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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104권, 선조 31년 9월 28일 경술 14번째기사 1598년 명 만력(萬曆) 26년

성균관 생원 이호신 등이 종묘 사직을 돌보라는 상소를 올리다

성균관 생원(生員) 이호신(李好信) 등이 상소하기를,

"신들이 정응태(丁應泰)의 참주(參奏)를 보니 차마 입으로 읽지 못하겠습니다. 전하의 천자를 공경하는 성의는 금석(金石)보다도 더하니, 악명을 씻는 것은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도리어 지금 조사 중에 있다 하여 조회를 보지 않으신 지 여러 날이어서 온 나라의 신민(臣民)들이 붕괴될 듯합니다. 더구나 남쪽 변경에서 급한 격문(檄文)이 아침 저녁으로 계속 날아오니 흉적(兇賊)을 제거하여 치욕을 씻는 것이 바로 이번 일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 어찌 죄를 피하여 명령을 기다리며 중요한 종묘 사직을 돌보지 않아서야 되겠습니까.

아, ‘적을 끌어들여 상국을 침범한다.’는 말을 군부(君父)의 몸에 더하였으니 초야(草野)의 유생(儒生)들은 바지가 찢어지도록 내달아서 명나라의 조정에 울부짖으려 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나 도달할 길이 없기에 그저 스스로 통곡할 따름입니다. 신들은 삼가 들으니 영의정 유성룡은 이번의 거조(擧措)를 평범하게 보고서 곧장 자신이 나서서 가지 않고 온갖 구실로 회피하기를 꾀하여 다른 재신(宰臣)으로 대신시키려 하면서 단지 전하가 일을 보기만을 요청하여 책임만 모면하려는 계획을 한다 합니다. 이것으로 본다면 전하를 위하여 원통함을 씻는 정성이 박한 것이니 천하의 일은 정성이 없으면서 남을 감동시킨 경우는 아직 없었습니다. 따라서 신들은 그를 보내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성룡은 본시 올바르지 못한 인물로서 교묘한 말과 아첨하는 얼굴을 가지고 온 세상을 크게 그르치고 조정의 기강을 멋대로 농락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마음대로 행하였습니다. 우리 나라가 이 왜적과는 한 하늘 아래에서 함께 살 수 없는 원수인데 화(和)란 한 글자로 국가의 큰 일을 그르치고 있으니 송(宋)나라의 진회(秦檜)가 어찌 이보다 더하겠습니까.176) 그는 자신의 의견과 다른 사람은 배척하고 자기의 의논에 빌붙는 자는 끌어들이니 정치를 논변(論辨)하고 사려(思慮)하는 대각(臺閣)의 직임(職任)은 모두 아첨하는 무리들이고, 명나라 관원을 접반(接伴)하는 어사(御史)는 고루하고 편벽되지 않은 무리가 없습니다. 백성의 힘을 약탈하여 백성의 힘은 고갈되었고, 함부로 토목 공사를 일으켜 국가의 비용은 탕진되었으며, 청탁하는 무리들이 문에 가득하여 뇌물을 공공연히 주고받습니다. 예컨대, 조목(趙穆)·정인홍(鄭仁弘) 같은 무리가 시골에서 은거하며 경륜(經綸)을 품은 채 세상에 나서지는 못하는 것은 모두 이 간인(奸人)이 그들의 길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죄악을 지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감히 말하지 못하여 전조(銓曹)는 바쁘게 그의 명령을 듣고 간신(諫臣)은 입에 재갈을 문 채 자리만을 지켜 아첨하는 말이 날마다 올라가고 간하는 말은 날마다 멀어지니 위태롭지 않습니까. 전하는 빨리 이 간인을 제거하소서. 그런 다음이라야 군부의 원통함을 씻을 것이며 국토를 회복하는 공을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이 점을 잘 살피소서. 삼가 죽음을 무릅쓰고 말씀드립니다."

하니, 답하기를,

"변무(辨誣)하려는 뜻은 지극하지만 대신을 배척하는 말은 지나치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6책 104권 42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509면
  • 【분류】
    정론(政論) / 왕실-국왕(國王) / 외교-명(明) / 인물(人物) / 사법(司法) / 변란(變亂) / 역사-고사(故事)

  • [註 176]
    진회(秦檜)가 어찌 이보다 더하겠습니까. : 송(宋)의 진회가 재상으로 있으면서 금(金)나라와의 강화(講和)를 극력 주장하여 악비(岳飛)를 모살(謀殺)하였으며, 충신(忠臣)과 양장(良將)을 거의 죽이어 대간(大奸)으로 악명을 떨쳤다. 《송사(宋史)》 473 진회열전(秦檜列傳).

○成均館生員李好信等上疏曰:

臣等伏覩丁應泰之參奏, 口不忍讀。 殿下敬天之誠, 貫于金石, 惡名昭雪, 不足慮也, 而反以方在査勘, 不視朝者累日, 擧國臣民, 若將崩潰。 況南邊羽書, 朝夕連飛, 除兇雪恥, 正在此擧。 豈可引罪竢 命, 不顧宗社之重哉? 噫! 以引賊犯上之語, 加之君父之身, 草野儒生, 莫不欲裂裳奔走, 呼籲於天朝, 而無路獲達, 徒自痛哭。 臣等伏聞, 領議政柳成龍, 以此擧措, 視爲尋常, 不卽自薦以行, 而百端窺避, 欲以他宰臣代之, 但以請殿下視事, 爲塞責之計。 以此觀之, 爲殿下雪冤之誠薄矣。 天下事, 未有不誠而能感人者。 臣等以爲, 雖勿遣可也。 成龍, 本以邪侫之物, 巧言令色, 厚誤一世, 擅弄朝綱, 恣行胸臆。 夫我國與此賊, 不共戴天之讎, 而以和之一字, 誤國家大事, 秦檜, 何以加此? 異己者排之, 附議者引之, 論思臺閣之任, 盡是媚悅之徒, 接伴御史之遣, 莫非孤直之輩。 漁奪民力, 而民力竭矣; 妄興土木, 而國用匱矣; 塡門排戶, 賄賂公行。 如趙穆鄭仁弘輩, 藏修林下, 韞櫝未市, 皆由此奸之塞其路也。 叛賊緣此而發跡, 緇髡恃此而流弊。 負此罪慝, 而人莫敢言, 詮曹奔走於聽命, 諫臣箝默而備位, 諂言日進, 危言日遠, 不亦殆哉? 伏願殿下, 亟去此奸, 然後可以雪君父之痛, 收恢復之功矣。 伏願殿下, 垂察焉。 謹昧死以聞。

答曰: "其所以欲辨誣之意則至矣, 而其指斥大臣之辭則過矣。"


  • 【태백산사고본】 66책 104권 42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509면
  • 【분류】
    정론(政論) / 왕실-국왕(國王) / 외교-명(明) / 인물(人物) / 사법(司法) / 변란(變亂)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