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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115권, 선조 32년 7월 21일 무진 1번째기사 1599년 명 만력(萬曆) 27년

양사가 유성룡·홍여순·구의강·홍식의 일을 아뢰나, 윤허하지 않다

"신들이 유성룡의 직첩을 환수하라는 한 가지 일로 누차 성상을 번거롭게 해드린지가 벌써 반년이 넘었는데도 한결같이 거절하시며 늘 윤허하지 않는다는 말씀으로 하교하심으로써 한 나라의 공론을 막아 오래도록 펴지 못하게 하였으니, 성상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신들의 죄가 실로 크다고 하겠습니다. 성룡은 본래 말만 잘하는 사람으로 세상을 기만하고 명예를 도둑질하여 재상의 지위에 있으면서 당(黨)을 만들고 권리를 탐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일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번다한 처사가 많았고 사람을 진퇴시킴에 있어서는 호오(好惡)의 사심을 따름으로써 끝내 사론(士論)을 분열시키고 조정에 알력이 생기게 하였습니다. 오늘날 남인이니 북인이니 하는 설이 있게 된 것도 모두가 성룡이 빚어낸 것이라는 것은 성명께서 통촉하시는 바입니다.

강화[和]라는 한 글자는 만고의 정론이 용납하지 않던 것으로서 소인이 나라를 망친 것이 일찍이 이를 말미암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성룡은 한 나라의 수상(首相)으로 복수하는 의리는 생각하지 않고 도리어 기미책(羈縻策)을 일삼으면서 사설(邪說)을 퍼뜨리고 온 조정을 농락함으로써, 인심을 저상시키고 국세를 무너뜨려 끝내는 구제하지 못할 지경에까지 이르게 하였습니다. 그가 임금을 잊고 원수를 놓아준 죄를 어찌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망극한 참소로 우리의 군부(君父)를 무고한 일은 천지가 다하도록 지극히 원통스러운 일이니 황제에게 변무(辨誣)하는 일이야말로 일각이 급했다고 하겠는데, 성룡은 가는 것을 자청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회피할 꾀을 내어 시일만 보내면서 미적거리다가 끝내는 교묘하게 모면하였습니다. 임금의 일을 급하게 여기고 자신의 몸은 돌보지 않았던 옛사람들의 의리에 비해 볼 때 너무나도 동떨어진 처사라 하겠습니다.

성룡이 나라를 저버린 죄는 앞뒤로 낭자하니 왕법(王法)을 적용하여 그 죄를 규정했어야 합당한데 애당초 삭직(削職)만을 청한 것도 말감(末減)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어찌 뇌우(雷雨)와 같은 은전으로 갑자기 직첩을 주라는 명을 내리실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지금 적의 서신이 또 이르러 강화하자고 하면서 공갈하는데 그 말이 극히 패만하니, 이는 모두 전일의 주화론(主和論)이 열어 놓은 것입니다. 만약 지금 그 일을 주창한 죄를 다스리지 않으면 그 해가 당장 앞에 닥치게 될 뿐만 아니라 국시(國是)를 정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흉적에게 알려질 경우 업신여기는 마음이 생겨 그 간악한 행위를 시초에 꺾어버리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성룡의 죄가 여기에 이르러 더욱 용서할 수 없는데 성상께서는 그의 늙은 것을 핑계하여 관대히 용서하고 계시니, 천추만세에 성명을 두고 무어라 하겠습니까. 윤음을 오랫동안 내리지 않으시므로 민심이 더욱 분개해 하니 어렵게 여기지 마시고 속히 성명(成命)을 거두소서.

홍여순(洪汝諄)의 음험하게 방자한 행동은 온 나라 사람이 모두 아는 바로서 청의(淸議)에 버림을 당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는 항상 사감을 품고 중상할 것을 생각하고 있다가 급기야 헌장(憲長)의 책임을 맡게 되자 바로 모함하는 계책을 실행에 옮겨 끝내 한 세상을 겸제하고 화를 사림(士林)에 전가하려 하였으니 그 심사가 지극히 흉악합니다. 이것을 징계하지 않으면 훗날 선류가 일망타진되는 화란이 일어나 차마 말할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 것입니다. 신들이 구구하게 논하는 것은 실로 분란을 진정시키고 공론을 넓히고자 하는 것일 뿐입니다. 이런 때에 어찌 감히 번거롭게 논란하기를 좋아하여 정녕하신 성교(聖敎)를 저버리려 하는 것이겠습니까. 거듭 생각하시어 속히 윤허를 내리소서.

구의강(具義剛)홍식(洪湜)은 모두 신진(新進)으로 간관(諫官)의 반열에 있는 신분이면서도 명분과 의리의 지엄함을 돌아보지는 않고 남을 배척하려는 간교한 꾀를 자행하여 남의 사주를 받고는 공(公)을 빌어 사(私)을 도모하였으니, 사류(士類)에 욕을 끼치고 깨끗한 조정에 죄를 진 것이 큽니다. 어찌 대간이라 하여 처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속히 파직하고 서용하지 말 것을 명하여 인심을 안정시키소서."

하니, 답하기를,

"윤허하지 않는다는 뜻을 이미 다 말하였으니 다시 논하지 말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1책 115권 16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648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군사(軍事) / 인사-임면(任免) / 사법-탄핵(彈劾) / 외교-왜(倭)

○戊辰/兩司啓曰: "臣等以柳成龍職牒還收一事, 累瀆天聽, 已逾半月, 而一向牢拒, 每以不允爲敎, 使一國公議, 久鬱而不得伸, 臣等不能回天之罪, 固亦大矣。 成龍本以便侫, 欺世盜名, 位據鼎軸, 植黨貪權, 施措多煩瑣之事, 進退循好惡之私, 遂致士論角立, 朝著相軋, 至于今日, 又有南、北之說。 此皆成龍有以釀成, 而亦聖明之所洞燭也。 (和)〔私〕 之一字, 萬古正論之所不容, 而小人之亡人國者, 未嘗不由於此也。 成龍以一國首相, 罔念復讎之義, 反事羈縻之計, 鼓動邪說, 籠絡擧朝, 以至人心沮喪, 國勢壞誤, 而終莫之救, 則其忘君釋讎之罪, 可勝言哉? 況罔極之讒, 構我君父, 至痛深冤, 窮極天地, 朝天辨誣, 一刻爲急, 而成龍非但不自請行, 反生厭避之謀, 淹延遷就, 終乃巧免。 其比古人急君忘身之義, 吁亦遠矣。 成龍負國之罪, 前後狼藉, 合寘王法, 以正厥罪, 而當初只請削職, 亦云末減。 豈可以雷雨之典, 而遽有給牒之命乎? 矧今賊書又至, 求好恐嚇, 辭極悖慢, 此無非前日主和之論, 有以啓之。 若不於此時, 嚴討首事之罪, 則非但利害當前, 國是靡定, 至使兇賊聞之, 益將生心, 而無以逆折其奸萠矣。 成龍之罪至此, 尤非今日之所可貸, 而聖明諉以耆耉, 曲爲容庇, 則天下萬世, 未知謂聖明何如耶? 兪音久閟, 輿情益憤, 請勿留難, 亟收成命。 洪汝諄猜險縱恣之狀, 國人之所共知, 而見棄於淸議久矣。 常懷私憾, 思欲中傷, 而及爲憲長之任, 輒肆構陷之計, 將至於箝制一世, 嫁禍士林, 其設心兇慘極矣。 此(厥)〔罪〕 不懲, 則後日一網打盡之患, 將有所不忍言者矣。 臣等區區論列, 實欲鎭紛擾恢公論而已。 此時安敢好爲煩論, 以負聖敎之丁寧乎? 請加三思, 亟賜一兪。 具義剛洪湜, 俱以新進, 身居諫列, 不顧名義之至嚴, 恣行排擯之巧計, 受人指嗾, 借公圖私, 其貽辱士類, 得罪淸朝大矣。 豈可以臺諫之言, 而終莫之罪乎? 請亟命罷職不敍, 以定人心。" 答曰: "不允之意, 已盡言之, 毋庸更論。"


  • 【태백산사고본】 71책 115권 16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648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군사(軍事) / 인사-임면(任免) / 사법-탄핵(彈劾) / 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