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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113권, 선조 32년 5월 20일 정묘 4번째기사 1599년 명 만력(萬曆) 27년

경리 도찰원이 보낸 등황조서

경리 도찰원(經理都察院)이 【만세덕(萬世德). 】 보낸 등황 조서(謄黃詔書)092) 는 다음과 같다.

"봉천승운황제(奉天承運皇帝)는 조서를 내린다. 짐이 대통을 이어 억조 창생을 다스리니, 바닷가나 산골짜기의 인민도 다 나의 적자(赤子)이므로 정말 큰 악인이 아니면 두루 포용하고자 하였다.

근자에 동이(東夷)의 작은 괴수 평수길(平秀吉)이 외람되이 천한 종의 신분으로 감히 난리를 일으켜 먼 지역을 차지하고 여러 섬을 복속시킨 뒤 드디어 천하를 잠식하려는 뜻을 품고는 나의 속국을 엿보아 이기도(伊岐島)와 대마도(對馬島)에 횡포를 부리고 낙랑(樂浪)현도(玄菟)의 지경에 침입하여 살육을 자행하였으므로 그곳 임금과 신하가 도망치고 인민이 흩어졌다. 그리하여 글을 올려 난리를 급히 고하며 구원병을 보내 구해주기를 청하였다.

짐이 생각건대 ‘조선은 대대로 공순하다고 일컬어졌는데 마침 곤란을 당했으니 어찌 좌시만 할 것인가. 만약 약자를 부축하지 않으면 누가 은덕을 품을 것이며, 강자를 벌주지 않으면 누가 위엄을 두려워하겠는가. 더구나 동방은 바로 팔다리와 같은 번방(藩邦)이다. 그렇다면 이 적은 바로 집뜰에 들어온 도적인 것이니, 그를 저지하고 죄를 주는 것은 나 한 사람에게 달려 있다.’고 여겨 일부 군대에게 간단히 명하여 조금 정벌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평양의 일전에서 이미 왜적의 넋을 빼앗자 적은 여러모로 험지에 웅거하면서 겉으로는 순종하는 체 했으나 속으로는 거역하였으니, 본디 허점을 노린 것으로서 일부러 애걸하는 태도를 보이기까지 했지만 책봉사(冊封使)가 미처 귀환하기도 전에 흉악한 짓을 다시 저질렀다. 짐이 간교한 정상을 환히 알고 마음 속으로 홀로 결단하여 국가의 친위대를 동원하고 금전과 작위와 상품의 비용을 아끼지 않으면서 반드시 이 야만족들을 섬멸하여 바다 물결을 깨끗이 하려고 하였다.

우러러 천지의 큰 덕과 종묘 사직의 음조(陰助)로 신이 벌을 내려 그 괴수가 죽었는데, 나의 군대가 수륙으로 병진하면서 정병(正兵)과 기병(奇兵)을 아울러 써서 그 보급로를 차단하고 그 소굴을 박살내었다. 이에 외부의 구원은 끊기고 내부의 계책 또한 별수없어 마침내 모든 악인들이 섬멸되고 두목들은 야반 도주하였다. 적의 배가 불태워지니 바닷물은 끓어오르고 창과 갑옷이 산더미처럼 쌓이니 요사스러운 기운은 드디어 깨끗이 소멸되어, 백년 동안 침노를 일삼던 왜구를 하루아침에 남김없이 쓸어내었다. 떠돌던 백성이 돌아와 기자(箕子)의 봉토(封土)가 복구되었고, 용맹한 아군이 개선하니 중국의 위엄과 덕이 멀리 전파되었다. 참획한 왜적의 머리를 묻어 경관(京觀)을 쌓는 외에 평수정(平秀正) 등 61인을 압송해와 사거리에서 참수하고 천하에 머리를 돌려 보임으로써 길이 흉역한 자의 말로가 어떻다는 것을 경계하는 동시에 신과 사람의 분한 마음을 풀어주었다.

아, 우리 국가의 인자한 은혜는 넓고도 넓어 공순한 자가 곤궁할 경우 구원해주지 않은 적이 없고, 의로운 무위(武威)를 분발하고 북돋우어 함부로 날뛰는 자가 비록 강해도 반드시 죽여 없앴다. 이에 천하에 포고하여 사방 오랑캐에게 밝게 보이며 나의 부득이했던 마음을 밝히는 한편 감히 용서하지 않는 나의 뜻을 알리는 바이다. 허튼 마음을 먹어 벌을 받지 말고 각기 분수를 지켜 태평을 누리라. 모든 나의 문무·내외·대소 신료들은 자신을 정결히 하며 백성을 사랑하고 공무를 봉행하며 국시를 준수하여 흉한 싹을 꺾어버리고 상서로운 기운을 이끌라. 다시 생각건대, 힘과 재물이 고갈된 지 이미 오래이니 더불어 휴식해야 할 때가 진정 지금이다. 동정(東征)으로 인해 돈과 곡식을 더 징수한 것은 유사로 하여금 일체 삭감하여 힘써 위무하며 번거롭게 굴지 못하게 할 것이다. 아, 너희 사방의 나라는 짐의 뜻을 잘 알라."


  • 【태백산사고본】 70책 113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622면
  • 【분류】
    군사(軍事)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註 092]
    등황 조서(謄黃詔書) : 천자의 조서가 내리면 각성(各省)의 독무(督撫)가 황지(黃紙)에 조서를 등사하여 그것을 소속 주현(州縣)에 반포하는 것을 말한다.

○經理都察院 【世德。】 謄黃有曰:

奉天承運皇帝詔曰, 朕纉承洪緖, 統理兆人, 海澨山陬, 皆吾赤子, 苟非元惡, 普欲包荒。 屬者東夷小醜平秀吉, 猥以下隷, 敢發難端, 竊據裔封, 投屬諸島, 遂興荐食之志, 窺我內附之邦, 伊岐對馬之間, 鯨鯢肆規, 樂浪玄菟之境, 鋒鏑交加, 君臣逋亡, 人民離散, 馳章告急, 請兵往援。 朕念朝鮮, 世稱恭順, 適遭困阨, 豈直坐觀? 若使弱者不扶, 誰其懷德; 强者逃罰, 誰其畏威? 況東方, 乃肩臂之藩, 則此賊亦門庭之寇, 遏徂定罪, 在予一人。 于是小命偏師, 第加薄伐。 平壤一戰, 已褫驕魂, 而賊負固多端, 陽順陰逆, 本求伺影, 故作乞憐, 冊使未還, 兇威復扇。 朕洞知狡狀, 獨斷于心, 乃發邦國羽林之才, 無吝金錢、爵賞之費, 必盡卉服, 用澄海波。 仰賴天地鴻褒, 宗社陰騭, 神降之罰, 載殞其魁, 而王師水陸, 竝驅正奇, 互用芻糧, 薄其巢穴。 外援悉斷, 內計無之, 于時同惡就殲, 群酋宵遁。 舳艫付于烈火, 海水沸騰, 戈甲積如高山, 氛祲凈掃。 雖百年僑居之寇, 擧一朝蕩滌靡遺。 鴻雁來歸, 箕子之堤封如故, 熊羆振旅, 家之威德播聞。 除所獲首功, 封爲京觀, 乃檻致平秀正等六十一人, 棄尸藁街, 傳首天下, 永垂兇逆之鑑戒, 大洩神人之憤心。 於戲! 我國家, 仁恩浩蕩, 恭順者無困不援, 義武奮揚, 跳梁者雖强必戮。 玆用布告天下, 昭示四夷, 明予非得已之心, 識予不敢赦之意。 毋越厥志而其顯罰, 各守分義而享太平。 凡我文武, 內外、大小臣工, 尙宜潔己愛民, 奉公體國, 以消萌釁, 以導禎祥。 更念彫力(憚)〔殫〕 財, 爲日已久,嘉與休息, 正惟此時。 諸因東征, 加派錢糧, 一切盡令, 所司除割, 務爲盡撫, 勿事煩苛。 咨爾多方, 宜悉朕意。


  • 【태백산사고본】 70책 113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622면
  • 【분류】
    군사(軍事) / 외교-명(明) / 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