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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115권, 선조 32년 7월 4일 신해 1번째기사 1599년 명 만력(萬曆) 27년

옥당이 유성룡·홍여순·홍식·구의강을 일을 아뢰나, 윤허하지 않다

옥당(玉堂)이 【부교리 박이서(朴彛叙)·이덕형(李德泂), 수찬 이필영(李必榮). 】 차자를 올렸는데, 그 대략에,

"삼가 살피건대, 전 풍원 부원군(豊原府院君) 유성룡(柳成龍)이 화의(和議)를 주장하여 나라를 그르친 죄는 종사(宗社)와 인륜에 관계되어 천하 만대에 드러나는 것이므로 한 사람이 마음대로 처리할 일이 아닙니다. 전하께서 사면해 주고자 하신다면 종묘 사직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이며 인륜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입니까. 그리고 천하 만대에 전하를 일러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옛날에 진회(秦檜)가 송(宋)나라를 망쳤는데, 지금까지 그의 전기를 읽는 자는 모두 팔을 걷어붙이고 일어나 당시에 머리털을 헤며 수죄(數罪)하지 못한 것을 한탄하고 있습니다. 지금 성룡은 그 벼슬만 삭탈하였는데, 전하께서는 충분히 그의 죄과를 응징하였다 하여 용서하려는 것입니까?

홍여순은 성품이 본래 음험한 데다가 탐욕스럽고 교활하기까지 하며 버릇없이 방자하여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으므로 행인들도 눈을 흘기면서 피하지 않는 자가 없는데 전하께서만 모르고 계십니다. 홍식구의강은 모두 쥐새끼같은 무리로서 그의 사주를 받아 도적의 모책을 감행하여 일망타진할 계책을 삼았으니 그 심사가 흉악하고 참혹합니다. 대관(臺官)의 평론 역시 말감(末減)100) 을 따른 것이니, 더욱 깊이 생각하시어 쾌히 공론을 따르소서."

하니, 답하기를,

"일을 논하는 것이 실정에 지나치면 그들이 마음으로 복종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방관자 역시 수긍하지 않는 법이다. 유성룡을 논박하는 데 있어서 주화(主和)라는 두 글자로 집언(執言)하는 바탕을 삼아 진회(秦檜)에게 비유하기까지 하였다. 설사 유성룡이 화의를 주장하였다 한들 어찌 진회에 비할 수 있겠는가. 진회는 남몰래 오랑캐의 지시를 받아 처자를 보전하고자 송나라에 잠입하여 금(金)나라 사람을 위해 계책을 써서 화의를 힘써 주장하고 악비(岳飛) 등을 죽였던 것이다. 지금 유성룡이 또한 왜적의 뜻을 받아 남몰래 음모(陰謀)를 통하고 그 처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화의를 주장하였던가. 이런 주장이 족히 인심을 복종시키고 국시(國是)를 안정시키겠는가.

대개 그의 마음은 종묘 사직이 장차 망할까 걱정되던 판에 중국 조정에서도 이미 화의를 허락하였기 때문에 임기응변책으로 그 일을 주장하였던 것이다. 곧이곧대로 따진다면 나 역시 그가 잘못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겠으나, 그 속마음을 살펴보면 이와 같음에 불과하다. 아, 그 당시 누구인들 이러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와서는 서로들 빠져나가려고 하면서 ‘나는 이런 일이 없다. 나는 이런 일이 없다.’고 한다면 모두가 우상(右相)의 죄인이 될 것이다. 【당시 우상 이항복(李恒福)이 차자를 올려 그 강화의 논의에 스스로 참여하였음을 진술하였다. 】 그리고 중론을 배격하고 밤중에 사신을 보냈다는 말은 더욱 말이 안된다. 그 당시 널리 정의(廷議)를 수렴하여 결정한 일로 그 내용에 대해서는 지금 정원(政院)에서 상고할 수 있다. 과연 중론을 어기고 혼자 밤중에 사자를 보냈단 말인가. 이런 이야기들은 모두가 따져보지 않아도 자명한 것들이다. 더구나 전에 이미 공론에 따라 혁파하였는데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 와서 어찌하여 그 관직을 회복하지 못한단 말인가.

홍여순 등의 일에 관해서는 서로 배격하는 습성에서 나온 것에 불과하다. 전에 이미 중의에 따라 그 직을 파면하였는데, 지금 서용하라는 명이 내리자 감히 가죄(加罪)할 것을 추론(追論)하여 삭탈을 청하기까지 하다니 이럴 수가 있는가.

구의강 등은 그 시비에 대해서는 차치해 두고라도 그들이야말로 대간의 지위에 있는 자들이다. 대간의 처지로서 한두 낭중(郞中)을 논파(論罷)한 것이 뭐 그리 큰 일이기에 파직을 청하기까지 하는가. 그렇게 한다면 훗날 당파를 만들고 권세를 멋대로 부리는 간흉(奸兇)이 나온다 해도 그 누가 감히 말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이는 크게 훗날의 폐단에 관계되는 것이니, 어찌 한두 사람을 위해 이와 같은 거조를 하겠는가. 대개 요즈음 시사(時事)를 보건대 백성을 보호하고 병사를 훈련시키고 적을 방어하는 일들은 도외시하고 오직 분분히 다투는 것만을 일삼고 있다. 나같이 불민한 사람이 위에 무릅쓰고 있자니 절로 탄식만 할 뿐이다. 차사(箚辭)는 더욱 유념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1책 115권 3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642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군사(軍事) / 외교-왜(倭) / 인물(人物)

  • [註 100]
    말감(末減) : 가벼운 죄에 처하는 것.

○辛亥/玉堂 【副校理朴彛叙ㆍ李德泂、修撰李必榮。】 箚子。 略曰:

伏以, 前豐原府院君 柳成龍主和誤國之罪, 在於宗社, 關於人倫, 著於天下萬代, 非一人之所私也。 啓下雖欲赦之, 其於宗社何, 其於人倫何? 天下萬代謂殿下何如也? 昔秦檜, 至今讀其傳者, 莫不扼腕而起, 恨不得擢髮於當時, 則今日成龍之只削其官, 殿下以爲足懲其罪而欲宥之耶? 洪汝諄性本猜險, 加以貪猾, 誕然自肆, 無復羞惡, 道路莫不側目而謹避, 獨殿下未之知耳。 洪湜具義剛, 俱以鼠輩, 承其指嗾, 敢行盜賊之謀, 以爲網打之計, 其情兇且慘矣。 臺官評論, 亦從末減, 請加三思, 快從公論。

答曰: "論事過情, 非但其心不服, 旁觀者亦不服矣。 論柳成龍, 以主和二字, 爲執言之地, 至於比之於秦檜。 設使也主和, 豈秦檜之比哉? 秦檜陰受虜人之旨, 保全妻子, 潛來于, 所以爲金人謀, 力主和議, 殺岳飛等。 今也, 亦受倭賊之旨, 潛通陰謀, 保其妻子而主和耶? 是說足以服人心, 而定國是乎? 蓋其心悶宗社之將亡, 天朝旣令許和, 故權就此事, 而律之以直道, 則予亦不敢不謂之誤。 原其情, 不過如此而已。 嗟嗟! 其時孰不靡然? 到今爭自脫然曰: ‘余無是也。 余無是也’ 云爾, 則皆右相之罪人也。 【時右相李恒福上箚, 自陳其與聞講和之論。】 且排衆論, 夜半遣使之說, 尤不足道。 其時, 廣收廷議定奪。 其廷議今在政院, 可考也。 果爲違衆論, 而獨遣使乎? 這等說話, 皆不攻自破。 況前旣從公論革罷, 已經歲月, 今何可不復其職乎? 至於洪汝諄等事, 不過互相排擊之習耳。 前旣從之, 已罷其職, 今乃於敍命之下, 敢爲追論加等, 至請削奪, 是何理哉? 具義剛等, 姑置其是非, 乃是臺諫之人也。 爲臺諫, 論罷一二箇郞中, 此何大事而至請罷職? 後日雖有植黨擅權之奸, 其誰敢言之? 此則大關後弊, 豈可爲一二人, 爲此擧措乎? 大槪近觀時事, 以保民訓鍊禦賊, 置之度外, 唯紛挐喧豗爲事。 如予不敏, 冒居其上, 徒自竊嘆。 箚辭當加留念。"


  • 【태백산사고본】 71책 115권 3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642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군사(軍事) / 외교-왜(倭) / 인물(人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