양선(糧船)이 도착하였기 때문에 근근히 이어갔으나 지금은 올라오는 양선이 없고 추세(秋稅) 또한 미처 받아들이지 못하여 결코 마련해 낼 수가 없습니다."

하자, 상이 이르기를,

"그렇다면 이는 작은 일이 아니다. 매우 놀라운 일인데 호조는 왜 미리 아뢰지 않았는가?"

하였다. 이에 상이 제독에게 말하기를,

"반 달의 양식이 그리 중난한 일은 아니나 소방의 창고에 저축된 곡식이 이미 고갈되었으므로, 배신이 민망함을 참을 수 없어 나에게 고해 왔습니다. 지금 듣건대 천진의 도미가 경창에 도착했다고 하니, 이 쌀을 꿔서 반 달의 비용에 충당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제독이 말하기를,

"반 달의 양식은 여기에서 반으로 감하여 지급하고 그 나머지는 남방 창고의 곡식으로 보충 지급하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천진의 쌀은 나의 소관이 아니니 무원(撫院)에 건의해야 합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반 달 양식은 소미(小米)를 반반으로 지급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제독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해상(海上) 연도에 군량이 있는 곳에서 혹은 10일 양식으로, 혹은 수삼일 양식으로 차차 지급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자, 상이 말하기를,

"말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하니, 제독이 말하기를,

"매우 감사합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과인이 편방(偏邦)에 있으면서 황은(皇恩)을 입어 대인을 모시고 대화를 하며 성대한 대접을 받으니 더욱 감격스럽습니다. 얼굴에 이미 취기가 올랐으니 돌아갈까 합니다."

하니, 제독이 재삼 만류하였다. 전후 열두 순배를 올리고 또 밥을 올렸다. 【대개 중국 의식에 준비한 찬을 다 들이지 않았는데 손이 먼저 가면 불공하게 여긴다. 이때 제독이 올린 음식이 30여 가지였는데, 상이 다 드신 연후에 파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부득이 머물러 있었다. 】 상이 또 돌아갈 것을 청하니, 제독이 상을 물리라고 명하였다. 상이 바꾸어 앉기를 청하여 전에 앉았던 자리로 나아간 다음 사배(謝拜)를 청하였다. 제독이 사양하므로 읍례(揖禮)를 행하고 예단(禮單)을 증정했는데, 마필(馬匹)만 받고 나머지는 모두 받지 않았다. 상이 가정(家丁)에게 나누어 주라고 한 뒤 하직하고 나왔다.


  • 【태백산사고본】 71책 116권 25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669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병참(兵站) / 재정-창고(倉庫)

○巳時, 上幸李提督衙門, 行揖禮, 各就坐。 提督曰: "逃回人言: ‘對馬島 倭賊聲言: 「朝鮮此時, 方爲秋穫, 將欲來犯, 而恐天兵留屯, 玆未發動」’ 云矣。" 上曰: " 天兵駐箚小邦, 兇賊畏戢, 不勝感謝。" 提督曰: "遊擊 【名天常, 領水兵。】 當爲撤還, 而以釜山無船, 故趁未上來。 以此賈都司, 領兵船下去, 請給半月糧以送何如?" 上答提督曰: "當依命。" 行酒禮。 提督曰: "以前日九事, 俺議于都爺, 都爺曰: ‘此子國王欲殺之則當殺, 欲放則當放, 欲送于中原, 則當上本爲之。’ 此在國王處之如何耳。" 上曰: "小邦之意, 殺之則似開釁端, 放還則彼必探我虛實, 惟望押送天朝, 以待處置矣。" 提督曰: "然則當更究覈于都爺。" 仍請曰: "俺略備酒果。 請撤此饌, 欲待薄禮。" 上曰: "多謝。" 提督令家丁進卓, 【床中布列衆果, 柿、梨、榛、栗、銀杏、雞、猪肉等物, 八九重, 床頭所陳果上, 則翦彩爲花, 皆揷之, 其中龍眼、荔枝、黃橙、綠橘、金菊萄等物, 亦有之。】 又請上, 就客位, 【凡接見, 主西客東, 時提督在客位, 故以其坐讓于上, 欲以尊客之禮, 待之。】 上再三固辭, 提督强請, 上不得已換坐。 提督令家丁, 進酒作樂。 上請行回盃, 從之。 戶曹參判李廷龜入啓曰: "京倉大米, 時無一升之儲。 今二十日當支放九百石, 而以此尙未支給。 今聞天津稻米, 已抵京倉, 備邊司欲貸用此米矣。" 上曰: "除冗言, 賈都司半月糧措給與否言之。" 對曰: "今難猝辦, 當呈稟經理爲計。" 上曰: "卽刻當發行云, 呈文何可及爲? 然則提督前, 以此意直告乎? 矇朧告之乎?" 對曰: "諸將官飯酒米已乏, 此則決不可辦。 前日糧米垂盡之際, 糧船及到, 故艱難繼用, 今則無上來之糧船, 而秋稅又未及捧, 決不能爲矣。" 上曰: "然則此非細事。 極爲駭愕。 戶曹何不先期告稟乎?" 上言于提督曰: "半月糧, 不是重難之事, 而小邦倉中, 糧儲已罄, 陪臣不勝渴悶, 來告于予。 今聞天津稻米, 運到京倉。 請貸用此米, 以充半月之用何如?" 提督曰: "半月糧則自此減半給之, 其餘以南方倉穀, 補給可矣。 天津米則非俺所管, 當稟于撫院。" 上曰: "半月糧, 以小米相半給之何如?" 提督曰: "然則海上沿路, 有軍糧處, 或以十日糧, 或以數三日糧, 次次支給如何?" 上曰: "如命。" 提督曰: "多拜上。" 上曰: "寡人在偏邦, 實賴皇恩, 大人奉話, 今逢盛禮, 冞增感激。 顔已酡矣, 請告辭。" 提督再三請留, 前後進十二爵, 又進飯。 【凡唐禮, 以所備菜蔬未盡入, 而客先去則以爲不恭。 時提督所進味數, 至於三十餘品, 欲上盡御然後罷, 故上不得已留之。】 上又請告辭, 提督命撤床。 上請換坐, 仍就前坐, 請行謝拜。 提督辭之, 行揖禮, 呈禮單, 只領馬疋, 餘皆不受。 上命分給其家丁, 辭而出。


  • 【태백산사고본】 71책 116권 25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669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병참(兵站) / 재정-창고(倉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