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변사가 살마주의 적장 의홍에 관한 일을 아뢰다
비변사가 아뢰기를,
"살마주(薩摩州)의 적장 도진의홍(島津義弘)은 본시 용맹스럽고 사나운데다 싸움을 잘하였으므로 서해도(西海道)에서 영웅으로 일컬어졌었습니다. 풍신수길(豊臣秀吉)이 장수를 보내어 치게 하였으나 패하게 되자, 수길이 직접 군사를 거느리고 가서 크게 공파하니 의홍이 드디어 수길에게 신복하였습니다. 수길은 의홍의 누이를 데려다 대판(大板)에 유치시켜 인질로 삼았습니다. 비단 의홍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소서행장·가등청정의 처자식과 노모도 모두 유치하여 인질로 삼고 있었으니, 이는 대체로 그들이 딴마음을 가질까 염려했기 때문입니다. 대개 살마주의 왜노는 오랫동안 일본에 신복하지 않았습니다. 수길이 우두머리가 된 뒤에 위력으로 제압하였으나 그들이 배반할 마음을 품지 않으리라고 보장할 수 없으니, 좋은 말로 유혹할 수도 있습니다. 허의후(許儀後)가 그곳에 있다면 군문·경리 아문에서 사 세용(史世用)·맹 통사(孟通事)를 차견하여 바다를 건너가 몰래 그를 만나 그 계책을 시행하게 하는 것이 무방할 듯하니, 두 아문의 접반사로 하여금 은밀히 취품하여 처리하게 하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아뢴 대로 하라. 군문이 좌상에게 언제든지 와서 품의하라고 하였다. 이처럼 중대한 일을 좌상이 직접 품하고 은밀히 의논하여 그의 의견을 살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7책 107권 27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551면
- 【분류】외교-왜(倭) / 외교-명(明) / 군사(軍事) / 인물(人物)
○備邊司啓曰: "薩摩州賊將義弘, 素以勇悍善戰, 稱雄於西海道。 秀吉遣將討之, 爲其所敗, 秀吉自將大破義弘, 遂臣服秀吉。 秀吉取義弘之妹, 留置(大板)〔大阪〕 爲質。 不但義弘爲然, 行長、淸正妻子、老母, 無不留質, 蓋恐有異心也。 大槪蕯摩州 倭奴, 久不臣服日本。 及秀吉雄長之後, 强以威制, 其心則難保其不叛矣。 亦可以好辭啗之。 許儀後如在本處, 則史世用及孟通事, 自軍門、經理衙門, 差遣渡海, 潛見以行其計, 恐爲無妨。 令兩衙接伴使, 密稟處之。" 傳曰: "依啓。 軍門旣令左相, 不時來稟。 如此重事, 左相可以親稟密議, 以觀其意。"
- 【태백산사고본】 67책 107권 27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551면
- 【분류】외교-왜(倭) / 외교-명(明) / 군사(軍事) / 인물(人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