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병 해생이 묵고 있는 곳에 거둥하다
상이 총병 해생(解生)이 묵고 있는 곳에 거둥하여 읍례를 행한 뒤에 차를 권하였다. 총병이 말하기를,
"뒷일을 마무리할 대책과 군사를 주둔하는 일과 식량을 조치할 계획을 어떻게 할 것입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우리 나라는 7년 동안 병란으로 백성은 다 죽고 들판은 모두 황폐하여 식량을 조치할 길이 없으니 군사 1만 명만 남아 있게 해주길 원하오."
하였다. 상이 또 이르기를,
"상사(上司) 아문의 뜻은 몇 만 명을 남겨 두려 하며 장수는 어느 대인이 이곳에 남을 것 같소?"
하니, 총병이 말하기를,
"군사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1만 명을 남겨둔다면 왜적이 다시 왔을 때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 그리고 장수로는 도야(都爺)의 생각은 나를 남겨 두려고 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대인께서 이곳에 남으시면 우리 나라의 복이오. 지난해 흉적이 다시 침범했을 때 대인이 직산(稷山)에서 혈전을 벌인 뒤로 흉적이 도망가 감히 다시는 침범하지 못했으니 대인의 공을 무어라 말할 수 없소."
하였다. 총병이 말하기를,
"적이 물러간 것은 여러 장수의 힘과 국왕의 복으로 인한 것입니다."
하고, 총병이 또 말하기를,
"대마도에는 사람을 보내 정탐하였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미 변장(邊將)에게 분부하여 사람을 보내 정탐하게 하였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았소."
하였다. 총병이 말하기를,
"거리가 가까운 곳이니 정탐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하니, 통관(通官)이 대답하기를,
"지역은 멀지 않으나 물길이 극히 험난하여 바람을 기다렸다가 들어가야 하므로 자주 가서 정탐할 수 없습니다."
하였다. 총병이 말하기를,
"이제 만약 병마를 조련시킨다면 왜적을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진 도독 군사와 귀국의 수병이 적의 수급을 다수 참획하였다고 하는데 나는 자세히 모르므로 듣고 싶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우리 나라의 수병이 무슨 공로가 있겠습니까. 진 대인이 해상에서 혈전을 벌여 다수 참획한 것입니다. 그러나 육병이 합세하여 진격하였으니 어찌 수병의 힘뿐이었겠습니까."
하였다. 총병이 말하기를,
"중국이 군사를 출동하여 귀국을 구제하는 마당에 수레 한 대도 돌아가지 못하게 했어야 하는데 우리들이 역량이 모자라 왜적을 살아서 돌아가게 하였으니 이것이 가슴 아픕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예부터 승첩이라고 해서 어찌 흉적을 모조리 죽여 한 사람도 살아 돌아간 자가 없었겠습니까."
하였다. 총병이 말하기를,
"진 총병이 참획한 수급은 얼마이고 귀국이 참획한 수급은 얼마입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진 대인은 수습이 매우 많다고 하였으나 자세히 알 수 없고, 우리 나라 변장은 적을 치기에 급급하여 미처 수급을 베지 못하였소."
하였다. 총병이 말하기를,
"나의 병마가 이곳에 와서 치른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나의 군사는 유주(幽州)와 계주(薊州) 사람들인데 지난해 도산(島山) 전투 때 적의 성을 포위하고 빗속에 10여 일 동안 서서 있었으니 그 고생을 뭐라 형용할 수 있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우리 나라가 그런 줄을 다 알고 있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8책 109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570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군사-군정(軍政) / 군사-병참(兵站) / 군사-통신(通信) / 외교-명(明) / 외교-왜(倭)
○甲寅/上幸解摠兵生所館處, 行揖後請茶。 摠兵曰: "善後之策, 留兵之事, 措糧之計, 何以爲乎?" 上曰: "小邦七年被兵, 人民盡死, 田野盡荒, 糧餉無路措置, 欲留一萬兵耳。" 上曰: "上司衙門之意, 欲留幾萬, 將官則何大人留此乎?" 摠兵曰: "時未講定云矣。 若留一萬, 則倭若更來, 則何以抵當? 且將官則都爺之意, 以俺欲留耳。" 上曰: "大人留此, 則小邦之福也。 上年兇賊更肆之時, 大人血戰於稷山, 兇賊遁去, 不敢更肆。 大人之功, 無以爲喩。" 摠兵曰: "賊之退去, 諸將之造化, 國王之洪福也。" 摠兵曰: "對馬島差人哨探乎?" 上曰: "已分付於邊將, 差人哨探, 時未回還矣。" 摠兵曰: "相望之地, 偵諜不難矣。" 通官對曰: "地則不遠, 水路極險, 待風入去, 未得頻數往探矣。" 都督曰: "今若修練兵馬, 則倭不足憂矣。 且陳都督兵及貴邦水兵, 多數斬獲云。 俺未詳知, 切欲聞之。" 上曰: "小邦水兵, 有何功乎? 陳大人血戰海上, 多數斬馘。 然陸兵合勢而進攻矣, 豈特水兵而已?" 摠兵曰: "天朝發兵, 拯濟貴邦, 當使隻輪不返, 而俺等力量不足, 使倭賊生還, 是所痛也。" 上曰: "自古勝捷, 豈有盡殲兇賊, 而無一人生還者乎?" 摠兵曰: "陳摠兵首級幾何, 貴邦幾何?" 上曰: "陳大人首級甚多云, 而未能詳知。 小邦邊將急於討賊, 未及斬首矣。" 摠兵曰: "俺之兵馬來此, 勞苦不忍說也。 俺軍乃幽、薊人也。 上年島山之役, 俺軍進圍賊城, 立於雨水十有餘日。 其爲艱辛, 何以勝喩?" 上曰: "小邦無不知之。"
- 【태백산사고본】 68책 109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570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군사-군정(軍政) / 군사-병참(兵站) / 군사-통신(通信) / 외교-명(明) / 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