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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116권, 선조 32년 8월 9일 을유 3번째기사 1599년 명 만력(萬曆) 27년

중국 황제의 조서 내용

등황(謄黃)한 조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봉천승운 황제(奉天承運皇帝)는 조(詔)한다. 막중한 대통을 이어 억조 창생을 다스리니 바닷가나 산골이나 모두 나의 백성이라, 진실로 원악(元惡)이 아니면 널리 포용하고자 한다.

지난번 동이(東夷)의 소추(小醜) 평수길(平秀吉)이 외람되이 하례(下隷)로서 감히 환란의 단서를 일으켰다. 예봉(裔封)을 점거하고 제도(諸島)를 예속한 다음 끝내 침식할 뜻을 일으켜 우리 내부(內附)의 나라를 엿보았다. 그리하여 이기(伊岐)·대마(對馬) 사이에 사나운 고래가 기세를 부렸고 낙랑(樂浪)·현도(玄菟) 지경에 칼날이 교접하였다. 군신이 도망을 치고 인민이 이산되자 주문(奏聞)을 올려 급박한 사정을 고하므로 군사를 이끌고 나아가 구원하게 하였다. 조선은 대대로 공순하다 일컫는 나라인데 마침 곤액을 당하였으니 어찌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만약 약자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누가 그 은덕에 감화할 것이며, 강자가 죄벌을 도피한다면 누가 그 위엄을 두려워하겠는가. 더구나 동방은 곧 팔다리와 같은 울타리이고 이 적은 문정(門庭)의 적인데이겠는가. 그 난을 막고 난리를 평정하는 것이 나 한 사람에게 달려 있는 터이라 이에 일대(一隊)의 군사를 명하여 정벌하게 하였다.

평양의 한 차례 싸움에 교만한 적은 이미 낙담하였건만, 적은 견고함을 믿고 갖가지 꾀를 부리면서 겉으론 순종하나 속으론 역심(逆心)을 품었다. 본심은 해치려 하면서도 짐짓 애걸하는 태도를 지었다. 그리하여 책사(冊使)가 귀환하지도 않았는데 흉적의 위엄이 다시 치성해 졌다. 이에 짐은 그들의 교활함을 통찰하고 홀로 마음속으로 결단하였다. 곧 군국(郡國)·우림(羽林)의 인재를 선발하고 돈을 주거나 벼슬을 주는 포상을 아끼지 않았다. 기필코 훼복(卉服)121) 을 일소하고 해파(海波)를 맑게 하려 하였더니 천지의 홍은(鴻恩)과 종사의 은덕을 힘입어 신이 벌을 내려 적의 괴수를 죽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수륙(水陸)으로 동시에 구축하고 정병과 기병을 아울러 쓰면서 길을 네 갈래로 나누어 일심으로 협력하여 그들의 마초와 군량을 태우고 소굴을 공격하니, 밖의 후원도 끊기고 안으로 계책도 없었다.

이에 동악(同惡)이 섬멸되고 군추(群酋)가 도주하였다. 전선(戰船)은 모두 맹렬한 불길에 휩싸여 바닷물이 끓어 올랐고 버리고 간 무기가 산처럼 쌓여 전진(戰塵)이 일소되었다. 비록 오랫동안 교만을 부린 적이라 하나 하루아침에 남김없이 소탕하였다.

홍안(鴻雁)이 돌아오니 기자(箕子)의 봉한 나라가 여전하고, 웅비(熊羆)가 회군(回軍)하니 한가(漢家)의 위엄과 덕화가 전파되었다. 노획한 적의 수급(首級)을 모아 경관(京觀)을 만들어 평수정(平秀政) 등 61인을 잡아들여 사형을 집행하고 그 머리를 천하에 조리돌려 길이 흉역의 경계를 삼고 쾌히 신인(神人)의 분심을 씻어버렸다.

아! 우리 나라는 인택(仁澤)이 넓어 공순한 자가 곤경을 당하면 구원하지 않은 적이 없고 의무(義武)를 분발하여 함부로 날뛰는 자는 아무리 강하더라도 반드시 주륙한다. 이에 천하에 포고하고 사이(四夷)에 보여 나의 부득이한 마음을 밝히고 나의 용서하지 않는 뜻을 알리니, 이 뜻을 어겨 현벌(顯罰)을 범하지 말고 각각 분의를 지켜 태평을 누리라. 우리 문무 내외(文武內外) 대소 신공(大小臣工) 또한 마땅히 자신을 깨끗이 하고 백성을 사랑하며 공무를 봉행하고 국시를 받들어 불순한 무리를 제거하고 아름다운 상서로 인도하라.

다시 생각건대 재력(財力)이 탕갈된 지가 이미 오래되었으니 편히 휴식할 날이 바로 이때이다. 동정(東征)으로 인하여 추가로 배정한 전량(錢糧)을 유사(有司)로 하여금 일체 면제하게 하여 되도록 안무(安撫)에 힘쓰고 번가(煩苛)를 힘쓰지 말라. 그대 사방의 나라들은 짐의 뜻을 알라."


  • 【태백산사고본】 71책 116권 9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661면
  • 【분류】
    외교-명(明) / 외교-왜(倭)

  • [註 121]
    훼복(卉服) : 풀잎으로 짠 의복으로 섬 오랑캐를 뜻함.

○謄黃詔書:

奉天承運皇帝詔曰, 纉承洪緖, 統理兆人, 海澨山陬, 皆吾赤子, 苟非元惡, 普欲包荒。 屬者東夷小醜平秀吉, 猥以下隷, 敢發難端, 竊據裔封, 役屬諸島, 遂興薦食之志, 窺我內附之邦。 伊歧對馬之間, 鯨鯢肆起; 樂浪玄菟之境, 鋒鏑交加。 君臣逋亡, 人民離散, 馳章告急, 請兵往援。 朕朝鮮, 世稱恭順, 適遭困阨, 豈宜坐觀? 若使弱者不扶, 誰其懷德; 强者逃罰, 誰其畏威? 況東方, 乃肩臂之藩, 則此賊亦門庭之寇。 遏組定亂, 在予一人, 于是少命偏師, 第加薄伐。 平壤一戰, 已褫驕魂, 而賊負固多端, 陽順陰逆。 本求伺影, 故作乞憐, 冊使未還, 兇威復扇。 朕洞知狡狀, 獨斷於心, 乃發郡國羽林之材, 無吝金錢勇爵之賞。 必盡卉服, 用澄海波。 仰賴天地鴻〔恩〕 , 宗社陰騭, 神降之罰, 賊殞其魁而王歸。 水陸竝驅, 正奇互用, 爰分四路, 竝協一心, 焚其芻糧, 薄其巢穴, 外援悉斷, 內計無之。 于是同惡就殲, 群酋宵遁。 舳艫付於烈火, 海水沸騰; 戈甲積如高山, 氛祲淨掃。 雖百年僑居之寇, 擧一朝蕩滌靡遺。 鴻雁來歸, 箕子之提封如故; 熊羆振旅, 漢家之威德播聞。 除所獲首功, 封爲京觀, 乃檻致平秀政等六十一人, 棄尸藁街, 傳首天下, 永垂兇逆之鑑戒, 大洩神人之憤心。 於戲! 我國家, 仁恩浩蕩, 恭順者無困不援; 義武奮楊, 跳梁者雖强必戮。 玆用布告天下, 昭示四夷, 明予非得已之心, 識予不敢赦之意, 毌越厥志, 而干顯罰, 各守分義, 以享太平。 凡我文武內外, 大小臣工, 尙宜潔己愛民, 奉公體國, 以消萠孽, 以導禎祥。 更念彫力殫財, 爲日已久, 嘉與休息, 正惟此時。 諸因東征, 加派錢糧, 一切盡令所司除豁, 務爲存撫, 勿事煩苛。 咨爾多方, 宜悉朕意。


  • 【태백산사고본】 71책 116권 9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661면
  • 【분류】
    외교-명(明) / 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