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경리 접반사 예조 판서 심희수가 압록강 근처에서 양 경리의 동정을 보고하다
양 경리(楊經理) 접반사 예조 판서 심희수(沈喜壽)가 아뢰었다.
"경리(經理)가 25일 의주(義州)에 도착, 동 낭중(董郞中)과 서로 만나고서 바로 압록강(鴨綠江)으로 나가니 동 낭중도 따라갔습니다. 멀리 압록강의 서쪽 언덕으로 가 배 안에서 술을 마시며 매우 즐거워했는데, 밤늦도록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다가 파했습니다. 신이 진강성(鎭江城)에 따라가서 이튿날 아침 관대(冠帶)를 갖추고 보기를 청해 예를 마치자, 경리는 신들을 따뜻한 말로 위로하였습니다.
신이 답하기를 ‘나라의 명령을 받고 여기까지 수행했는데 이는 직분상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우리 나라에서 노야(老爺)에게 갖는 기대가 태산(泰山)과 교악(喬嶽)같을 뿐만이 아니었는데 오늘날 뜻밖에도 돌아가게 되었으니 이처럼 너무나도 우리 나라가 복이 없다. 온 나라의 군신(君臣)이 슬퍼하지 않는 이가 없는데, 천심(天心)이 어느 때나 뉘우치게 될는지 모르겠다.’ 하니, 경리가 말하기를, ‘현왕(賢王)의 홍복(洪福)으로 당연히 평화스럽게 회복될 것이다. 신임 경리가 머잖아 나올 것이니 근심하고 고민할 것이 없다. 돌아가 국왕에게 다시 더욱 힘쓰도록 고하라.’ 하였습니다.
신이 이에 작별하고 나왔는데 대강(臺杠)을 배에 실을 무렵 경리가 행리(行李)를 열고 배신으로 하여금 동물(東物)138) 의 유무(有無)를 간검(看檢)하게 하기에, 신이 역관(譯官)을 시켜 고하기를 ‘노야가 우리 나라에 온 뒤로 국왕이 보낸 예물도 즐겨 받지 않았는데, 더구나 다른 물건이겠는가.’ 하였습니다.
노야가 이렇게 한 것은 대개 허다히 떠드는 말들을 막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쪽 사람들이 모두 ‘경리가 남몰래 친하고 믿을 만한 사람을 시켜 짐바리를 먼저 실어 보낸 것이 부지 기수일 것이다.’고 하며 비방이 크게 떠돌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짐을 조사시킨다 해도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 【태백산사고본】 65책 103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482면
- 【분류】외교-명(明)
- [註 138]동물(東物) : 우리 나라 물건.
○乙丑/楊經理接伴使禮曹判書沈喜壽啓曰: "經理二十五日到義州, 與董郞中相會, 卽出江上, 董亦隨之。 遠將鴨江西岸, 舟中盃酒, 極其款恰, 細話終夕而罷。 臣隨到鎭江城, 翌早具冠帶請見, 行禮訖, 經理慰臣等以溫言。 臣答曰: ‘受國命, 跟隨到此, 職分所當爲。 小邦倚賴老爺, 不啻如泰山、喬獄, 不意今日有此回轅之行, 小邦無祿, 至於此極。 擧國君臣, 莫不悵然。 未知天心悔禍, 當在何時。’ 經理曰: ‘賢王洪福, 理當平復。 新經理近當出來, 不須憂惱。 歸告國王, 更加勉力。’ 臣乃辭出。 當其臺杠載船之際, 經理打開行李, 着令陪臣, 看驗其東物有無, 臣令譯官告曰: ‘老爺東來之後, 國王送禮, 亦不肯受, 況其他乎?’ 老爺此事, 蓋防慮其許多煩言也, 而殊不知彼邊之人, 皆以經理潛令親信人, 先送卜駄, 不知其數, 誣謗大行也。 今此驗包, 亦無益矣。"
- 【태백산사고본】 65책 103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482면
- 【분류】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