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구가 상황이 좋을 때 북벌할 것을 청하니, 비변사로 하여금 의논하게 하다
동지중추부사(同知中樞府事) 이정구(李廷龜)가 비밀히 차자를 올리기를,
"신이 부재(不才)한 사람으로 비변사에 몸담고 있으면서 삼가 근일 조정이 장차 북쪽 변방을 정벌할 계획을 보았습니다. 삼가 스스로 생각하건대 오늘날의 사세는 급급하다고 하겠습니다. 군사는 죽은 자가 태반이고 식량은 공사간에 모두 고갈되었고 기계는 낡고 민심은 흩어졌으니, 이와 같은 형편으로는 자수(自守)하기도 충분치 못한데 어떻게 정벌을 논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 거사를 이런 때에 감행하는 것은 필시 부득이한 사세가 그 속에 있어서일 것입니다. 방면(方面)을 맡은 신하가 형편을 헤아려 이와 같은 계책을 건의했고 묘당(廟堂)의 의논이 사세를 살펴 이와 같은 거조가 있게 한 것으로 압니다. 이는 작은 일이 아니니 어찌 범연히 할 수가 있겠습니까. 성상께서는 자주 어려워하는 전교를 내리고 언관(言官) 또한 중지를 간하는 상소를 올렸으니, 이 거사가 끝내는 중지될 것으로 여겼습니다.
신이 근자에 천질(賤疾)로 사가(私家)에 누워 있다가 어제 비국(備局)에 도착하여 말의(末議)에 참여하여 들은 바, 묘당의 계책이 결정되어 출사(出師)할 시기가 이미 정해졌는데, 신은 이에 매우 부득이한 사세가 있어서임을 잘 알았습니다. 신은 변정(邊庭)에 가보지 못하고 군려(軍旅)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서 실로 북변의 사세가 어떠한지를 알지 못하니, 오직 정해진 계획을 받들어 시행할 뿐입니다. 그러나 구구한 지나친 생각을 끝내 스스로 그만둘 수 없어 황황히 뒤돌아보며 걱정하는 바입니다. 삼가 이른바 부득이한 사세라는 것을 추구해 보면 ‘적호(賊胡)의 창략(搶掠)이 무상하니 한번 정토하지 않으면 악행을 징계하여 고치지 않을 것이다.’는 것인데, 사실 그렇기는 합니다. 그러나 우매한 신의 생각으로는, 사세에는 경중이 있고 시기에는 이로움과 불리함이 있는 것이어서 토벌하다가 차질이 생기면 나라도 따라 망하게 됨은 논할 것도 없거니와 그를 토벌하여 쾌히 이기지 못하면 화단이 커져 수습하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이 병력으로 과연 그들의 소굴을 소탕하여 추류(醜類)를 섬멸할 수 있겠습니까. 대개 노토(老土)·명간(明看)이 우리 변경을 침노하는 것은 모두 변방 관리들이 그 규율을 어기고 그들을 제어하는 것이 도에 어긋난 소치인 것입니다. 또 노추(老酋)가 흉모를 꾸미고 오랫동안 엿보고 있다가 먼저 우리의 천심(淺深)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찌 알겠습니까.
지금은 마땅히 변비(邊備)를 신칙하고 장사(壯士)를 신중히 가려서 요새를 점거하고 방수(防守)를 늘려 오는 것은 막고 가는 것은 쫓지 말아서 편안함으로 수고로운 자를 기다리고 주인으로 나그네를 기다리는 자세로 힘을 축적하고 국경을 고수하여, 엄한 말로 그들의 침입을 책망하기도 하고 좋은 말로 그들의 개과를 회유하기도 해야 합니다. 따라서 그들을 어루만져 진정시키면서 우리가 항상 바르게 대한다면 그들이 군사를 일으켜 침범하고자 하여도 기회를 탈 길이 없을 것이요, 오랑캐들 또한 생각이 있으니 어찌 기쁜 마음으로 감화되지 않겠습니까. 잔적(殘賊)의 출몰은 싸우지 않아도 절로 안정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병력을 헤아리지 않고 먼저 강구(强寇)를 범하여, 헐떡거리는 기운을 다 내어 굴속에 있는 호랑이를 쳐서 소굴을 불사르고 노약자를 노획한다 하더라도 그 구구한 승첩이 반드시 노추의 털끝 하나 동요시키지 못할 것은 물론 우리 군사의 강약만 보일 뿐입니다. 이는 한 번 대단치 못한 무력으로 이긴 것이 졸렬한 재주임을 면치 못하게 됩니다. 노추가 이로 인하여 유감을 부리면서 트집을 잡아 그들의 전 병력을 다 동원해 대거 출병, 보복으로 명목을 삼는다면 장차 무슨 군사로 방어할 것이며 무슨 계책으로 물리치겠습니까. 더구나 혼란을 여는 것은 경계해야 하고 이(利)를 따르는 것은 선책이 아닙니다. 적은 군사로 깊이 들어가는 것은 전성(全盛)할 때의 힘으로도 오히려 어려운데 지금이 어느 때입니까.
대적(大敵)은 겨우 물러갔으나 중국군이 국내에 가득하며 부역이 번다하여 민생이 곤고하며 상처는 겨우 아물어 가나 흩어진 백성이 아직 모이지 못하였습니다. 바다는 막힌 데가 없는데 흉적이 다시 도발한다는 소문이 있어 남쪽 백성들이 피난짐을 지고서 서 있습니다. 안으로는 정석(鼎席)이 오랫동안 비어 의지할 만한 재상이 없고 밖으로는 곤수(閫帥)에 적격자가 없어 전제할 만한 인재가 없습니다. 기강이 무너지고 조정이 화합하지 못하여 사람들은 일 맡는 것을 경계하고 선비들은 피신하는 것을 상책으로 삼습니다. 만인이 서로 화협되지 못하여 온갖 일이 폐지되었는가 하면 분란스럽기만 한 가운데 나랏일을 여사로 여기니, 위태한 정상이 너무도 많아 식자들이 천장만 쳐다보고 탄식한 지 오랩니다.
이때야말로 바로 조용히 무양하고 편안히 다스리면서 현재(賢才)를 널리 구하고 민심을 수습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군신 상하가 심력을 합하고 군사를 잘 조련하여 수치를 씻고 나라의 보존을 도모할 계책을 세워야 할 것인데, 군사를 조발하라는 명령이 한번 내려지자 중외가 소란하여 떠나가는 자나 보내는 자가 모두 원망에 차 있습니다. 우매한 백성들이야 어떻게 부득이한 사세를 알 수가 있겠습니까. 또 남을 방어하는 데에도 오히려 힘을 헤아려야 하는데 정벌함에 있어 어찌 허술히 할 수가 있겠습니까. 하지 않으면 그만이거니와 하려면 마땅히 익히 강구하고 미리 조처하여 군사를 많이 조발하고 군량을 충분히 준비해서 먼저 우리에게 승산이 있어야 합니다. 어찌 그리 수월하게서서 말하는 사이에 결정할 수 있겠습니까. 양서(兩西)의 군사를 지금에야 조발하기 위해 이문(移文)하고 점고하여 출발시키는 사이에 가을이 이미 닥쳤습니다. 금년에는 절기가 빠르고 북녘 땅은 추위가 일찍 닥치니, 10월이 되면 응당 눈이 많이 쌓일 것입니다. 이 얇은 홑옷을 입은 백성을 몰아 살이 얼어 터지고 손가락이 얼어 떨어지는 추위를 무릅쓰게 하는데, 그 중에 말을 가진 자는 열에 한둘도 안됩니다.
천리 길을 도보로 행군하느라 손발이 얼어 터지게 되면 사기가 먼저 꺾이어 싸움도 하기 전에 흩어질 것을 생각할 것이니, 용감한 무부나 건장한 사내라도 재주를 써볼 수가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홍빈(紅濱)·박가(朴加)는 지세가 극히 험준하고 시내와 골짜기가 깊고 험해 통행이 매우 어려우므로 무사(武士) 한 명이 요새를 지키면 1천 명의 기병도 지나가지 못합니다. 군사들이 여러날 밤을 노숙하는 사이에 적의 복병이 염려되는 것은 물론이고 기밀이 누설되기 쉽습니다. 우리 나라 장기(長技)를 흉적이 엿보고 미리 방비하게 되면 준계산(浚稽山)이 험준함이 모두 아군을 무너뜨리기에 족할 것이니 어찌 위태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전부터 이른바 분탕하는 거사는 모두 일을 좋아하는 변신(邊臣)이 공로를 노려 저지른 계책으로 실상은 득(得)이 실(失)을 보충하지 못했고 위엄도 떨치지 못하였습니다. 왕년에 시전(時錢)을 분탕하였는데 그뒤 몇해 동안이나 복종하다가 다시 이와 같이 침입해 왔습니까. 더구나 시전 때에는 그때 우리 주장(主將)이 남몰래 자기 마음속으로 결정하고 있다가 기회를 타 갑자기 발병하여 번개 같은 형세를 이루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와 달라 거동이 이처럼 소활하고 기모(機謀)가 이처럼 엉성하니, 이러고도 일이 성취된 것을 신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국운이 아직도 비색하여 하늘이 화를 내린 것을 뉘우치지 않고 있습니다. 만일 불행하게도 왜적이 다시 일어나면 남쪽 변방을 그 누가 방어하고 북쪽의 흔단을 그 누가 감당하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특별히 대신에게 명하여 이미 결정된 계책을 다시 상의하게 하소서. 만약 미천한 소신의 한마디 말로 중지하기가 어렵다면, 우선 일을 담당한 신하로 하여금 이미 조발된 군사를 요해처에 나누어 수비하게 하여 적의 도발을 막으면서 기미를 살피고 사세를 헤아려 틈탈 만한 기회를 기다리게 할 것이요, 경거 망동하여 미약한 군사로 깊이 들어갔다가 후회를 끼치는 일이 없게 하면 천만 다행이겠습니다.
신은 글이나 읽는 서생으로 한결같이 오활할 뿐인데 병가(兵家)의 대사를 저해하여 죄스럽습니다. 그러나 나라를 걱정하는 간절한 정성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말은 비록 황난 비루하나 실로 진심에서 나온 것이니, 삼가 성명께서는 유념하소서. 처분을 바랍니다."
하니, 차자에 답하기를,
"차자를 살펴보니 매우 가상하다. 내가 경에게 재능이 있음은 대략 알았으나 그 지혜가 이처럼 뛰어날 줄은 뜻하지 못하였다. 적과 승부를 헤아리는 것이 어쩌면 이와 같이 손바닥을 가리키듯 환한가. 더구나 차자에 시세를 묘사함에 있어 남이 듣기 싫어하는 곧은 말을 극구 진술하였으니 이 또한 사람마다 능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나는 스스로 옳은 사람을 얻었다고 믿는다. 북비(北鄙)의 거사는 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으나, 우리 나라의 일이 기모(機謀)가 얕고 조처가 엉성한 것이 늘 이와 같다. 지금 군사를 조발하고는 있으나 그 지휘가 실로 염려된다. 마땅히 다시 의논하여 조처하겠다."
하고, 정원에 전교하기를,
"이 차자를 비변사에 내려 속히 의계(議啓)하게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1책 116권 5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659면
- 【분류】외교-야(野) / 군사-군정(軍政) / 군사-관방(關防) / 정론-정론(政論)
○同知中樞府事李廷龜秘密上箚:
臣以不才, 待罪備邊司, 伏見近日朝廷, 將有事于北鄙。 臣竊伏自念, 今日之勢, 可謂岌岌。 以兵則死亡太半, 以糧則公私俱竭, 器械則凋弊, 人心則潰渙。 以此氣象, 自守之不給, 何伐之敢論? 然爲此擧於此時, 是必有不得已之勢, 存乎其中。 方面之臣, 揣度形便, 而有此獻策, 廟堂之議, 審量事勢, 而有此擧措。 此非細事, 夫豈偶然? 聖上屢下遲難之敎, 言官亦上諫止之疏, 意謂此擧, 終必中寢。 臣近以賤疾, 屛伏私室, 昨到備局, 與聞末議, 廟算之成, 師期已定, 臣於是益知有大不得已之勢也。 臣足未躡邊庭, 愚不解軍旅, 實未知北邊之勢如何, 惟當奉行成算, 而區區過計, 終不能自已, 回徨憂憫。 竊求其所謂不得已之勢, 則不過曰賊胡之搶掠無常, 不一征討, 則無以懲創, 此則然矣。 然而以臣愚料之, 則勢有輕重, 時有利不利, 伐之而蹉跌, 國隨以亡, 已不足論, 伐之而未能快勝, 則禍大而難了。 以此兵力, 其果能蕩覆穹廬, 殲盡醜類乎? 夫老土、明看之侵擾我邊者, 無非邊吏失律, 撫馭乖方之致。 又安知老酋兇謀, 久有窺覘之心, 先試我淺深乎? 今當申飭邊備, 愼擇將士, 據險守要, 增防添戍, 來則拒之, 去則不追, 以逸待勞, 以主待客, 蓄力養銳, 固守封疆, 或嚴辭以責其來犯, 或好語以諭其自新, 羈縻鎭定, 常使直在於我, 則彼雖欲擧兵來侵, 旣無可乘之釁, 虜亦有心, 豈無好音之懷乎? 零賊之出沒, 自當不戰而定矣。 今若不量兵力, 先犯强寇, 竭盡屬喉之氣, 手搏負穴之虎, 縱使焚其廬幕, 獲其老弱, 區區小捷, 必不能動老酋之一髮, 而適足以示我兵之弱强, 則是一番不武之勝, 未免爲黔驢之技。 老酋若因此逞憾, 以爲執言之地, 傾巢大擧, 報復爲名, 則其將何兵以禦之, 何策而却之乎? 況開釁有戒, 趨利非策。 輕兵深入, 以全盛之力, 猶或難之, 今時何時也? 大敵纔退, 天兵滿國, 賦役繁重, 民生愁苦, 瘡痍甫起, 流徙未集。 海波無阻, 兇賊已有再逞之聲, 南邊之民, 固已荷擔而立。 內而鼎席久曠, 無倚毗之相, 外而閫帥匪人, 無專制之才。 紀綱大壞, 朝著不協, 人以當事爲深戒, 士以避迹爲良策。 萬目暌暌, 百爲廢墜, 棼棼擾擾, 視國事爲餘事, 憂危之象, 不一而足, 識者之仰屋久矣。 此正靜而養之, 安而理之, 廣求賢才, 收拾民心, 君臣上下, 協心共力, 措置組練, 以爲刷恥圖存之計, 而調兵之令一下, 中外騷擾, 行齎居送, 怨呼盈路。 蠢蠢之民, 豈知所謂不得已之勢乎? 且禦人猶當量力, 伐人豈可草草? 不爲則已, 爲之則所當熟講而預措, 多調而厚齎, 使勝算先在於我。 豈可容易講定於立談之頃乎? 兩西之兵, 今始將調, 文移點發之際, 秋序已過。 今年節促, 北地寒早, 若到十月, 則應已雪深。 驅此單裳薄衣之民, 以冒裂膚墮指之寒, 其中有馬者, 十未一二。 千里徒行, 手足腁胝, 士氣先怯, 不戰思潰。 雖勇夫健兒, 無所施其技, 而況紅濱、朴加, 地勢極險, 惡川巨壑, 通行甚艱, 一夫守阨, 千騎莫進。 露師經宿之際, 賊伏可虞, 機事易洩。 我國長技, 倘使兇賊覘知, 預爲之備, 則浚稽之險, 皆足以僨軍, 豈不危哉? 自前所謂焚蕩之擧, 皆是喜事邊臣徼功之策, 而其實則得不補失, 威未足張。 往年時錢焚蕩之後, 能得其幾年慴伏, 而復有此侵擾乎? 況時錢則其時主將, 默定於心, 乘機猝發, 以收疾雷之勢。 今則異於是, 擧動如此疎闊, 機謀如此齟齬, 如是而能辦事者, 臣未之見也。 國運猶否, 天未悔禍。 萬一不幸, 倭賊再肆, 則南邊誰禦, 北釁誰當? 伏願殿下, 特令大臣, 再爲商確已定之策。 如難以微末小臣一言中止, 則姑令當事之臣, 將已調之兵, 分守要害, 以防竊發, 臨機量勢, 以待可乘之會, 愼勿輕擧妄動, 孤兵深入, 以貽後悔, 千萬幸甚。 臣章句書生, 一味迂闊, 兵家大事, 沮撓有罪, 而區區憂國之誠, 自謂不後恒人。 言雖荒陋, 實出肝膈, 伏願聖明留神焉。 取進止。
答箚曰: "省箚, 深用嘉焉。 予雖粗知卿之有才, 而不圖其智出尋常, 料敵勝負, 若是其如指諸掌。 況於箚中, 描寫時勢, 極陳人所惡聞之直言, 此又人所難能也。 予自詫其有人矣。 北鄙之事, 似不得不擧, 而我國之事, 機謀膚淺, 措處齟齬, 每每如此。 今始調兵, 指揮誠可慮也。 當更爲議處。" 傳于政院曰: "此箚下備邊司, 斯速議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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