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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101권, 선조 31년 6월 3일 병진 1번째기사 1598년 명 만력(萬曆) 26년

양 포정·서 주사가 요시라와 함께 강화에 대해 논의하다

양 포정(梁布政)서 주사(徐主事)가 함께 당(堂)에 앉아서 요시라(要時羅)를 불러 묻기를,

"네가 여기에 온 것은 무엇 때문인가?"

하니, 대답하기를,

"강화를 하고자 해서입니다."

하였다. 또 묻기를,

"강화하고자 한다면 조선과 할 것인가, 천조(天朝)와 할 것인가?"

하니, 대답하기를,

"조선과 하고자 합니다."

하였다. 양 포정이 말하기를,

"비유하자면 천조는 부모요 천지이고 조선은 형이요 일본은 아우이다. 일본이 이유없이 조선을 잔해(殘害)하여 지극히 흉악한 짓을 했으므로 천조에서는 그 분란을 종식시키기 위하여 두 명의 대신을 파견, 관백(關白)을 왕작(王爵)으로 봉해 주었으니 이는 부모로서 형제의 싸움을 화해시켜 준 것이다. 그러나 관백은 천조의 명을 따르지 않고 사은(謝恩)도 하지 않고서 다시 노략질하였으며, 남원(南原)에서는 천병을 마구 죽이기까지 하였으니 부자(父子)간의 도리에 있어서 어떠하다 하겠는가. 조선은 결코 너희와 강화하지 않을 것이다."

하니, 대답하기를,

"노야(老爺)의 말씀이 옳습니다. 지난해 5월 관백은 봉전(封典)이 행해질 것이라는 말을 듣고 많은 재력(財力)을 소비하여 관우(館宇)를 크게 짓고 공급품(供給品)을 성대히 준비하였었습니다. 그러나 천사(天使)는 먼저 도착하였는데도 조선의 배신(陪臣)이 오랫동안 오지 않아서 기다리는 동안 몇 달이 지연되었는데, 마침 지진(地震)의 변고가 발생하여 관우가 모두 무너져 버렸습니다. 이 때문에 관백(關白)이 노하여 조선이 늦게 출발한 것을 트집잡아 군대를 출동시켜 전라도를 침략한 것입니다."

하였다. 묻기를,

"전라도를 침략하였다는 말은 그렇다 하더라도 남원에 있는 천병은 무엇 때문에 감히 마구 죽였는가?"

하니, 이 질문에 요시라는 머뭇거리며 대답하지 못하다가 곧 말하기를,

"조선이 일본과 강화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천조에서 서로 강화하게 하신다면 관백은 이미 천조의 관작을 받았으니 어찌 따르지 않을 수 있으며, 조선도 어찌 따르지 않을 리가 있겠습니까. 노야께서는 권하여 강화하게 하소서."

하였다. 묻기를,

"네가 여기에 온 것은 행장(行長)의 명령인가, 관백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가?"

하니, 대답하기를,

"이번 일은 행장이 보내서 온 것이므로 관백은 이 사실을 모릅니다."

하였다. 묻기를,

"일본은 이전에도 강화하는 일로써 천조를 기만하여 희롱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또 관백이 모르는 일을 가지고와서 요구하니, 이는 다시 천조를 우롱하는 것이다."

하니, 대답하기를,

"행장이 일찍이 이 일을 위해서 조신(調信)의 아들을 관백에게 보냈었는데, 조신의 아들이 돌아오던 길에 대마도에 이르러 병이 생겨서 아직 돌아오지 못하였습니다. 행장조신으로 하여금 가서 자기 아들을 만나보게 하였으니, 지금쯤은 반드시 조신이 관백의 회보를 행장에게 전하였을 것입니다. 제가 지금 돌아가면 관백의 뜻을 알 수 있을 것이니 다시 여기에 와서 보고하겠습니다."

하였다. 묻기를,

"네 말은 모두가 거짓이다. 군대를 철수하고 돌아가서 강화를 청한다면 조선은 틀림없이 내 말을 따라 너희와 강화할 것이다. 그런데 빈 말만 가지고 나를 우롱하고 있으니 내 어떻게 조선에게 강화를 권할 수 있겠는가. 내가 취할 수 있는 일은 너희 군대가 물러간다면 물러가는 것을 보고 있을 것이고 물러가지 않는다면 대군(大軍)으로 너희를 초멸(勦滅)시킬 것이다. 머물러 있거나 물러가거나 너희들 임의로 하거라."

하니, 요시라가 굳이 청하기를,

"노야께서 철수하라고 하시면 철수하겠습니다."

하고, 재삼 말하였다. 포정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너는 여기에 남아 있고 너의 부하로 하여금 돌아가서 행장에게 군대를 철수하여 물러가라고 보고하게 하라."

하니, 대답하기를,

"이 일은 소인이 처음부터 담당했습니다. 만일 제가 여기에 남아서 돌아가지 않고 부하만 시켜서 돌아가 행장에게 보고하게 한다면, 행장은 마음속으로 불쾌하게 여길 것이고 많은 군사들도 모두 믿지 않을 것이니, 소인이 직접 대면해서 보고하는 것만 못할 것입니다."

하였다. 포정이 말하기를,

"이 일은 천조에서 내린 명령도 아니고 또 조선에서 하고자 하는 바도 아닌 것으로 너희가 먼저 스스로 요구한 것이다. 지금 나는 너를 죽이고 싶으면 죽이고 보내고 싶으면 보낼 수 있다. 네가 이곳에 남아 있거나 사람을 돌려보내어 보고하게 하는 여부는 나와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다."

하니, 답하기를,

"소인이 물러가고 머무는 일과 죽고 사는 것은 참으로 분부대로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대사(大事)가 순조롭지 못할까 걱정입니다."

하였다. 서 주사(徐主事)가 말하기를,

"네가 만일 부하를 보내어 회보(回報)하여 행장으로 하여금 군대를 철수하게 한다면 너희들에게는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

하니, 양 포정이 저지하며 말하기를,

"통사(通事)로 하여금 전하지 말게 하라."

하였다. 그리고 요시라행장이 보낸 창(槍)·검(劍)과 조총(鳥銃)을 올렸는데 포정은 그것을 모두 물리치게 하고서 주사에게 말하기를,

"이놈은 참으로 간사하고 교활한 자이다."

하였다. 요시라가 문을 나와서 권총(權聰)에게 묻기를,

"두 장수는 관직이 무엇이며 경리(經理)와는 누가 더 높은가?"

하니, 답하기를,

"두 장수는 모두 중국 장수로 지위가 몹시 높아서 경리와 대등하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4책 101권 2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444면
  • 【분류】
    외교-명(明) / 외교-왜(倭)

    ○丙辰/梁布政徐主事, 同爲坐堂, 招要時羅問曰: "爾來此欲何爲?" 答曰: "欲爲講和也。" 問曰: "欲和, 則與朝鮮爲之乎? 與天朝爲之乎?" 答曰: "欲與朝鮮爲之。" 布政曰: "譬之, 天朝, 父母天地也; 朝鮮, 兄也; 日本, 弟也。 日本無故殘害朝鮮, 極其兇慘, 天朝欲解紛息亂, 委遣二大臣, 封關白以王爵, 是父母而解兄弟之鬪也。 關白不遵天朝之命, 不爲謝恩, 再行搶掠, 至鏖天兵於南原, 其於父子之道何居? 朝鮮決不與爾和矣。" 答曰: "老爺之言是矣。 前年五月, 關白聞封典將行, 費許多財力, 大作館宇, 盛備供給, 而天使先到, 朝鮮陪臣, 久而不至, 等待之間, 累月遷延, 適有地動之變, 館宇盡圮。 關白仍此憂怒, 以朝鮮緩行執言, 乃動兵而侵全羅矣。" 問曰: "侵全羅之言然矣, 南原天兵, 何故敢爲搶殺耶?" 此一段, 要時羅囁嚅不答, 乃曰: "朝鮮日本, 不肯相和, 固已知之。 然天朝若使相和, 則關白已受天朝之職, 何敢不從, 朝鮮亦豈有不從之理? 惟老爺勸而成之。" 問曰: "爾之來此, 出於行長所命耶? 關白知之乎?" 答曰: "果是行長使之往, 而關白則不知矣。" 問曰: "日本曾已和事, 欺瞞天朝, 有同玩弄。 今者又以關白所不知之事來要, 是再弄天朝也。" 答曰: "行長曾爲此事, 送調信子於關白, 還到對馬島, 得病未還。 行長使調信, 往見其子, 想今必以關白回報, 傳於行長也。 我今還歸, 則可知關白之意, 來報於此矣。" 問曰: "爾言皆是詐也。 若撤兵回歸而請和, 則朝鮮必從我言, 而與爾相和, 只以空言弄我, 我何敢勸朝鮮乎? 在我之事, 不過爾兵退, 則但見其退而已, 不退則唯當以大兵勦滅耳。 其留其去, 任汝爲之。" 要時羅强請曰: "老爺命撤則當撤。" 再三言之, 布政曰: "然則爾在此, 而使爾下輩, 報歸行長撤去也。" 答曰: "此事, 小的終始句管。 若留此不還, 而只令下輩, 歸報行長, 則行長之心不快, 而衆兵亦皆不信。 不如小的親自面報也。" 布政曰: "此事旣非天朝之命, 又非朝鮮所欲, 而汝自先求。 今我欲殺則殺, 欲放則放。 爾之留否及送人歸報與否, 都不管於我也。" 答曰: "小的去留死生, 固當唯命, 但以大事不順爲慮。" 徐主事曰: "爾若遣人回報, 使之撤兵, 則爾輩當有好事。" 布政止之曰: "使通事勿傳。" 且要時羅(行事)〔行長〕 所送槍、劍、鳥銃獻之, 布政皆令却之, 語徐主事曰: "此賊眞是奸猾者也。" 要時羅出門, 問權聰曰: "兩將何等官, 而與經理孰高?" 答曰: "兩將皆天將, 而位極崇高, 與經理相等也云云。"


    • 【태백산사고본】 64책 101권 2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444면
    • 【분류】
      외교-명(明) / 외교-왜(倭)